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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테이블코인을 둘러싼 외환 규제의 딜레마

  • 2025.07.28(월) 07:00

[프리미엄 리포트]황인욱 법무법인 대륙아주 변호사

무역업자부터 개인 투자자까지 스테이블코인을 사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습니다. 스테이블코인은 그 가치가 달러나 원화와 같은 법정화폐와 일대일로 대응되는 디지털 자산입니다. 스테이블코인인 USDT나 USDC의 경우 달러와 일대일로 연동되면서 널리 사용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 외국환거래법은 여전히 20년 전 틀에 묶여 있습니다. 해외 결제에 스테이블코인을 사용했다는 이유로 처벌은 가능하지만, 정작 사전신고는 받지 않습니다. 이대로 가면 외환 제도가 현실을 따라가지 못해 시민들과 기업이 법의 사각지대에 놓일 위험이 커지고 있습니다. 황인욱 법무법인 대륙아주 변호사가 스테이블코인과 외국환거래법의 문제점에 대해 짚어봤습니다.

외국환거래법과 외국환, 지급수단

외국환거래법은 기본적으로 외국환을 규제하는 법이다. '외국환'은 대외지급수단과 외화증권, 외화파생상품 및 외화채권을 말한다. '지급수단'은 쉽게 말해서 물건을 사거나 빚을 갚을 때 사용하는 돈과 돈 대신 사용할 수 있는 것이다. 대외지급수단은 말 그대로 그러한 지급수단 중 외국통화로 표시되거나 외국에서 사용할 수 있는 것이다. 달러나 유로화, 위안화와 같은 외국통화가 그 예이다. 애플페이나 알리페이 같이 외국에서 사용 가능한 선불지급수단도 대외지급수단으로 본다. 

외국환거래법은 기본적으로 외국환 매매를 규제한다. 급격한 외화 유출로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을 신청했던 뼈아픈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외국환 매매를 '외국환업무'로 규정하고 규제당국이 인정한 라이선스를 취득한 사업자만이 할 수 있도록 하였다. 개인 간 외국환 매매는 규제한다.

코인을 외국환거래법의 지급수단에 포함시키지 못하는 이유

코인은 외국환거래법의 지급수단으로 명시되어 있지 않다. 코인을 지급수단으로 명시하자는 논의가 있었지만 진전은 없다. 지급수단으로 명시되면 코인 매매를 업으로 하기 위해서는 가상자산사업자 외에 별도 라이선스가 있어야 한다. 개인 간 코인 매매도 규제한다. 코인 매매도 외국환 매매이기 때문이다. 규제와 친한 외환당국이 코인을 섣불리 규제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 이유는 코인이 달러와는 달리 탈중앙화(Decentralization)되어 있기 때문이다.

달러의 국경 간 이동은 규제당국이 길목만 잘 지키고 있으면 그 현황을 파악할 수 있다. 국경 간 이동을 위해서는 'SWIFT'라고 불리는 국제은행간 통신망을 이용하거나, 현찰을 들고 공항 세관검문소를 거치는 방법 밖에는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코인의 국경 간 이동은 개인 간에 직접 이루어진다. 상대방의 전자지갑 주소만 알고 있다면 은행을 통하지 않고도 직접 코인을 이체할 수 있다. 외환당국은 우리나라에 거주하는 사람들이 보유한 전자지갑으로 얼마나 많은 코인이 들고 나갔는지 알 방법이 없다. 이러한 상황에서 코인을 달러와 같이 규제하는 것은 스스로 감당 못할 일을 자초하는 것임을 규제당국도 아는 것이다.

스테이블코인이란

스테이블코인은 그 가치가 달러나 원화와 같은 법정화폐와 일대일로 대응되는 가상자산을 말한다. 가장 많이 사용되는 USDT(테더라는 이름의 스테이블코인)를 예로 들면, 1USDT는 1달러의 가치를 가진다. 가치가 달러와 동일하므로 비트코인과 같이 투자 대상은 되지 않는 대신, 가치 안정성 때문에 사실상 지급수단으로 이용되고 있다. 민간에서 발행하는 스테이블코인이 어떻게 그 가치가 담보되나? USDT의 경우 발행사가 발행한 스테이블코인만큼 안전자산을 보유한다. 최근 미국에서 입법된 지니어스 법도 스테이블코인의 법적 지위는 인정하되, 발행한 스테이블코인만큼 달러 또는 그에 준하는 미국 국채를 담보로 보유하도록 법적으로 강제하는 법으로 볼 수 있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USDT는 1600억 달러가, USDC(USD Coin의 줄임말·스테이블코인 종류)는 640억 달러가 발행되어 사용되고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는 어떨까. 우리나라 코인 거래소에 스테이블코인이 상장된 것은 2023년 말이었다. 하지만 스테이블코인은 그 이전부터 온라인에서 중고물품 거래하듯 개인 간 거래가 이루어지고 있었다. 처음 스테이블코인의 쓰임새는 해외 가상자산 투자를 위한 지급수단이었다. 바이낸스와 같은 해외 거래소에서 비트코인을 구매하기 위해서는 스테이블코인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그 이후 무역대금 결제수단으로도 이용되기 시작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러시아 금융 제재가 직접적인 확산의 계기를 제공했다. 러시아와는 은행을 통해서 대금 결제가 불가능하니, 가치가 달러와 동일한 스테이블코인을 결제 수단으로 사용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러시아로 중고차를 수출한 업체들이 수출 대금을 스테이블코인으로 수령하는 경우가 빈번하게 발생했다. 

달러 스테이블코인은 외국환거래법의 외국환에 해당할까?

앞서 보았듯이 외국환에는 대외 지급 수단뿐만 아니라 외화채권도 있다.

달러 스테이블코인은 달러와 경제적 가치와 쓰임새가 동일하니까 다른 코인과는 다르게 대외 지급 수단에 해당할까? 외환 당국은 그렇게 보고 있지는 않다. 스테이블코인도 코인이므로 탈중앙화되어 있기 때문이다. 탈중앙화되어 있는 이상 외환 당국이 스테이블코인을 대외 지급 수단으로 규정하여 달러와 동일하게 규제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달러 스테이블코인이 '외화채권'에는 해당할까? 법 해석론적 관점에서는 해당할 수 있다고 본다. USDT나 USDC와 같은 스테이블코인에는 다른 코인에는 없는 중요한 권리가 있기 때문이다. 바로 '상환 청구권'이다. USDT를 예로 들면 발행사는 USDT를 소지한 사람에게 언제든지 USDT를 달러와 일대일로 교환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한다. 이러한 요구에 응할 수 있도록 발행사는 발행한 USDT 이상의 달러 자산을 쌓아놓았다고 한다. 달러 스테이블코인은 외화(달러)로 표시된 금전의 지급을 청구할 수 있는 권리 즉, 외화채권으로서의 성격을 가진다고 볼 수 있다.

달러 스테이블코인이 외화채권에 해당한다면 달러 스테이블코인의 매매도 외국환 매매와 동일하게 규제된다. 외국환거래법이 인정한 라이선스를 받은 업자만이 할 수 있고 개인 간 거래는 엄격히 규제된다. 외환 당국의 입장은 어떨까? 달러 스테이블코인을 외화채권으로 보고 규제하는 것에도 유보적인 입장이다. 달러 스테이블코인을 대외 지급 수단으로 보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의 현실적인 이유가 있다.

스테이블코인, 다른 외국환거래법 문제는 없을까?

외환당국이 당장 스테이블코인을 외국환으로 보지 않는다고 해서 스테이블코인과 관련된 행위들은 외국환거래법과 무관한 것일까. 그렇게 볼 수는 없다. 

외국환거래법은 '외국환거래'만을 규제하는 것이 아니다. 대한민국과 외국 간의 지급·수령도 적용 대상이라고 명시한다. 외국환거래법은 해외셀러나 바이어와 대금을 결제할 때 반드시 은행(외국환거래법은 이를 외국환업무취급기관이라고 부른다)을 통하도록 한다. 은행을 통하지 않은 해외 대금 결제는 사전신고를 하도록 하는 등 규제한다. 

달러 스테이블코인으로 해외 대금 결제를 하는 것은 은행을 통하지 않은 해외 대금 결제에 해당한다. 이것이 사전신고 사항이니 한국은행에 사전신고를 하러 가면 한국은행이 받아줄까. 받아주지 않는다. 받아주지 않으니 사전신고를 할 방법이 없다. 결국 달러 스테이블코인으로 해외 대금 결제를 하는 것은 우리나라 외국환거래법상 불법이 되는 것이다.

사전 신고를 받아주지도 않으면서 사전 신고 없이
대금 결제했다고 처벌하는 현실을 정당하다고 생각하는 국민이 과연 얼마나 될까

정리하자. 달러 스테이블코인은 아직까지 외국환거래법의 외국환으로까지 보지는 않는 것 같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달러 스테이블코인으로 해외 대금 결제를 하는 것은 현행 외국환거래법상 불법이 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외국환거래법이 계속해서 이것을 불법으로 내버려둘 가능성은 많지 않다고 본다. 법 제도가 현실을 뒤쫓아갈 수는 있어도, 현실을 무시하고 다른 길로 갈 수는 없기 때문이다. 앞으로 우리나라에서 달러 스테이블코인의 사용은 폭발적으로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은행을 통한 달러 결제보다 훨씬 간편하고 비용이 적게 들 뿐만 아니라 빠르기 까지 하기 때문이다.

심지어 미국에서 달러 스테이블코인을 공인하기까지 하였다. 미국에서 달러 스테이블코인이 공인되면서 아마존이나 메타 같은 글로벌 플랫폼 기업도 자체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할 전망이다. 우리나라 소비자들이 소비생활의 상당 부분을 원화 대신 USDT와 같은 달러 스테이블 코인으로 하는 세상이 올 가능성도 있다.

그런데 법에서 사전 신고를 하라고 해놓고, 사전 신고를 하러가면 받아주지도 않으면서, 사전 신고하지 않고 대금 결제를 했다고 해서 처벌하는 것이 정당하다고 생각하는 국민들이 얼마나 될까.

현행 외국환거래법의 골격을 유지한다면, 달러 스테이블코인을 이용한 해외 대금 결제를 사전신고의 예외사항으로 규정하는 방식으로 허용할 가능성이 높다. 다만, 이러한 행위를 외국환거래법이 인정한 라이선스를 받은 사업자에 대해서만 업무로서 허용할 가능성이 높다. 외환당국은 이러한 사업자만을 관리함으로써 달러 스테이블코인을 이용한 전체 해외 대금 결제를 관리하는 구조이다. 

외국환거래법의 체계가 지금의 모습을 갖춘 것이 20년도 더 전의 일이다. 규제 완화의 이름으로 조금씩 완화되기는 했지만 큰 틀은 바뀌지 않았다. 조만간 스테이블코인으로 마주하게 될 새로운 세상은 기존의 외국환거래법 체계로는 적응이 불가능한 세상이 될 가능성이 크다. 외국환거래법이 어떻게 바뀌게 될지 관심을 가지고 지켜봐야 할 이유이다. 

☞황인욱 변호사는?
연세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사법연수원 42기로 법조계에 입문했다. 법무법인 대륙아주의 파트너 변호사로 조세쟁송, 관세, 기업승계, 금융 및 구조조정, 국제 분야의 업무를 주로 담당하며, 관세청 인천본부세관 고문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다. 2024년에는 '무역금융범죄의 싸이클' 도서를 집필했고, 2025년 택스워치 TAX 분야 차세대 리더 50인에 선정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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