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세자들이 세금에 대해 생각하면 '세금을 낸다'라는 개념을 먼저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납부 전에 엄연히 '신고'라는 절차가 있죠. 어차피 낼 세금도 없는데, 꼭 신고를 해야 하는지 문득 의문이 들기도 합니다.
세금이 0원일 땐 신고하지 않아도 되는 걸까요? 신고해야 할지 안 해도 될지 알쏭달쏭할 때 어떻게 판단해야 하는지 정리했습니다.
상속세, 신고할지 애매하다면
돌아가신 분의 재산에 매기는 세금이 상속세죠.
피상속인(재산을 물려주는 사람)에게 배우자와 자녀가 있으면 기본적으로 10억원까지 상속 재산에서 공제해 줍니다. 이런 공제 혜택을 활용해 재산 10억원까지는 내야 할 세금이 없다고 생각해 신고를 안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렇지만 상속세 납부세액이 없어도 나중을 위해 신고해두는 것이 좋습니다. 특히 재산 중 부동산이 있으면 신고하는 것이 유리한데요.
상속부동산은 상속 당시 기준시가가 상속인(물려받는 사람)의 취득가액이 됩니다. 보통 기준시가는 시가의 70% 수준에서 정해져 시가보다 낮은데요. 이렇게 되면 물려받은 부동산을 추후 양도할 일이 생길 때 양도차익(양도가액-취득가액)이 커져 양도세 부담이 생길 수 있습니다.
이런 불상사를 피하기 위해 감정평가를 받아 상속 신고를 해두면 추후 부동산 양도 시에 유리하게 적용받을 수 있습니다. 감정평가 시에는 취득가액이 기준시가보다 높게 산정돼 양도차익이 작아지기 때문입니다.
부동산이 없더라도 사망 전 10년 내로 증여받은 금액이 있다면 신고하는 것이 좋습니다. 증여액이 1년 내 2억원을 초과하거나 2년 내 5억원을 초과하면 이 역시 상속재산으로 봐 후에 국세청의 소명 요청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상속세를 내야 하는 건지 알쏭달쏭하다' 싶으면 일단 신고하는 것이 좋습니다. 후에 국세청에서 소명 요청이 와 내야 하는 세금이 발생하면 가산세도 내야 하는 불상사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죠.
양도세 0원이면 신고할까
아파트를 양도할 때 내는 세금은 어떨까요.
주택 가격이 12억원 이하인 1세대 1주택자는 주택을 양도해도 양도소득세가 과세되지 않습니다. 만약 조정대상지역(강남구·서초구·송파구·용산구)이라면 2년 이상 거주해야 하는 요건도 있고요. 실제로 판 가격이 12억원 이하라면 내야 할 양도세가 0원인 것이죠. 양도하면서 얻은 시세차익이 없는 경우에도 낼 양도세는 없습니다.
양도세가 없을 땐 신고하지 않아도 불이익이 없어 굳이 신고하지 않아도 됩니다. 다만 상속세와 마찬가지로 신고를 안 하고 추후 국세청이 '양도세 부과 대상자'라고 판단하면 양도세뿐 아니라 가산세까지 추가로 납부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양도세 과세에 있어서는 특히 1세대 1주택 비과세 요건에 맞는지가 분쟁의 대상이 되는 경우가 많은데요. 부모와 자녀가 세대분리를 하더라도 동거하며 생활비를 공유하면 1세대가 아니라 별도 세대로 봐 양도소득세가 과세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양도세 비과세 요건에 확실히 해당되거나 양도차익이 없다면 신고할 필요가 없지만, 알쏭달쏭할 땐 일단 신고하는게 안전합니다.
증여세는 플랜 따라 신고하세요
증여받았지만 내야 할 세금이 없는 경우도 많습니다. 10년을 기준으로 배우자에게 받은 증여액은 6억원까지 세금을 안 내도 됩니다. 부모한테 증여받았다면 5000만원(미성년자는 2000만원) 까지 공제해주고요.
예를 들어 20살에 부모에게 5000만원을 증여받고, 이전 10년 동안에는 증여받은 적이 없다면 낼 세금은 없는 것이죠.
증여세는 0원이라도 꼭 신고하는 것이 좋습니다. 국세청에서 10년을 기준으로 증여액을 파악하고 일정액이 초과되면 세금을 과세하기 때문에 "이 시점에 증여받았다"라고 명확하게 고지하는 것이 유리하기 때문입니다. 신고를 하지 않으면 어느 시점에 증여한 것인지 국세청에서는 파악할 수 없습니다.
만약 증여를 받아 이후 주택 자금으로 사용할 때에도 이에 대한 자금 소명을 요구받을 수 있어 증여세를 신고해야 합니다. 현금증여 신고는 세무대리인을 활용하지 않아도 홈택스(신고/납부→증여세→일반증여신고→현금증여 간편신고)에서 스스로 간편하게 신고할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