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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여와 상속의 줄타기

  • 2019.08.05(월) 11:01

[Tax&]이동건 삼일회계법인 공인회계사

인간이 일생동안 피할 수 없는 것이 두 가지 있다. 바로 죽음과 세금이다. 그런데 죽음과 세금이 동시에 적용되는 것이 '상속세'다. 

반면, 사망 전에 본인의 재산을 미리 나누어주면 '증여세'가 과세된다. 증여세와 상속세 세율은 최고 50%로 동일하다. 

증여세를 과세하는 것은 상속세가 존재하는 이유이기도하다. 만약 증여세가 없고 상속세만 있다면 죽음을 맞이하기 전에 모두 증여할 것이므로 상속세가 없을 것이다. 그래서 증여세는 상속세의 '보완세'라고도 한다.


얼마전 장례식장에서 만난 지인이 필자에게 질문을 했다. 지인은 "자식들에게 사전 증여를 하려고 하는데 증여세를 절감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 있으면 알려달라"고 했다. 

상황을 듣고 난 뒤 조세전문가인 필자도 난감했다. 이미 사전증여의 장점이나 방법을 대부분 알고 있었기에 추가적으로 해 줄 말이 별로 없었기 때문이다.

국세청의 2019년 국세통계연보에 따르면 2018년의 증여재산가액은 약 27조원으로 10년 전의 약 7조원에 비해 4배 정도 증가했다. 2018년 이전 10년간 동일인으로부터 증여받은 금액도 약 11조원에 달해 증여세 과세가액에 가산됐다. 

2018년의 증여세 신고건수도 역대 최다인 약 14만5000건에 달한다. 상속세 과세가액에 가산되는 사망 전 10년 이내 사전 증여금액 및 비율도 2018년 2조8000억원 및 13.4%로 2009년의 8000억원 및 10.1%에 비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몇 년전 장관 후보자의 초등학생 딸이 거액의 상가를 사전증여 받은 것이 언론에 공개돼 논쟁거리가 된 적도 있다. 이렇게 사전증여가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일반적으로 재산을 전부 상속하는 것보다 일부 사전증여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알려진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증여는 사전에 증여할 재산을 선택할 수 있다. 향후 가격이 상승할 것으로 예상되는 재산을 선택해 현재 가격으로 증여할 수 있는 것이다. 반면 상속은 사망 시 존재하는 모든 상속재산이 과세대상이 되어 선택권이 없다.

둘째, 증여는 실행 시기를 선택할 수 있다. 특히, 10년 주기로 증여하면 배우자 공제 6억원, 자녀공제 5000만원 등을 활용해 증여세 없이도 상당한 재산을 가족들에게 넘길 수 있다. 반면 상속은 사망시점을 기준으로 하므로 과세시점을 특정할 수 없다.

셋째, 증여는 증여재산의 시가가 저점일 때를 선택해 과세표준을 낮출 수 있다. 특히, 불경기일 때 주식 평가액이 낮아지고, 부동산 불황기를 잘 이용하면 적은 증여세로 향후 증여재산이 크게 불어나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반면 상속은 사망시점의 시가로 계산하므로 본인이 시가를 관리할 수 없다.

마지막으로, 증여는 배우자와 자녀 등 상속인은 물론 손자·손녀, 사위·며느리 등에게까지 그 범위를 넓힐 수 있으므로 과세가액을 분산할 수 있다. 반면 상속은 상속인에게만 재산이 넘어가므로 고율의 누진세가 적용될 가능성이 높다. 

물론 위와 같은 사전증여의 유리한 점이 모든 케이스에 일률적으로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특히, 시한부 생명인 경우 굳이 사전증여를 할 필요는 없다. 사망 전 10년 이내 증여분은 모두 상속재산에 가산돼 상속세가 과세되기 때문이다. 

상속재산이 10억원에 미달하는 경우에도 사전증여의 효과는 크게 없거나 오히려 불리할 수도 있다. 어차피 상속 인적공제 등으로 상속세가 거의 나오지 않는데 미리 증여세를 냈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사전증여의 가장 큰 문제는 부모를 설득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특히, 부모가 거액의 재산가인 경우 자식들이 감히 '사전증여'를 입 밖에 내기가 어렵다. 사전증여라는 말을 들은 대부분의 부모들은 "내가 곧 죽는다고? 괘씸한..."이라는 반응이기 때문이다. 

잘못했다가는 불효자식으로 부모의 눈 밖에 나서 상속에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 실제로 세무전문가가 사전증여 및 상속세 플랜을 제안했다가 이런 반응 때문에 업무로 연결되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한다. 

그러나 본인이 건강하다고 자신하지만 죽음은 불시에 올 수 있다. 이미 고인이 된 대한전선 설원량 회장의 케이스를 보면 평소 건강에 자신이 있었지만 사우나에서 쓰러져 갑자기 생을 마감했다. 

장기간에 걸쳐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고 플랜을 짜는 것과 아무 대책 없이 불시의 죽음으로 남은 가족들이 상속세를 걱정해야하는 상황은 너무나 큰 차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다행히 사전증여나 상속플랜과 같은 용어가 과거에 비해서는 많이 알려져서 대재산가는 물론 일반인들도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혹자는 생전의 소득세를 납부한 재산에 대해 사망 시 상속세를 과세하는 것은 이중과세라고 하거나 경기활성화를 명분으로 상속세 폐지를 주장하기도 한다. 

반면, 금수저로서 거액의 재산을 상속받는다는 것은 사회생활 출발 시부터 불공정한 경쟁을 가져오는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의견이 많다. 즉, 조세공평주의에 따라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불로소득에 대해 상속세를 과세해야 한다는 우리나라의 과세감정을 고려하면 상속세를 폐지하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단지 장기적인 관점에서 합법적인 방법으로 절세를 하는 것이 최선일 것이다. 반면, 본인 사후에 가족 간의 상속분쟁이 나지 않을까 걱정하기보다는 생전에 자신이 축적한 재산은 사회에 환원하거나 소비해 상속재산을 최소화하는 것도 현명한 방법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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