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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세극장]세금 때문에 정리한 30년 결혼 생활

  • 2023.05.18(목) 15:38

위자료 받은 후에도 함께 거주하며 배우자 간병
국세청 "사실혼 관계 청산 인정 안돼" 증여세 추징

그이를 만난 지 벌써 30여 년이 되었습니다. 긴 세월이지만 처음 만난 순간은 아직도 기억해요. 낭만이 가득한 시절이었습니다.

마음에 상처가 많았던 그는 저를 만나고 새로운 인생이 시작된 것 같다고 말하곤 했어요. 아내와 아이 셋이 있는 유부남이었지만 그런 현실은 서로 개의치 않았죠.

#두 집 살림 아닌 새 시작
"나랑 살자. 일 년 전에 집에서 나오면서부터 전처랑은 완벽히 정리했어."
"이혼은 하고 나랑 살자고 하는 거죠?"

저는 그이에게 이혼 신고는 했냐 물었지만 와이프가 해주지 않는다고 하더군요.
이혼 과정도 번거로운 데다가, 그이와 사이에 자녀도 있었으니까요.

#호적상 부부는 따로 있다
"이미 우리는 끝났잖아. 다른 사람이 있는 것도 뻔히 알고. 이혼 신고 좀 해줘"
"각자 신경 안 쓰기로 합의한 거 아닌가? 각자 살자. 내가 왜 해줘야 하지?"

비록 이혼 신고는 하지 않았지만 그이는 전처와의 모든 인연을 다 끊겠다는 약속을 지켰어요. 

그렇게 우리는 부부가 되었고 남편과 저는 아이 둘을 낳고 잘 살았어요. 남편이 번 돈도 저와 제 자녀들에게만 썼죠.

시간이 흘러 노년의 부부가 되었고, 남편의 건강에 큰 이상이 오기 시작했어요. 그제야 그동안 외면하고 있던 문제를 꺼내더군요.

#마지막 준비 
"내가 이 세상을 떠날 때 당신에게 남겨줄 것도 있어야 할 텐데..."
"그게 무슨 소리예요?"
"우린 법적인 부부가 아니잖아"

남편은 이 세상을 떠나면서 저에게 남겨줄 재산이 있을까 걱정했어요. 법적인 배우자가 아닌 사실혼 관계면 상속권이 없고, 증여를 받더라도 배우자로서 공제를 받지 못한다고 해요.

남편은 이쯤에서 그만하자는 말을 꺼냈어요. 그게 저를 위한 최선의 방법이라면서요. 사실혼 관계를 청산하면서 받는 위자료는 증여세를 내지 않는다고 해요.

#30년 결혼 생활의 끝자락
"이 돈은 그동안 결혼 생활에 대한 위자료야. 이제 우리는 부부가 아닌 거야."
"위자료는 우리 애들 위해서 잘 쓸게요."

그렇게 우리의 30년 결혼 생활은 막을 내렸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1년쯤 지났을까 국세청에서 세무조사를 나와 증여세를 내라고 했어요. 남편과 저의 결혼 생활이 끝난 게 아니기 때문에 위자료가 아니라 증여라는 논리였어요.

#국세청, 동거 관계 유지되었다고 판단
"재산분할 또는 위자료로 해당 금액을 받은 건 아닌 걸로 보입니다."
"무슨 소리죠?"
"계속 동일한 주소지에 함께 거주했던 것으로 봐 사실혼 관계는 지속되었던 걸로 판단됩니다."

나름 헌신해온 그동안의 세월이 억울해 조세심판원에 심판청구를 제기했지만, 조세심판원도 국세청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남편과 함께 살며 병간호를 했다는 사실 때문에 결국 증여세를 내게 됐습니다.

남편이 30여 년 전 집을 나오며 전처와 이혼하기로 합의했고, 신고만 안 했을 뿐이라는 사실도 전처의 진술서를 통해 확인해 주었는데도 말이죠. 그럼에도 조세심판원은 남편과 제 관계가 구체적으로 '중혼적 사실혼', 즉 '두 집 살림'에 불과하다고 말했습니다. 몇십 년의 세월을 그이와 함께 했지만 마무리는 씁쓸하게 되었네요.
 

◆ 절세 Tip
부부 공동생활을 하지만 혼인 신고를 하지 않은 상태를 사실혼이라고 한다. 법률혼 부부가 별거하고 있는 상태라 하더라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사실혼은 법률혼에 준하는 권리가 있다고 보지 않는다. 사실혼 상태에서는 배우자에게 증여받아도 증여재산공제를 받을 수 없고, 사망을 했을 때 상속권도 없다. 다만 사실혼 상태에서 이혼을 하면 재산분할이나 위자료를 청구할 수 있고, 이는 법률혼의 이혼과 마찬가지로 증여세를 과세하지 않는다. 다만 사실혼 관계가 청산되었다고 명확히 입증할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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