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정산은 직장인이 1년 동안 월급에서 뗀 소득세를 다시 정산해서 돌려받거나 더 내기도 하는 절차입니다. 매년 1월만 되면 회사에서 연말정산 안내를 받게 되는데요. 국세청이 제공하는 연말정산 간소화서비스를 이용해 각종 공제 자료를 다운받고 나서 소득·세액공제 신고서를 작성하게 됩니다.
최근에는 국세청 홈택스(PC)나 손택스(모바일)를 통해 간편하게 연말정산 서류를 제출할 수 있고, 더존이 제공하는 직장인 전용 앱 '나하고(NAHAGO)'를 통해서도 손쉽게 연말정산을 끝낼 수 있습니다.
연말정산 자료에는 급여나 개인의 사생활 정보가 담겨 있기 때문에 직장인 스스로 작성 및 제출해야 합니다. 그래서 '과연 내가 연말정산을 잘 했을까' 혹은 '옆 자리 동료는 연말정산을 어떻게 할까' 궁금하기도 하죠.
직장인들이 많이 이용하는 공제 항목들을 보면 힌트를 얻을 수 있습니다. 기획재정부가 국회의 예산안 심사를 받기 위해 제출한 '2023년도 조세지출예산서'에서 연말정산 관련 공제 항목들을 감면액 순서로 알아보겠습니다.
연말정산 공제 가운데 감면액이 가장 큰 항목은 보험료 세액공제입니다. 2021년 4조7542억원의 세금 감면이 이뤄졌고, 2022년은 5조4859억원, 2023년은 5조8902억원이 감면될 전망입니다.
보장성보험에 해당하는 생명·상해·손해보험료 납입액에 대해 연 100만원 한도로 12%를 세액공제합니다. 보험료로 100만원을 썼다면 연말정산에서 소득세 12만원을 돌려받는 겁니다. 군인·교원·경찰·수협 등 공제회의 공제에 대해서도 똑같이 보험료 공제를 적용합니다. 장애인전용 보장성보험료는 더 높은 15% 세액공제율을 적용하게 됩니다.
국민건강보험료, 고용보험료, 노인장기요양보험료도 특별공제 혜택이 있는데요. 근로소득에서 해당 보험료만큼 공제합니다. 세액공제처럼 세금을 깎아주는 것이 아니라 과세의 기준이 되는 과세표준을 낮추는 방식입니다.
예를 들어 근로소득금액이 4000만원인데 건강보험료로 100만원을 냈다면 과세표준이 3900만원으로 낮아지게 됩니다. 과세표준에 적용하는 세율이 15%라면 실제 세액은 1만5000원이 줄어드는 효과가 있죠.
국민연금보험료는 따로 집계하는데요. 국민연금에 가입한 직장인이 낸 보험료에서 공제를 통해 감면받는 금액은 2022년 기준 3조8404억원입니다. 공무원연금과 군인연금, 사립학교교직원연금 등 공적연금에 납부한 금액도 공제 대상입니다.
보험료에 이어 직장인에게 가장 인기가 많은 공제는 신용카드 등 사용금액에 대한 소득공제입니다. 줄여서 '신카공제'라고도 하죠. 1년동안 소비한 신용카드, 직불카드, 선불카드, 현금영수증 사용금액을 모아서 총급여의 25%를 넘었다면 공제가 가능합니다.
총급여 4000만원인 직장인이 신용카드 등으로 1000만원을 넘게 사용해야 공제가 이뤄지는 셈이죠. 현금영수증과 직불카드 사용액, 도서·공연·박물관·미술관 사용액은 30%의 공제율을 적용하고, 전통시장과 대중교통 비용은 40%를 공제합니다. 다만, 2022년 7월 1일부터 2022년 12월 31일까지 사용한 대중교통 비용은 한시적으로 80%의 공제율을 적용합니다.
무작정 소비를 많이 한다고 해서 환급액이 무제한으로 늘어나진 않습니다. 급여 수준에 따라 한도가 정해져 있기 때문이죠. 총급여가 7000만원 이하인 직장인은 300만원의 한도가 설정되고, 총급여가 7000만원을 넘고 1억2000만원 이하인 경우 230만원, 총급여 1억2000만원을 넘으면 200만원의 한도가 적용됩니다.
총급여 7000만원을 넘는 직장인은 도서·공연·박물관·미술관 사용액에 대한 공제를 받을 수 없다는 점도 주의해야 합니다.
신용카드 다음으로 많은 감면이 이뤄지는 공제 항목은 개인기부금입니다. 개인기부금 세액공제는 3년 전까지만 해도 공제항목 중 8위(9835억원)였지만, 2022년에는 4위(1조4567억원)로 올라섰는데요.
복지·문화·교육·종교 관련 단체에 기부한 금액의 15%를 세액공제받을 수 있습니다. 1000만원을 넘게 기부한 금액에는 30%의 세액공제 혜택이 부여되기 때문에 기부를 많이 할수록 환급에 유리합니다.
의료비 특별세액공제는 2022년 1조2130억원이 감면될 전망입니다. 총급여의 3%를 넘게 사용한 의료비에 대해 15%의 세액공제를 적용하는데요.
총급여가 4000만원이며 의료비로 120만원을 넘게 사용해야 공제가 가능합니다. 1년 동안 의료비 200만원을 사용했다면 총급여 3% 초과금액 80만원의 15%인 12만원을 돌려받는 셈이죠.
연금계좌 세액공제도 의료비와 비슷한 감면이 이뤄질 전망입니다. 2022년 감면액 1조2112억원, 2023년에는 1조2990억원이 예상되는데요. 연금저축을 통해 노후를 대비하면서도 세금을 환급받을 수 있는 가성비 높은 공제 수단입니다.
연금저축에 가입한 직장인은 1년 동안 납입한 금액을 연 400만원 한도로 세액공제받을 수 있습니다. 공제율은 총급여에 따라 각각 15%와 12%를 적용합니다. 총급여 5500만원 이하인 직장인은 15%, 총급여 5500만원 초과 직장인은 12%의 세액공제를 받게 됩니다.
총급여 5000만원인 직장인이 400만원을 납부했다면 60만원을 돌려받고, 총급여 6000만원인 직장인은 400만원을 납부하고 48만원을 돌려받을 수 있죠.
자녀를 키우는 직장인에게 유용한 공제 수단인 교육비 특별세액공제와 자녀세액공제는 최근 감면액이 조금씩 줄어드는 추세입니다. 3년 전이었던 2019년에는 각각 1조3000억원대의 감면액을 기록하면서 4위와 5위에 올랐지만, 2022년 기준 교육비 공제 9558억원(7위), 자녀세액공제 8654억원(8위)으로 떨어졌습니다.
교육비 공제는 본인을 위해 지출한 교육비 전액을 15% 세액공제받을 수 있고, 취학 전 아동이나 초·중·고 자녀는 연 300만원 한도가 설정되어 있습니다. 대학생 자녀가 있다면 비싼 등록금을 감안해 연 900만원까지 한도가 늘어납니다.
유치원에 다니는 자녀에게 학원비 등으로 300만원을 지출했다면 45만원을 환급받을 수 있죠.
자녀세액공제는 7세 이상의 자녀 1인당 15만원씩 세액공제를 적용합니다. 자녀가 2명이면 30만원의 세금을 돌려받을 수 있습니다.
자녀가 3명 이상이면 셋째 자녀부터 1인당 30만원을 세액공제합니다. 자녀 3명이면 세액공제로 60만원, 자녀 4명은 90만원, 자녀 5명은 120만원의 세액공제 혜택이 있습니다.
자녀를 출산하나 입양한 경우에도 세액공제가 있습니다. 첫째는 30만원, 둘째는 50만원, 셋째 이상은 70만원의 세액공제를 적용합니다.
전세나 월세를 살고 있는 직장인에게도 공제 혜택이 있습니다. 전세자금 차입금 상환액의 40%를 연 300만원 한도로 공제하는 주택자금 특별공제는 2022년 7544억원이 감면될 전망입니다. 무주택 세대주인 직장인에 한해 공제가 가능합니다.
월세 세액공제는 2022년 1848억원의 감면이 이뤄질 전망인데요. 총급여 7000만원 이하인 직장인이 국민주택규모 이하 주택, 오피스텔, 고시원 등에서 낸 월세에 대해 750만원 한도로 세액공제를 받게 됩니다. 총급여 5500만원 이하인 경우 세액공제율은 12%, 총급여 5500만원을 넘으면 10%의 세액공제를 적용합니다.
주택청약종합저축에 가입한 직장인은 납입금액의 40%를 근로소득금액에서 공제합니다. 납입금액 한도는 240만원이며, 총급여 7000만원 이하인 무주택 세대주가 혜택을 받게 됩니다. 2022년 기준으로 415억원의 감면이 이뤄질 전망입니다.
부양가족에 대한 추가공제 항목 중에는 경로우대자, 장애인, 부녀자, 한부모 공제 순으로 감면액이 많았습니다. 70세 이상 1인당 100만원을 공제하는 경로우대자 추가공제는 2022년 5690억원의 감면이 이뤄질 전망입니다. 또한, 장애인 추가공제(1인당 200만원)는 3738억원이 감면될 것으로 예상됐습니다.
부녀자 추가공제와 한부모 추가공제는 각각 721억원과 101억원이 감면될 것으로 예상됐습니다. 부녀자 추가공제는 근로소득금액 3000만원 이하인 여성 직장인이 연 50만원을 소득공제받는 제도입니다. 배우자가 있으면 소득공제가 되고, 배우자가 없으면 부양가족이 있는 세대주인 경우에 공제가 가능합니다.
한부모 추가공제는 성별을 따지지 않습니다. 배우자 없이 자녀를 키우고 있는 직장인은 연 100만원을 공제받을 수 있는데요. 부녀자 공제와 한부모 공제 요건을 동시에 충족하면 하나만 선택해야 합니다. 공제금액이 두 배인 한부모 공제를 선택해 100만원을 공제받는 것이 유리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