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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무조사한다고 금융거래정보 마구 요청해도 되나

  • 2020.02.07(금) 10:03

[Tax&]이동건 삼일회계법인 공인회계사

YS는 못 말려!

1993년 8월 금융실명제를 전격 실시한 고(故) 김영삼 대통령의 뚝심을 한마디로 표현한 말이다. 우리나라는 1960년대 이후 산업화를 위한 자금 마련을 위해 국민의 저축을 장려하고자 예금주의 실명 여부를 묻지 않았다. 

지금부터 약 27년 전인 1993년 당시에는 가명·차명·무기명에 의한 금융거래가 허용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금융실명제의 전격 실시로 무기명과 가명거래가 불가능해지면서 돈에 꼬리표가 달렸다. 부정부패 척결은 물론 검은돈의 출처를 조사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된 것이다. 

국제통화기금(IMF) 보고서에 따르면 2015년 우리나라의 지하경제 규모는 약 310조원으로 국내총생산(GDP)의 19.8%로 추산된다. 이는 1991년의 약 70조원, GDP의 34.5%와 비교하면 지하경제 규모는 약 4배 늘어난 반면, GDP 대비 비율은 43% 줄었다. 

1999년부터 실시된 신용카드 소득공제제도는 자영업자의 세원을 양성화하는데 큰 기여를 한 것으로 추정된다. 현재 신용카드를 받지 않는 서비스업은 거의 찾아볼 수 없으며 몇 천원도 신용카드로 결재하는 것이 일반화됐다. 

반면 2001년부터 시행된 금융소득 종합과세제도의 지하경제 양성화 효과에 대해서는 이견이 있다. 종합과세를 회피하기 위해 금괴나 현금을 금고 속에 보관하는 사례가 늘어난 것으로 추정되기 때문이다.

금융실명거래 및 비밀보장에 관한 법률(금융실명법)의 가장 중요한 조문 중의 하나가 금융거래의 비밀보장 조항(금융실명법 제4조)이다. 즉, 금융회사에 종사하는 자는 명의인의 서면상의 요구나 동의를 받지 아니하고는 금융거래정보를 타인에게 제공하거나 누설하는 것이 금지된다. 

또한, 누구든지 타인의 금융거래정보 제공을 요구하는 것이 금지된다. 금융거래의 비밀보장의무를 위반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된다.

다만, 일정 요건을 충족하는 경우에는 그 사용 목적에 필요한 최소한의 범위에서 거래정보 등을 제공하거나 그 제공을 요구하는 것이 허용된다. 그 중에는 조세에 관한 법률에 따라 제출의무가 있는 과세자료 등의 제공과 소관관서의장이 상속·증여 재산의 확인, 조세탈루의 혐의를 인정할 만한 명백한 자료의 확인, 체납자의 재산조회, 조세에 관한 법률에 따른 질문·조사를 위해 필요로 하는 거래정보의 제공이 있다.

우리나라에는 금융위원회에 금융정보분석원(FIU)를 두고 있다. FIU는 자금세탁이나 범죄에 사용되는 자금거래를 포착하기 위해 금융기관으로부터 건당 1000만원 이상의 현금거래정보를 제공받는다. 

FIU는 '조세탈루혐의 확인을 위한 조사업무'에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위 정보를 국세청장에 제공한다. 2013년 이전에는 '조세 범칙사건 조사'인 경우에만 정보를 제공할 수 있었으나 이제는 조세탈루혐의만 있어도 정보를 제공받을 수 있도록 하여 개인금융거래정보의 비밀보장의무가 완화됐다.

과세관청이 세무조사를 위해 개인금융정보를 과다하게 요청하는 경우 과세가 취소되는 경우도 있다. 아래 조세심판원 판단 사례를 보자.

(과세 현황) 
개인사업자 A는 먼 친척인 B로부터 컨테이너 박스를 구입한 후 구매대금을 B의 사업용 계좌가 아닌 개인 계좌로 입금함. A는 본인이 입금한 기간인 2011년 거래를 B의 차명계좌로 입금한 것으로 보고 탈세제보 함. 과세관청은 2011년은 물론 2016년까지 B의 금융거래정보를 요청하여 부가가치세 신고서와 대조해 차이를 현금 매출 누락분으로 보아 과세함.  

(조세심판원 판단) 
탈세제보내용 상 탈세혐의 거래기간이 약 1개월(2011년 11월말 ~ 12월) 정도의 단기간임에도 조사청은 정보제공요구에 대한 명백한 목적 없이 단순히 금융거래정보 제공요구서 상에 사용 목적을 '세무조사'로 기재하고 6개년도(2011.1.1.~2016.12.31.)의 거래정보를 지나치게 확장해 조회함. 이는 금융실명법 상 조세탈루의 혐의를 인정할만한 명백한 자료의 확인 등 사용 목적에 필요한 최소한의 범위에서 거래정보 등을 요구해야 하는 의무에 충실히 따르지 아니한 것임. 그러므로 금융실명법 상 금융거래의 비밀보장의 원칙 등에 대한 그 위법성의 하자가 중대하고 명백해 처분청이 쟁점금액을 매출누락한 것으로 보아 청구인에게 부가가치세를 과세한 처분은 잘못이 있는 것으로 판단됨(조심-2018-중-3521, 2019.09.19.).

위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조사관청은 탈세제보 기간이 1개월인데 무려 6년 치의 금융거래정보를 요구했고 탈세제보사실 확인 목적도 특정하지 않고 일반적인 세무조사로 기재한 잘못이 있다. 비록 조세탈루혐의를 확인하기 위한 목적이라도 개인의 금융거래정보를 지나치게 요청, 수집하는 경우에는 납세자의 성실성 추정 및 세무조사권 남용금지 원칙에 위배된다. 

즉, 세무공무원은 신고 내용에 탈루나 오류의 혐의를 인정할 만한 명백한 자료가 있는 경우 등을 제외하고는 납세자가 성실하며 납세자가 제출한 신고서 등이 진실한 것으로 추정해야 한다(국세기본법 제86조의3). 아무리 지하경제를 양성화하는 목적이 정당하더라도 개인금융정보의 기밀유지의무는 엄격하게 해석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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