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휴가 시즌입니다. 해외여행 계획하신 분들도 많을 텐데요. 공항은 찾을 때마다 설레는 곳입니다. 여행의 시작을 의미하니까요.
출국장에 들어서서 면세점을 향할 때도 기분이 참 좋습니다. 세금이 없는 가격으로 물건을 살 생각에 신나죠. 그런데 문득 궁금해집니다. 면세점은 어떻게 세금을 면제해주는 걸까요.
시작은 1947년 아일랜드 섀넌 공항
면세점의 특징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면세점이 처음 어떻게 생겨났는지부터 알아야하는데요. 세계 최초의 면세점은 1947년 아일랜드 섀넌 공항에서 탄생했습니다.
1940년대에는 비행기 항속 거리가 짧았기 때문에 중간에 착륙해 급유를 해야 했어요. 아일랜드 섀넌은 미국과 유럽을 오가는 비행기들의 중간 기착지였죠.
섀넌 공항의 한 직원은 급유를 기다리는 승객들을 보면서 갑자기 이들이 지금 여기서 물건을 산다면 세금을 어디에 낼까 의문이 들었다고 합니다. 섀넌에 잠시 들른 승객들은 출국했지만 아직 입국하지 않은 상태니까요.
승객들이 중간 정착지에서 물건을 산다면 아일랜드에도, 출국한 나라에도, 입국할 나라에도 부가가치세·소비세 등을 낼 필요가 없죠. 세계 최초의 면세점은 이렇게 시작됐습니다.
태국 여행을 위해 인천공항에서 탑승 수속과 출국 심사를 마쳤다고 가정해 볼게요. 인천공항 출국장을 나서는 순간 몸은 공항 안에 있지만 서류상으로는 출국한 상태입니다.
탑승터미널 면세구역은 대한민국 세금 제도권 밖에 있기 때문에 이곳에서 술이나 담배를 산다면 주세나 소비세를 낼 필요가 없습니다. 면세점은 그곳에 위치하죠.
면세점 구매품은 해외에서 쓰는 게 원칙
출국하면서 산 면세품을 입국할 때 갖고 들어오는데 왜 굳이 입국장이 아니라 출국장에 면세점이 있을까 생각할 수도 있을 텐데요. 그 이유는 면세점에서 산 물건은 국내가 아닌 해외에서 사용한다고 가정하기 때문입니다.
현재는 대다수 사람들이 국내에서 사용할 목적으로 면세점 쇼핑을 하지만, 원칙적으로는 면세로 산 물건은 국내가 아닌 해외에서 써야합니다. 때문에 면세점에서 구매하고 다시 국내로 갖고 들어온 물건은 면세한도에 포함되죠.
여행자들이 한국에 입국할 때 갖고 들어오는 면세품의 면세한도는 800달러입니다. 800달러를 초과한 물품은 20%의 관세를 내야 하는데요. 초과 물품을 자진 신고하면 30%를 경감해 14% 세율이 적용됩니다.
술과 담배, 향수는 800달러 한도에 포함되지 않는 별도 면세품목입니다. 술은 2병을 합산해 2L 이하이면서 400달러 이하까지 면세가 가능합니다.
담배는 1보루까지, 향수는 60mL까지 면세 혜택을 받을 수 있습니다.
술·담배·향수는 면세할 때 국산품을 우선적으로 공제합니다. 예를 들어 양주 700mL 1병과 국산 토속주 500mL 2병을 샀다면 국산 토속주 2병은 면세, 양주는 과세 품목에 해당합니다.
면세한도는 지난해 600달러에서 800달러로 상향됐죠. 면세한도는 1979년 외화 유출을 막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졌습니다.
도입 초기 10만원이었던 면세한도는 1988년 400달러, 2014년 600달러에서 현재의 800달러로 점차 증액돼왔습니다.
지금은 사라졌지만, 면세점 구매한도도 최근까지 있었습니다. 정부는 구매한도를 처음 도입할 때 한도액을 500달러로 설정했는데요.
이후 구매한도는 1985년 1000달러, 1995년 2000달러, 2006년 3000달러, 2019년 5000달러까지 높아졌고요. 정부는 지난해 구매한도를 43년만에 폐지했죠.
당시 기획재정부는 "코로나19로 위축된 면세업계를 지원하고 해외소비를 국내소비로 전환시키기 위한 결정"이라고 폐지 이유를 설명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