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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후 안전망 `자식연금` 도입하자

  • 2018.10.19(금) 15:24

[Tax&]이동건 삼일회계법인 공인회계사

65세 이상의 인구 비중이 전체 인구의 20%를 넘는 사회를 '초고령 사회'라고 한다. 일본은 이미 2006년에 초고령 사회에 진입했으며 우리나라도 2025년이면 진입할 예정이라고 한다. 2030년이 되면 4명 중 1명이 65세 이상의 노인이라고 하니 은퇴 후 연금소득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우리나라의 연금체계는 크게 3층 구조로 이루어져 있다. 국민연금이 가장 기초가 되고, 퇴직연금이 2층, 개인연금이 3층이 되는 구조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2015년 기준 우리나라의 노인빈곤율이 절반에 가까운 46%에 달해 OECD 국가 중 1위라고 한다. 
 
그러나 OECD의 발표에는 맹점이 있다. OECD는 노인빈곤율을 계산할 때 노인이 보유한 주택이나 예금 등 재산은 고려하지 않고 연금이나 이자소득 등과 같은 월 소득이 중위 가처분소득의 50% 미만인 경우 빈곤으로 본다. 극단적인 예를 든다면 70대 노인이 50억원의 자산을 가지고 있더라도 매월 60만원의 소득만 있다면 빈곤층으로 분류되는 것이다. 
 
물론 다른 나라의 노인들도 집이나 예금을 가지고 있겠지만 특히 부동산을 선호하는 우리나라의 특성상 특별한 고정 수입이 없이 주택 한 채만 보유하고 있는 경우가 다른 나라보다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렇게 은퇴 후 특별한 고정수입이 없이 집 한 채만 가지고 있는 노인들을 위해 도입한 제도가 '주택연금'이다. 주택소유자 또는 배우자 중 한 명이라도 만 60세 이상이면 소유 주택을 은행에 담보로 맡기고 본인이 살던 집에서 계속 거주하면서 평생 혹은 일정한 기간 동안 매월 연금을 받을 수 있다. 국가가 그 지급을 보증해주며 주택을 담보로 노후생활 자금을 마련하는 '역모기지론'인 것이다.
 
2008년에 도입된 주택연금 제도는 기대와는 달리 활성화 되지 않고 있다. 주택가격 9억원 이하까지 자격이 있으나 신청자는 대부분 1억~2억원짜리 주택 소유자들이다. 아직까지는 본인의 유일한 재산인 주택을 은행에 담보로 잡히고 연금대출을 받는다는 것 자체를 꺼리고 있는 것 같다. 
 
그렇다면 아무런 소득이 없이 자식들이 주는 용돈에 의존해 빈곤한 생활을 하며 집 한 채만 가지고 있다가 세상을 떠나는 게 최선일까. 이 경우 자녀들에게 상속세 부담은 물론 상속분쟁으로 형제간의 우애를 상하게 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아니면 자식을 믿고 주택을 먼저 자식에게 넘긴 다음 매월 상당한 생활비를 받거나 봉양하도록 하는 방법도 있다. 그러나 이 역시 증여세 부담은 물론 당초 약속과는 다르게 자식들의 변심으로 부모를 봉양하지 않는 사례가 적지 않다. 
 
이를 사전에 방지하기 위해서는 이른바 '자식연금'이라는 제도를 세법에 도입하는 것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자식연금이란 주택연금과 유사하게 자식에게 주택을 넘기고 그 대가로 생활비를 연금으로 받는 방식이다. 
 
상속세 및 증여세법에서는 원칙적으로 부모가 자식에게 과거 10년간 증여한 금액이 5000만원(자식이 부모에게 증여한 경우에도 5000만원)을 넘으면 증여세 과세대상으로 보고 있다. 
 
현재 과세당국은 부모가 자식에게 아파트 명의를 이전해주면 증여로 보아 과세하고, 그 대가로 자식이 부모에게 사회통념을 넘어서는 생활비를 주는 것도 증여세를 과세하고 있다. 자식연금에 대한 대법원 판례를 하나 소개한다.
 
보험설계사 A씨는 부모가 살고 있는 시가 1억6000만원 아파트 소유권을 2009년 본인 명의로 이전 등록했다(취득 원인은 증여). 이때 증여세 신고를 하지 않았는데 2012년 세무서에서 증여세 약 2000만원을 부과했다. 
 
A씨는 아파트 소유권 이전 대가로 어머니에게 2007년부터 2013년까지 매월 120만원씩 7000만원을 생활비로 송금하고, 2011년 어머니의 채무인 아파트 담보대출 6000원만도 대신 갚았으므로 증여가 아닌 '매매'로 봐야한다고 주장했다. 
 
조세심판원은 "생활비를 준 것은 자식으로서 부양의무를 이행한 것에 불과하므로 증여로 봐야한다"며 "다만 은행 대출금을 부모 대신 변제한 것은 부담부증여로 보고 증여가액에서 공제한다"고 결정했다. 
 
하지만 이 사건은 A씨가 제기한 행정소송을 통해 대법원 판결까지 받게 됐다(대법원 2014. 10. 15. 선고 2014두9752 판결). 
 
대법원은 "월 120만원이라는 생활비 금액은 딸의 재산상태를 보아 일상적인 부양의무로 보기는 어렵고, 딸이 아파트 담보대출을 대신 갚아줘야 할 정도로 부모의 사정이 어려웠다"며 "이미 부모에게 준 돈의 총액(1억3000만원)이 해당 아파트 가격(1억6000만원)에 상당하는 금액이라는 점 등을 감안해 증여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판결문에서 "소유 주택을 담보로 맡기고 평생동안 연금방식으로 노후생활자금을 지급받는 주택연금과 비슷한 거래 형태인 만큼 증여가 아닌 매매로 봐야 한다"는 해석도 내놨다. 
 
현행 세법 규정에서는 증여를 원인으로 주택을 이전등기한 경우 세무서에서는 실무적으로 증여세를 부과할 수밖에 없다. 주택을 이전한 것과 자녀가 부모에게 준 금액을 각각 별도의 증여로 보는 것이 현행 세무서의 입장이다. 
 
자녀에게 주택을 이전하고 그 대가로 매월 일정 금액의 생활비를 받으려면 매매계약서를 작성하고 '매매'를 원인으로 이전등기하는 것이 필요하다. 
 
현행 상속세 및 증여세법(제44조)에는 "배우자 또는 직계존비속에게 양도한 재산은 양도자가 그 재산을 양도한 때에 그 재산의 가액을 배우자 등이 증여받은 것으로 추정해 이를 배우자 등의 증여재산가액으로 한다"라고 해서 원칙적으로 증여로 보도록 규정하고 있다. 
 
다만 자녀가 재산의 취득을 위해 실제로 그 대가를 지급한 사실을 명백하게 입증하는 경우에는 증여가 아닌 매매로 인정받을 수 있다. 그 대가를 매월 생활비로 받는 경우 금융기관이 아닌 자식으로부터 주택연금을 받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아직 현행 세법상 '자식연금'과 관련한 분명한 규정이 없기 때문에 앞으로도 자식연금과 관련한 과세 및 조세불복이 적지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 
 
특수관계자인 부모와 자식 간의 양도거래 시 양도한 주택의 시가와 지급할 연금의 대가를 어떻게 평가할 것인지, 어느 정도까지 증여로 보지 않을 것인지 등을 세법에 명확히 규정한다면 납세자의 혼란과 납세비용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자식연금 규정이 세법에 명시되면 과세관청은 자식이 부모에게 생활비를 실제로 지급했는지 여부를 장기간 추적, 관리해야 하는 부담이 생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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