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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곳이 있었어?"…'K-술' 무조건 거쳐 가는 곳은 어디?

  • 2024.06.07(금) 07:20

대한민국 최남단 '국세청 주류면허지원센터' 탐방기①

제주도 서귀포에 위치한 주류면허지원센터. 우리나라에서 판매하는 술은 모두 이 곳을 거쳐야 한다. [사진: 이대덕 사진기자]

우리나라에서 생산되는 모든 술이 거쳐 가는 곳은 어디일까?

일반 국민들에게는 다소 생소한 기관이지만, 당신이 어제도 마셨던 술은 반드시 국세청 산하 주류면허지원센터를 거쳐 시중에 유통된다. 'K-술'의 고향인 셈이다.

주류면허지원센터는 기관명답게 주류 제조 면허를 관리하는 업무를 한다. 하지만 이보다 더 큰 비중을 차지하는 일은 술의 안전성을 확보하는 일이다.

술의 품질은 식품 안전을 담당하는 식품의약품안전처가 하고, 미성년자의 음주 단속 등은 사법당국이 할 것 같고 사실 그게 맞다. 그러나 주류에 들어가서는 안 되는 성분이 들어갔는지, 특정 성분이 법 기준을 초과해 들어갔는지 등을 분석·검사하는 일은 주류면허지원센터가 담당하고 있다.

주세법이 제정된 1909년 탄생한 양조시험소는 1966년 국세청이 개청하며 국세청 산하 양조시험소로 개편됐다. 1970년부터는 국세청 기술연구소로 기관명이 변경됐고 2010년부터는 지금의 이름인 주류면허지원센터가 됐다. 1909년부터 지금까지 국세청이 주류 제조·판매 면허관리, 주류 품질과 규격 관리 등을 했다고 하니, 입이 쩍 벌어진다. 국세청이 주류 관리를 한 역사만 무려 100년이 넘는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주류 관리는 국세청이 하고 있다. 일반 식품에 비해 주류에는 높은 세금이 부과되기 때문이다. 주류 종류에 따라 다르지만 우리나라는 소주나 위스키에는 주세 72%, 와인은 30%의 높은 세율을 부과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재무부 산하 알코올·담배세교역국(TTB), 일본은 국세청, 영국은 재무부 산하 소비세감독위원회 등에서 주류를 관리하고 있다.

주류면허지원센터 분석감정과 모습. 성분 분석을 위해 대기 중인 주류 제품이 쌓여 있다. 바쁜 날은 택배상자가 수십개 쌓여 있는 날도 있다고 한다. [사진: 이대덕 사진기자]

주류면허지원센터가 하는 일은 크게 세 가지로 나뉘는데, 가장 많이 하는 일은 국내에서 생산되는 신제품과 유통되는 주류에 대한 분석 검사다. 새로운 술을 판매하려면 주류면허지원센터에 제품을 보내 알코올 도수는 얼마나 되는지, 술에 문제가 되는 성분은 없는지 확인을 받아야만 출시할 수 있다.

시중에 유통되는 술도 주류면허지원센터의 날카로운 분석을 피해 갈 수 없다. 센터는 주기적으로 시중에 유통되는 술을 무작위로 구매 또는 분석 의뢰가 들어온 주류를 분석하는데, 여기서 문제가 된다면 해당 술은 판매가 금지된다.

주류면허지원센터에 들어온 술은 분석감정을 거치는데, 깔때기로 술을 걸러낸 후(3-1), 걸러낸 술을 증류과정을 거쳐(3-2), 기체크로마토그래프라는 검사기기에서 보존료를 분석하고(3-3), 유기산 분석기에서는 젖산, 구연산, 주석산 등의 유기산을 분석한다(3-4). 이 외에도 주류를 분석하는 다양한 검사장비들이 센터에 있다. [사진: 이대덕 사진기자]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 2008년 비아그라 성분이 들어간 술을 적발한 일이다. 당시 해당 주류를 판매하던 업체가 해당 주류를 마시면 밤에 효능이 있다고 광고했다가 이에 대한 분석 의뢰가 들어왔다. 센터에서 분석한 결과, 술에 사용하면 안 되는 비아그라 성분이 들어가 조치한 일이 있었다.

1년 동안 주류면허지원센터에서 분석하는 술만 6000건이 넘는다. 지난해에는 6170건을 분석했는데, 최근에는 하이볼 등이 유행하며 주류 종류가 더 늘어나 일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가짜 양주 등 분석 의뢰가 들어오는 주류에 대해서도 분석하고 있다.

이에 더해 영세사업자 지원, 주류제조아카데미 교육 운영, 신규 주류제조장 시설기준 충족 여부 확인, 공업용 주정을 주류에 사용하는지 등을 확인하는 업무 등도 맡고 있다.

단식증류기라고 불리는 이 기계는 발효된 술을 가열해 나오는 기체를 냉각시켜 위스키, 브랜디 등 알코올 도수가 높은 증류주를 제조하는 사용된다. 1978년 서울 마포에 있던 주류면허지원센터에 설치돼 주류의 연구개발과 기술보급 등에 활용됐다. 그러던 중 2015년 센터가 제주도로 이전하면서 증류기를 교체, 이전에 사용하던 증류기를 조형물로 센터에 설치하게 됐다. [사진: 이대덕 사진기자]

최근에는 환경부 소속 국립생물자원관과 공동연구를 통해 수입 효모를 대체할 주류 전용 토종효모 6종의 균주를 찾아냈다. 효모는 술맛과 향기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지만 그동안 국내 주류제조장에서는 수입한 효모나 제빵용 효모를 사용해 맛이 떨어졌다.

이에 주류면허지원센터는 지난 2017년부터 2021년 말까지 효모 연구를 해 탁주 발효에 최적인 효모 2종 균주, 약주용 2종 균주, 증류주용 1종 균주, 맥주용 1종 균주 등 6종의 효모를 찾아내고 해당 효모 및 주류 제조방법에 대한 특허 6건을 출원했다. 센터는 희망하는 주류제조업자에게 해당 효모를 제공하고 있으며, 이미 해당 효모로 주류를 생산하고 있는 업체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K-술 역사 담긴 추억여행 '주류전시관'

주류전시관에는 우리나라의 다양한 술이 전시돼 있다. 1950년대 판매되던 소주부터 과실주, 막걸리, 맥주 등 대한민국 술이라면 모두 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술병 안에는 내용물도 들어있어 그 맛이 궁금하게끔 만든다. 30평 남짓한 전시관에 빽빽하게 모여있는 술병을 보노라면 옛친구를 만나는 듯한 반가움이 느껴진다. [사진: 이대덕 사진기자]

제주도 최남단에 위치한 주류면허지원센터 1층에는 우리나라에서 수십년 동안 판매됐던 술이 모여있는 주류전시관이 있다. 30평 남짓한 공간이지만 이를 꽉 채운 유리장에는 대한민국의 술이 모두 모여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알찬 공간이다.

주류전시관 입구를 들어서면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술을 담갔던 큰 옹기다. 술을 담는 통은 주류면허지원센터에서 관리하고 있는데 실제 1970년대 주류제조장에서 사용했던 옹기 항아리를 센터에 기증한 것이다.

주류전시관 문을 열고 들어서면 제일 먼저 보이는 것이 주세법 관보다. 1909년 제정된 주세법에 따라 주류면허지원센터가 설립됐는데, 주세법 관보에는 당시 총리내각대신 이완용의 이름이 들어가 있다(1-1).1970년 주류양조장에서 실제 사용하던 술을 담그던 옹기 항아리다. 주류제조용 항아리나 용기(최근에는 스텐 용기로 바뀌었다)는 국세청의 관리를 받는다(1-2).주류전시관에서 존재감을 과시하는 제주 한일소주와 이천 합동소주(1-3). 1950~1980년대까지 판매된 제품이다. [사진: 이대덕 사진기자]

그 위에는 1909년 2월 8일 관보에 게재된 주세법이 전시됐다. 주세법이 제정되면서 주류면허지원센터가 설립됐다. 관보에는 당시 총리내각대신이던 이완용, 탁지부대신 임선준, 법부대신 고영희의 이름이 쓰여 있다.

다음으로 존재감을 과시한 것은 1950~1980년대 제주에서 생산돼 판매된 한일소주다. 용량은 지금 보기 어려운 1.8L로 가격은 1109원14전이라고 적혀있었다. 그 옆에 비슷한 몸집을 뽐내는 이천 합동소주가 전시됐다.

주류전시관에 전시된 주류에는 병뿐만 아니라, 술도 그대로 담겨있어, '맛은 어떨까?'라는 궁금증이 생겼다. "지금 마셔도 되느냐"는 질문에 이충일 주류면허지원센터 분석감정팀장은 "발효주나 밀폐되지 않은 병의 경우 내용물이 변했을 것"이라고 답했다. 

우리나라에서 초창기 판매되던 과실주로 와인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우리나라에서 생산되는 포도는 유럽에서 생산된 포도보다 당도가 낮아 설탕이 필수로 들어가야 해서 원가가 높은 편이다. 반면 유럽의 와인은 원가가 워낙 낮아 가격경쟁력에서 밀린 국내 과실주 제조업체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2-1)요새 양주에는 RFID 태그를 부착해 가짜 양주인지 식별할 수 있도록 했다. RFID가 부착된 양주병은 내용물이 나올 수만 있을뿐, 넣지는 못한다. 이에 가짜양주 판매자들은 양주병에 주사기나 고무장갑을 이용해 압력을 가짜술을 밀어넣고 있는데 가짜양주가 제조되는 과정을 전시한 것이다.(2-2) [사진: 이대덕 사진기자]

옛날 소주뿐 아니라, 맥주를 보는 재미도 쏠쏠했다. 우리가 많이 아는 하이트맥주의 전신인, 크라운맥주(1970~1980년대 판매)병을 보니, 명절 때 모여 이를 마시던 어른들이 생각났다. 병이 특이한 전통주부터 막걸리, 청주, 약주, 북한술까지 다양한 술이 전시된 주류전시관은 K-술의 역사는 물론, 개인적으로도 추억여행을 할 수 있는 공간이었다.

주류전시관 관람은 주류제조아카데미 프로그램 중 하나로 교육에 참여했을 때만 관람이 가능하다. 주류전시관을 관람하고 싶다면 주류면허지원센터에 관람이 가능한지 사전에 문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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