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삼쩜삼은 2020년 3월 자비스앤빌런즈가 출시한 세금 신고 환급 서비스다. 프리랜서나 N잡을 하는 근로자들을 타겟팅했다.
2. 근로소득을 받는 경우 연말정산을 하면 더 낸 세금을 환급받을 수 있지만 아르바이트와 프리랜서, 플랫폼 노동자 등 3.3%를 제하고 받는 소득이 있는 납세자는 종합소득세 신고를 해야 환급을 받을 수 있다.
3. 삼쩜삼은 이 사실을 모르는 납세자들의 공간에 파고들었다. 국세청 홈페이지나 홈택스에서 종소세 신고할 필요 없이, 개인정보만 입력하면 환급액을 예상해 주고, 예상 환급세액 일정액만큼 수수료가 부과된다.
4. 자비스앤빌런즈가 실시한 '종합소득세 신고'에 대한 설문조사에서, 신고 기간 동안 세금 신고를 하지 않은 응답자 비율은 64.1%였다. '편리함'을 내세운 삼쩜삼은 서비스 시작 후 1년 만에 100만명의 가입자를 확보했다.
5. 그러나 법률 리스크가 찾아왔다. 2021년 4월 한국세무사회는 삼쩜삼을 무자격 세무대리로 고소했다. 혐의는 불법세무대리. 수백만명의 세무 환급액을 파트너 세무사 몇 명이 단독으로 처리하기 불가능하다는 입장으로 명의대여 혐의까지 추가.
6. 2021년 11월 국회에서 세무사법이 개정됐다. 세무사회에 호재인 사항. '세무대리의 소개, 알선 금지' 조항이 신설되면서 세무대리 업무에 대한 제재가 강화됐다.
7. 한편 플랫폼 업계와 세무업계 사이에서 국세청은 따라가듯 뒤늦게 납세자 서비스 강화에 나섰다.
8. 국세청은 5년간 종합소득세를 신고하지 않아 환급금을 받아 가지 못한 인적용역 소득자에게 환급금을 찾아가라는 안내문을 발송했다. 국세청이 발송한 카카오톡 메시지로 환급세액을 확인할 수 있고 신고도 가능한 시스템이다.
9. 그러면서 “세금에 익숙하지 않은 납세자들이 몰라서 환급받지 못하거나, 세무 대리 수수료를 지급하고 환급받는 경우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라고 했다.
10. 그러나 ‘늦장 대응’이라는 비판은 면하지 못했다. 2022년 기재위 국정감사에서 김주영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삼쩜삼의 환급 대행 문제에 따르는 개인정보 관리 문제를 지적했다.
11. 삼쩜삼의 성공으로 그 사이 세무앱 시장에는 환급뿐 아니라 경정청구를 겨냥한 서비스들이 등장했다. 이씨코퍼레이션의 택스유, 혜움의 더낸세금, 비즈넵 등이 있다. 경정청구는 세금을 더 냈거나 잘못 내 국세청에 돌려 달라고 하는 것이다.
12. 세무사회가 불법세무대리로 삼쩜삼을 고발한 것에 대한 경찰의 판단은 ‘무혐의’였다. 그러나 세무사회에서 이의 제기를 했다.
13. 국회 스타트업 지원 연구 모임인 유니콘팜은 지난 2월 1호 법안으로 개인정보보호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해당 법안은 정보주체의 위임이 있을 때 주민등록번호 처리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것을 내용으로 한다.
14. 법안이 통과되면 의료, 세무 등 영역에서 대행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타트업 업계의 ‘법률 리스크’가 경감된다. 예를 들어 삼쩜삼의 경우 납세자가 본인 동의를 하면 홈택스에 주민등록번호가 기재되는데, 이런 과정이 개인정보보호법에 어긋나는지 논란이 있었다. 개인정보보호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문제가 없어진다.
15. 그러나 삼쩜삼의 실제 리스크는 개인정보보호법뿐 아니라 ‘세무대리 영역’에 대한 해석에 있다. 세무사법상 불법세무대리는 검찰 조사가 진행 중이다.
16. 유니콘팜, 스타트업얼라이언스가 한국리서치에 의뢰한 스타트업 인식조사에 따르면, 소비자 10명 중 8명이 전문직 서비스 플랫폼에 대한 소비자의 선택권이 보장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17. 삼쩜삼 측은 "세무사들과 주요 고객층이 다르다"며 "금융 사각지대의 N잡러들에게 시장을 열어줬다”라고 하기도 했다. 일면 맞으면서 일면 아니다.
18. 프리랜서라 해도 수입 금액이 높으면 복식부기 장부를 작성해야 한다. 쉽게 생각해 복잡한 장부라고 보면 된다. 이들은 삼쩜삼의 주요 고객층이 아니다.
19. 삼쩜삼의 주요 고객은 소득이 낮은 단순경비율 적용 대상자들이다. 단순경비율이라고 하면 소득에 대해 일정 비율만큼 추계해 경비로 인정해 줌을 말한다. 예를 들어 연 1000만원의 소득이 있는 단순경비율 대상자에게 70%만큼 경비율이 적용되면 300만원에 대해서만 세금이 부과되는 식이다.
20. 단순경비율은 일정한 비율을 그대로 적용하면 되기 때문에 쉽게 신고할 수 있다. 수백만명의 납세자들의 환급액을 삼쩜삼이 단숨에 조회해 알려줄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21. 단순경비율 대상자 중 배달라이더, 학원강사, 대리운전기사, 학습지교사 등 인적용역 소득자는 환급액이 있으면 국세청이 납세자에게 알려주기 때문에 민간을 통해 수수료를 내고 미리 조회할 필요도 없다. 금융 사각지대라고 보기에는 힘들어 보인다.
22. 그러나 삼쩜삼이 불러온 변화는 있다. 삼쩜삼 등장 이후 국세청은 국세 징수 기관일 뿐 아니라, 서비스 기관으로서 민간과 경쟁하는 듯한 모양새를 취하고 있다. 참고로, 국세청(nts)은 National Tax Service다.
23. 국세청은 AI세금비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지금 세계는 오픈AI사가 지난해 연말 개발한 챗GPT열풍”이라며 AI가 신고서 작성을 도와주는 AI세금비서를 발전시키겠다고 했다. 최근에는 간이과세자 부가가치세 신고 세금비서 서비스를 도입했다. 납세자가 신고서 항목을 입력할 필요 없이 단계별 질문에 답하면 신고서가 완성되는 서비스다.
24. 지난해 국세청이 발주한 연구용역 보고서에 따르면, 국세청은 국내외 AI와 빅데이터 기술을 활용한 민간분야 서비스를 벤치마킹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