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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년 묵은 접대비 제도, 이제는 바꿔보자

  • 2019.03.07(목) 10:02

[Tax&]이동건 삼일회계법인 공인회계사

최근 '접대비'라는 용어를 변경하려는 국회의원들의 세법개정안 제출이 활발하다. 접대비라는 용어가 주는 부정적인 의미를 줄이기 위해 대외업무협력비(이종구 의원), 거래증진비(김병욱 의원), 대외업무활동비(박경미 의원) 등으로 바꾸자는 제안이다.

접대비 세법 규정은 언제부터 생겨났을까. 법인세법상 접대비 손금불산입 규정이 최초로 도입한 시기는 놀랍게도 1950년이다. 우리나라의 법인세법이 최초로 제정된 것이 1949년 11월 7일인데 6·25 전쟁 중인 1950년 12월 1일에 접대비 한도 규정이 신설된 것이다.

당시 법인세법 제4조에는 "법인이 각사업연도에서 지출한 기부금, 접대비 또는 이에 유사한 지출금으로서 대통령령의 정하는 바에 의하여 계산한 금액을 초과하는 부분의 금액은 소득계산상 이를 손금에 산입하지 아니한다"고 되어 있다. 1951년 2월 9일 법인세법 시행령에 신설된 접대비 한도 규정은 자본금액과 소득금액 각각에 일정 비율을 곱한 금액을 한도로 법인세법상 손금으로 인정했다.
  
기업의 원활한 영업 활동을 위해서 관련 거래처 임직원과의 교류가 필수적임에도 불구하고 접대비 한도를 규제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당시의 입법 취지는 명확하지 않지만 1950년 국회의사록을 보면 "접대비의 지출을 제한하여 법인의 손익계산에 예외를 두겠다"는 내용이 있었다.

접대비 지출을 제한하는 이유는 추측하건데 '접대'라는 단어가 주는 불건전하고 향락적이라는 부정적인 이미지가 가장 클 것이다. 또한 접대를 하면 접대 상대방은 물론 접대 당사자도 그 혜택을 누리므로 접대비 전체를 법인 손금으로 인정하기에는 무리라고 판단한 것으로 생각된다. 접대비 한도를 두지 않으면 사적으로 지출한 비용도 법인 손금으로 처리할 개연성이 높다는 점도 염두에 두었을 것이다.
  
외국 사례를 보아도 대부분의 국가가 접대비 지출액의 손금 산입을 규제하고 있다.

미국은 사업상 직접 관련한 음식물비는 50%까지 손금으로 인정된다. 2018년부터 오락이나 여흥(entertainment)을 위한 지출액은 전액 불공제한다.

독일은 접대 목적이 명확한 경우 접대비 지출액의 70%까지 손금으로 인정된다.

캐나다는 접대비 지출액의 50%까지 인정된다.

일본은 1인당 5000엔 이하의 식음료비는 회사 규모에 관계없이 손금으로 인정되고 5000엔 초과 식음료비는 50%가 손금으로 인정된다. 식음료비 이외의 교제비는 중소기업만 800만엔을 한도로 손금으로 인정된다.

중국은 접대비 지출액의 60%와 매출액의 0.5% 중 적은 금액을 한도로 손금으로 인정된다.

여기서 흥미로운 것은 일본과 중국은 우리나라와 같이 접대비 금액 한도가 있고 다른 서구 국가는 손금인정 한도 금액이 없다. 미국 등은 지출액의 일정 비율(50%~70%)을 손금으로 인정하고 있을 뿐 절대금액으로 규제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이러한 현상은 우리나라를 비롯한 동아시아 국가의 접대문화가 다른 서구 국가와는 다르기 때문에 좀 더 규제를 강화한 것이라고 추측해 볼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접대비에 대한 규제가 1950년 최초로 도입된 이래 약 70년 동안 매출액이나 자본금 등을 기준으로 손금인정 한도금액을 정하는 기본적인 틀은 한번도 바뀐 적이 없었다. 이는 동일한 규모의 회사에 대해서는 동일한 접대비 금액을 손금으로 인정하겠다는 것으로 일면 합리적으로 보일 수 있다.

그러나 다음 사례를 보면 현행 접대비 제도가 비합리적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A사는 제조업을 영위하는 중소법인으로 경쟁이 심한 다품종 전자부품 업체다. 거래처가 200개에 달해 수시로 거래처 관리에 신경을 써야 한다. 연간 접대비 지출액이 1억원에 달한다.

B사는 중견기업 하나에만 기계를 수입해 납품하는 업체로 관리하는 거래처가 하나 뿐이다. 연간 접대비 지출액은 3000만원이다.

여기서 A사와 B사의 매출액이 같으면 접대비 한도 금액도 같다. 접대비 한도 금액을 3000만원으로 가정하면 A사는 7000만원을 손금으로 인정받지 못하지만 B사는 전액 손금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만약 외국과 같이 접대비 지출액의 50%만 손금으로 인정한다면 A사는 5000만원, B사는 1500만원을 손금으로 인정받지 못한다.

과연 어느 제도가 합리적인가. 현재의 제도는 굳이 접대비 지출이 필요하지 않은 업종의 회사도 접대비 한도 금액만큼 지출해도 된다는 불합리한 점이 있다. 반면 접대비 실제 지출액의 일정비율을 손금부인하는 방법은 각 회사의 특성을 고려해 손금부인액이 달라지므로 보다 합리적이라고 할 수 있다.
  
과세당국이 신용카드 사용 장려 등 지속적인 세원 양성화 노력으로 현재는 음식비 등 접대성 지출의 상당부분이 투명화되어 있다. 2016년부터 시행되고 있는 '김영란법'으로 인해 뇌물성·소비성 접대비의 과도한 지출은 상당부분 억제되고 있다.

연도별 접대비 지출액은 2008년 7조원에서 2016년 10조9000억원으로 꾸준히 증가하다가 2017년에는 10조7000억원으로 전년대비 첫 감소 추세를 보였다. 또한 회사별 평균 접대비 지출액은 꾸준히 증가하다가 2012년 1900만원을 정점으로 계속 감소해 2017년에는 1500만원대를 기록했다. 
  
이제는 70년 전과는 완전히 달라진 경제적, 사회적 환경을 고려해 접대비 제도를 새롭게 검토하고 손질해야 할 때다. 접대비를 더 이상 부정적인 색안경을 끼고 볼 것이 아니라 회사의 성장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비용이라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경기 활성화를 위해 일정한 금액(예를 들어 일인당 3만원) 한도 내의 식사비는 전액 손금으로 인정해 주는 것이 타당하다.

보다 합리적인 접대비 부인액 계산 방법을 강구하고, 필요하다면 접대비라는 용어를 바꾸는 방법도 적극 고려해 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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