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7월 27일 세제발전심의위원회를 열고 내년 세법 개정안을 발표했다.
이번 세법 개정안에서 특히 눈에 띄는 부분은 본격적인 저출산·고령화 사회에 대비하여 결혼, 자녀 출산 및 양육, 연금 등에 다음과 같이 새로운 또는 보다 강화된 세제 혜택을 부여하기로 한 것이다.
첫째, 혼인에 따른 증여재산 공제를 신설했다. 혼인신고일 전후 2년간, 즉 4년 동안 직계존속으로부터 받은 1억원의 결혼자금 증여는 전액 공제한다는 규정이다. 신혼 부부가 각자 부모로부터 증여받는다고 가정할 경우 2억원의 혼인자금 및 각자 5000만원의 기존 증여재산공제를 감안하면 3억원 정도를 증여세 없이 받을 수 있다는 의미이다.
현행 증여재산은 배우자에게 증여하는 경우 10년간 6억원, 직계존속이 직계비속에게 증여하는 경우 5000만원(미성년자인 경우 2000만원)까지 공제 가능하다. 여기서 직계존속이란 부모는 물론 그 상위의 조부모, 증조부모까지 포함하는 개념이다.
즉, 부모와 조부모가 모두 증여 했다면 10년 동안 증여한 금액을 모두 합산하는 것이며, 부모가 증여 여력이 없어 조부모가 증여했다면 역시 직계존속이 증여한 것으로 보는 것이다. 반면, 장인 장모나 시부모가 증여하는 것은 직계존속이 아니라 기타 친족의 증여로 보아 10년간 1000만원까지 공제가능하다.
증여재산의 경우 10년 단위로 합산하여 공제금액을 계산하므로 일반적으로 증여는 “미리 주고”, “나누어 주고”, “빌려 주는” 것이 중요한 절세의 방법이다. 신혼부부의 경우 이론적으로 3억2000만원까지 증여세 부담 없이 부모님 등으로부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즉, 직계존속으로부터 받는 혼인자금 1억원 + 직계존속 증여 10년간 5000만원 + 장인, 장모(또는 시부모) 증여 1000만원 = 1억6000만원이며, 신랑과 신부 합치면 3억2000만원까지 가능한 것이다. 금액상으로는 큰 것으로 보이지만 부자들에게 혜택을 주는 것이라기 보다는 일반적인 중산층 자녀의 결혼 과정에서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금액이라고 판단된다.
결혼의 경우 부모가 자녀에게 결혼식 비용을 대신 내주거나, 전세금을 증여하거나, 살림살이를 대신 장만해주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 경우 상기 증여재산 공제 금액을 초과하는 금액은 증여세 과세대상이 되는 것이 원칙이다. 전세금 증여의 경우 일정 금액 이상인 경우 국세청의 자금출처 조사 대상이 되지만, 금액이 크지 않은 경우 현실적으로 과세하지 않고 있다.
결혼식 비용도 사회통념상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금액 이내인 경우에는 과세하지 않고 있다. 혼인생활을 시작하는데 필수적으로 필요한 혼수용품을 마련하는 것도 사회통념상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금액 이내면 과세되지 않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사회통념상 인정되는 금액이 얼마인지 여부가 불분명하여 과세관청도 과세하기가 어렵고 납세자도 아주 고액이 아니면 자발적으로 증여세를 신고하지 않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판단된다.
이번에 신설되는 혼인자금 증여공제는 이러한 결혼 관련 자금을 공식적으로 공제금액으로 인정해 주겠다는 것인데 기존에 관행적으로 비과세하던 것을 공식적인 과세 대상으로 포함하겠다는 의미인지 명확하지 않다. 만약, 기존에 관행상 비과세하던 것에 추가하여 2억원을 공제해 주겠다는 것이면 상당한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반면, 기존에 과세하지 않던 금액을 과세대상으로 포착해서 2억원까지 공제해 주겠다면 신혼부부들이 체감하는 효과는 그렇게 크지 않을 것이다.
혼인신고일 전후 4년 간 혼인 관련 증여재산 공제금액을 포함하여 최대 3억원까지 비과세로 증여 가능한 것으로 개정안을 제시한 것은 현재 전국의 전세 평균 금액과 혼인 관련 여러 가지 복잡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는 기간을 고려하여 정부가 고민한 것으로 보인다. 아직 관련 대통령령이 공포되지 않아서 판단이 어렵지만, 증여일 이후 2년 이내 혼인 신고를 하지 않고 사실상 혼인 생활을 영위하는 경우, 증여 및 혼인 신고 후 2년 이내에 이혼하는 경우 등 여러 가지 복잡한 상황에 대해 증여세를 추징할 것인지 또는 가산세를 면제할 것인지 여부 등에 대한 세법 규정으로 포괄하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
이러 규정을 신설한 취지가 혼인을 장려하고 궁극적으로 출산으로 이어지게 하는 것이라면 사실혼 관계도 인정해 주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또한, 가능하면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 증여세나 가산세의 추징 대상이 될 것인지 여부를 납세자가 쉽게 판단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둘째, 자녀장려금 지급 대상을 기존의 연소득 4000만원에서 7000만원으로 대폭 확대하고 장려금 금액도 인상했다. 자녀 출산 및 6세 이하 자녀 양육 수당을 기존 월 10만원에서 20만원으로 인상하였다.
또한, 의료비 공제 대상에서 총급여액 7000만원 이하 근로자에게만 적용하던 산후조리원 비용을 전 근로자로 확대하고, 6세 이하의 영유아 관련 의료비는 공제한도 대상에서 제외하도록 한 것이다. 저출산이 고착화 되고 자녀 양육비가 많은 부담이 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하면 바람직한 개정안으로 보인다.
셋째, 연금저축, 퇴직연금 등 사적연금에 대해 3~5%로 분리과세하는 한도를 현행 1200만원에서 1500만원으로 확대한 것이다.
사적연금으로 받는 소득은 국민연금 등 공적연금의 부족한 부분을 보충하는 바람직한 노후생활 자금인데 반해 현행 1200만원이 넘는 경우 그 초과분은 종합과세하고 있어 연금소득자에게는 세부담이 큰 것이 현실이다.
노후에 연금에 의존하여 생활하고 있는 고령자들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는 현실을 고려하면 바람직한 개정으로 보인다. 이렇게 물가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소득의 경우 3년이나 5년의 기간을 정해 정기적으로 비과세하거나 분리과세하는 금액을 조정하는 것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고 판단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