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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혼 로맨스의 재산분쟁과 세금

  • 2019.04.22(월) 08:17

[Tax&]이동건 삼일회계법인 공인회계사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2018년 65세 이상 인구(고령인구)는 738만1000명으로 전체 인구 중 약 14.3%를 차지한다. 이러한 고령인구 비중은 1960년 2.9%에 비해 약 5배 증가한 수준이며, 이후에도 계속 증가해 2030년에는 24.3%, 2060년에는 40.1%로 높아질 전망이라고 한다.

우리나라는 2000년에 이미 고령화사회(고령인구 7% 이상), 2017년에 고령사회(14% 이상)에 진입했으며, 2030년 전에는 초고령사회(20% 이상)로의 진입이 확실시 된다.
  
노인 인구의 증가로 인해 '황혼 로맨스'도 주위에서 자주 볼 수 있는 풍경이 됐다. CC(캠퍼스 커플)에 빗대어 BC(복지관 커플), CC(콜라텍 커플), MC(무비 커플) 등 신조어도 생겨났다. 노년에 혼자가 돼 쓸쓸한 삶을 살기보다는 새로운 동반자를 찾는 노력이 낯설지 않게 된 것이다.
  
이러한 황혼 로맨스는 가족 간에 많은 갈등을 초래하기도 한다. 특히 재산이 많은 노인의 경우 자식들이 재혼을 반대하는 경우가 많다. 자기들 상속재산의 몫이 줄어들 것으로 우려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최근에는 결혼대신 '주혼(走婚)'이라는 용어가 생겼다. 상대방이 보고 싶으면 언제든지 달려가는 사실혼 상태를 말한다.
  
현행 민법상 혼인은 법률혼, 즉 혼인신고를 한 경우에만 인정되므로 법률혼 상태의 배우자는 상속권이 있다. 반면 사실혼 상태의 배우자는 유언으로 재산을 증여받는 유증(遺贈)의 방법 이외에는 재산을 상속받을 권리가 없다. 많은 자식들이 노인의 재혼신고는 극구 반대하지만 동거하는 것은 찬성하는 이유다.

그러나 사실혼 관계에서도 재산 관련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아래 사례를 보자.

60대에 부인이 급사하는 바람에 졸지에 혼자가 된 A노인은 지방에서 의사로서 많은 재산을 축적하고 있었다. 70대에 우연히 새로운 50대 미망인 B여인을 만나 동거를 시작하게 됐다. B여인은 A노인에게 굳이 혼인신고를 요구하지도 않았고, 자식들은 외로운 아버지를 정성스럽게 뒷바라지하는 B여인에게 감사하는 마음으로 동거에 반대하지 않았다. B여인에게는 친자식이 2명 있었고, A노인의 자식들과의 관계도 좋았다.

문제의 발단은 최근에 80대인 A노인이 쓰러지면서부터다. 아버지의 통장을 정리하던 자식들은 아버지의 그 많던 재산이 거의 남아있지 않은 것을 발견한 것이다. 지방에서 유명한 의사였던 A노인은 최근까지도 의원을 운영하면서 적지 않은 돈을 벌고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노인의 이름으로 된 재산이 거의 없었던 것이다. A노인은 젊었을 때부터 본인의 통장 관리 등 재산을 배우자에게 일임하고 있었고, 동거하고 난 이후에도 B여인에게 재산관리를 맡기고 전혀 신경쓰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많은 돈이 B여인 손자녀들의 유학자금과 아파트 매입자금 등으로 흘러들어 갔고, B여인은 명품과 외제차 구입 등에 자기 돈인양 흥청망청 쓴 것이다. A노인이 쓰러진 직후에도 거액의 돈이 B여인 구좌로 이체된 사실도 발견했다. A노인의 자식들은 B여인이 괘씸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어떻게 해야 아버지 재산을 다시 찾아올 수 있을지 고민이다.

위 사례와 같이 A노인이 재혼신고를 하지 않고 사실혼 관계인 경우 일반적으로 A노인의 자식들은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 A노인의 사후에 본인들이 재산을 상속 받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례와 같이 A노인의 생전에 증여된 재산은 B여인이 사기나 부정한 방법으로 재산을 빼돌렸다는 증거가 있지 않는 한 다시 돌려받기가 힘들다.

사실혼 관계인 B여인은 비록 A노인의 사망 시에 상속권은 없더라도 사망하기 전에는 이혼 시 재산분할청구권이 있다. B여인이 A노인의 생전에 이전 받은 재산이 사실혼 관계를 청산하면서 받은 위자료나 재산분할한 것으로 인정된다면 증여세나 양도소득세의 문제는 없다. 반면 그 이전받은 재산이 증여를 받은 것으로 간주될 경우에는 B여인과 그 자식들은 거액의 증여세와 가산세를 과세당할 수 있다.  
  
이렇듯 사실혼 관계의 황혼 로맨스는 항상 재산 문제가 얽혀 있다. '돈은 피보다 진하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혈육 간에도 재산 갈등이 만연한데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관계에서는 그 갈등이 오죽하랴?

사실혼 관계 전에 양당사자는 물론 가족들 간에 향후 재산분배에 관한 명확한 합의가 없으면 죽음 직전까지 가족의 갈등을 보아야 하는 불행에 처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황혼 로맨스의 시작은 사랑이었을지 몰라도 대부분의 결말은 돈과 관련된 다툼이라는 현실이 서글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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