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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늉만 하는 차용증…증여로 딱 걸립니다

  • 2023.06.29(목) 09:00

국세청의 레이더는 예리합니다. 집을 산 사람의 매입 자금이 분명하지 않을 때 국세청에서 진행하는 '자금출처조사' 한 번쯤 들어보셨을 텐데요. 납세자 입장에서는 '이게 문제가 되나' 생각하는 부분도 국세청의 입장은 다를 수 있습니다.

A씨는 의상디자인 전공으로 패션디자인 활동을 했었고, 방송국에서 리포터로 근무하는 등 한 때 잘 나가던 사람이었습니다. 그런 그녀가 최근 집을 사면서 국세청의 자금출처조사를 받게 되었는데요. 주택을 취득하면서 자금원천으로 신고한 소득 중 의심스러운 부분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국세청은 A씨가 부족한 취득자금을 어머니에게 증여받은 것이라 판단해 증여세를 부과했습니다. 부모에게 증여받은 돈에 대해서는 세금을 내는 게 당연한 일 같지만, A씨에게도 나름의 사연이 있었습니다. 

증여가 아니라 가족간 금전거래?

A씨에게는 오빠와 남동생, 여동생이 있습니다. 해외에 살고 있는 여동생은 사업실패와 자녀의 희귀질환 투병으로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에 놓여있었죠. A씨는 9년에 걸쳐 여동생을 도왔습니다. 원칙적으로는 증여에 해당하지만 증여세 신고는 하지 않았습니다.

그 이유는 어머니와 작성한 차용증에 담겨 있었습니다. 원래 어머니가 여동생에게 줘야 하는 돈을 대신 송금해주고, 후에 어머니가 A씨에게 갚을 것을 약속한 겁니다.

굳이 이렇게 복잡한 과정을 거친 이유로 A씨는 그 당시 남동생이 어머니의 재산을 관리하고 있었고, 어머니는 마음대로 재산을 처분할 수 없었기 때문이라 주장했습니다.

실제로 작성된 차용증 내역을 보면, 어머니가 A씨에게 4%의 이자를 포함해 돈을 갚는 것이 조건으로 명시되어 있었고 실제 계좌이체내역에도 어머니는 이 돈을 상환액으로 표기했습니다. 국세청이 주택자금으로 증여받은 것이라 판단한 돈을 A씨는 합리적으로 받은 상환금이라 해명한 것입니다. 

'빌리는 시늉'만 하면 증여세 과세

차용증을 작성해 부모자식간 금전 거래를 했을 때, 국세청은 이 금액이 실제로 돈을 빌린 것인지 아니면 차용증을 이용한 증여인지 살펴봅니다. 후자인 경우 국세청은 이를 '편법증여'라 규정하고 증여세를 추징하고 있습니다. 

일례로 자녀가 부모에게 자금을 빌리게 되면, 적정한 이자를 포함해서 빠른 시일 내에 상환해야 증여세 과세 대상에서 제외될 수 있습니다. 상환을 하더라도 근로소득만 있는 자녀가 막대한 자금을 상환하는 등 현실적이지 않은 점이 파악되면 세금을 납부해야 하고요.

A씨는 반대로 자녀가 부모에게 돈을 빌려주었다고 해명한 사례인데요. 다만 가장 문제가 된 건 차용증이 작성된 날짜였습니다. A씨가 여동생에게 돈을 줄 때의 날짜가 아니라, 후에 어머니가 A씨에게 돈을 상환한 날에 차용증이 작성되었기 때문인데요. 뒤늦게 작성된 것으로 보이는 차용증이 덜미를 잡혔습니다.

국세청은 A씨가 어머니의 재산을 남동생이 관리하고 있어 돈을 빌려준 것이라 주장한 것도 상식적이지 않다고 했습니다. 상식적으로 납득할만 정황이 아니라면, 차용증을 작성했다 하더라도 증여라 판단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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