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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자 물려받은 만큼 상속세를 내게 된다면

  • 2023.03.20(월) 12:00

[프리미엄 택스리포트]구종환 김앤장 변호사

최근 기획재정부는 우리나라의 상속세 제도를 개편하면서 유산취득세를 도입하는 방안을 면밀하게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우리나라는 대한민국 건국 이래 상속세와 관련하여 유산세 제도를 채택하여 운영해왔는데, 이를 유산취득세로 전환하는 방안을 자세히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유산세와 유산취득세의 차이는 무엇일까?

일반적으로 상속세 제도는 유산세 방식과 유산취득세 방식으로 구분한다. 유산세 방식은 사망한 피상속인이 남기고 간 유산 전체를 단위로 삼아 상속세를 과세하는 방식이다. 반면 유산취득세는 각 상속인들마다 물려받는 재산을 단위로 상속세를 과세하는 방식이다. 

2가지 제도의 핵심적 차이는 누진세율의 적용에서 발생한다. 우리나라의 상속세율을 살펴보면, 상속세 과세표준이 1억원 이하인 구간은 10%, 1억원 초과~5억원 이하인 구간은 20%, 5억원 초과~10억원 이하인 구간은 30%, 10억원 초과~30억원 이하인 구간은 40%, 30억원을 초과하는 구간은 50%의 세율이 적용된다. 상속세 계산의 기준이 되는 상속재산이 많을수록 더 높은 누진세율이 적용되는 구조이다. 

이미지 출처: 택스워치

부모가 자녀에게 30억원을 상속한다고 가정하고, 계산편의를 위해 공제제도와 증여재산 합산과세제도 등은 고려하지 않을 경우, 자녀가 1명이면 유산세와 유산취득세 모두 상속세 부담세액이 약 10억4000만원으로 동일하다.

그러나, 자녀가 3명이라면 유산세 방식의 경우 총 부담세액은 약 10억4000만원 그대로지만, 유산취득세 방식으로 하면 총 부담세액은 약 7억2000만원으로 줄어든다.

누진세율 하에서 상속인이 여러명인 경우 유산취득세에서는 상속재산이 분산되므로 과세표준이 낮아지고, 상속세 누진세율 구간이 달라지기 때문에 유산세보다 총 상속세 부담이 감소한다. 유산취득세에서는 각 상속인들이 실제로 취득한 재산을 기준으로 세율이 적용되어 상속세가 부과되기 때문이다. 

유산세 방식을 지지하는 이유로는 다음과 같은 점들이 주로 제시된다.

먼저, 개인의 부의 축적은 사회가 그의 경제적 재능을 인정하고 재산의 관리·운용을 신탁한 것으로 볼 수 있는데, 상속인이 피상속인과 같은 경제적 재능을 가졌다고는 할 수 없기 때문에 상속재산이 이전될 때 총 재산을 기준으로 그 일부는 사회에 환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또한, 상속세는 한 사람의 일생동안 충분히 과세되지 않았던 소득세 또는 재산세를 후불로 과세하여 정산하는 측면이 있는데, 이를 위해서는 상속재산 총액을 기준으로 과세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점도 제시된다.

그리고, 유산세 방식은 상속세를 과세할 때 피상속인 1명의 재산을 확인하면 되지만, 유산취득세 방식은 상속인들이 각자 받은 재산을 다 확인해야 하기 때문에, 유산세형이 세금을 거두는 과세행정 목적상 더 용이한 장점이 있다. 추가적으로, 유산세 방식은 상속인이 몇 명이든 간에 총 상속세액에는 차이가 없기 때문에 위장 재산분할을 방지할 수 있고, 상속세 세수 확충을 통해 부의 대물림을 완화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으로 꼽힌다.  

그러나, 유산세 방식은 ‘납세자의 지불능력에 비례하여 세금이 부과되어야 한다’는 응능부담의 원칙에 기본적으로 부합하지 않고, 상속인별 담세력이 고려되지 않기 때문에 공평과세와 형평에 맞지 않는 단점이 있다. 유산세 방식에서 피상속인이 30억원의 재산을 3명의 자녀에게 나누어 10억원씩 나누어 물려주는 경우와, 피상속인이 10억원의 재산을 1명의 자녀에게 물려주는 경우를 서로 비교해보면, 상속인 1인당 받는 재산이 10억원으로 동일하고 개인의 담세력도 동일하게 증가함에도 불구하고 누진세율로 인해 전자가 후자보다 더 많은 상속세를 내야 한다. 

유산취득세 방식은 각자가 물려받은 재산을 기준으로 상속세가 과세되기 때문에, 이러한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 즉, 30억원을 3명이 물려받는 경우와 10억원을 1명이 물려받는 경우 개인들의 실질적인 담세력은 동일하여 차이가 없기 때문에, 같은 금액의 재산을 물려받은 개인에게는 같은 세율로 과세하는 유산취득세 방식이 유산세보다 공평과세에 부합한다.  

또한, 유산취득세의 경우 누진세율하에서는 유산을 여러명에게 분할할수록 총 상속세 부담이 감소하기 때문에, 상속인들간의 균등한 재산분할을 촉진하게 되어 부의 집중을 완화하는 장점도 있다. 즉, 부의 분산을 유도하는 효과가 있다. 장자에게 모든 재산을 물려주지 않고 아들, 딸 모두에게 균등하게 상속하도록 장려하는 것이다. 

그리고, 현행 우리나라의 증여세는 유산세가 아닌 유산취득세의 형태를 가지도 있기 때문에, 상속세와 증여세 간의 과세체계의 정합성 측면에서도 유산취득세가 장점이 있다. 

이러한 점들로 인해, 상속세 제도를 운영하고 있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4개국 중 유산세 제도를 채택하고 있는 4개국(한국, 미국, 영국, 덴마크)뿐이고, 그 외의 20개국(독일, 일본, 프랑스 등)은 모두 유산취득세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이러한 국제적인 추세를 고려하면 우리나라도 향후 유산취득세 방식으로 전환하는 것을 적극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보인다. 근본적으로 개인별 담세력에 상응하는 공평한 과세를 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다만, 현행 유산세 방식의 상속세를 유산취득세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합리적인 상속세 과세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다양한 상황을 고려한 준비도 필요하다. 예를 들어, 유산취득세를 도입할 경우 재산의 위장분할을 통해 상속세 부담을 줄이고자 하는 유인이 있을 수 있으므로, 상속 전후 납세자의 재산현황이 특별한 사유 없이 크게 변동하는 경우 등 위장분할 가능성이 있는 경우에는 과세당국이 이를 용이하게 파악하여 과세할 수 있는 방안 등 제도와 시스템의 정비가 필요하다. 현행 세율과 공제제도 등도 함께 전반적으로 점검해야 한다. 

또한, 상속과 관련한 다른 법 제도 현황과의 조화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상속재산 총액을 기준으로 상속세를 과세하는 유산세에 비하여, 상속인들이 각자 취득한 상속재산을 기준으로 상속세를 과세하는 유산취득세에서는 상속인들 간에 재산이 언제, 어떻게 분할되는지가 중요해진다. 그런데 민법에는 상속재산 분할합의를 언제까지 해야 하는지 기한이 정해져있지 않고, 상속재산 분할소송을 하게 되는 경우 재산분할이 확정되는 시기가 늦어질 수도 있다. 그런 경우에는 잠정적으로 법정 상속지분에 따라 과세하고 추후 상속인 개인별로 실제로 받는 재산이 확정되면 세금을 정산하는 등과 같은 제도적 장치를 도입하는 것을 고려할 필요도 있다. 

유산취득세로의 전환은 1950년 상속세법 제정 이후 73년만의 가장 큰 상속세 제도의 변화 논의이다. 유산취득세와 유산세 제도 모두 각자의 장·단점과 보완해야 할 점이 있다. 상속세 개편방안이 국민적 공감대를 얻을 수 있도록, 활발한 사회적 논의를 통하여 보다 합리적인 제도가 제안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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