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국의 과세관청이 납세 서비스부터 탈세 적발에, 인공지능(AI) 기술 의존도를 높이고 있다. 조세 행정에 AI의 손을 빌리는 국가는 10개국 중 6개국에 달한다. 우리나라든 해외든, 이른바 'AI 세무 상담·조사관'은 이제 더 이상 낯선 단어가 아니게 됐다.

58개국 국세청 보니…64%는 'AI 납세서비스'
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대한민국 대표부가 최근 발표한 '조세 행정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기준, 58개국(OECD 회원국 포함)의 과세관청 중 63.8%는 납세 서비스에 AI(머신러닝 포함) 기술을 쓰고 있다. 이 비중은 5년 전(2018년)과 비교해 34%포인트가 늘었다.
특히, 챗봇(채팅과 로봇 합성어) 등 가상서비스를 쓰는 과세당국의 비중도 같은 기간 34.5%에서 63.8%로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보고서는 "각국 과세당국은 가상서비스를 활용해 더 복잡하고 개인에 맞춤화된 문제를 해결하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자신고의 비율도 늘어나는 추세다. 개인소득세(46개국) 비율은 2019년 84.5%에서 2020년 87.8%, 2021년 88.2%였으며 2022년엔 90%(89.5%)에 달했다. 법인소득세(45개국) 비율은 약 95%였다. 과세당국의 전자 신고·납부 장려로 이 비율은 더욱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신고서 내용을 자동 입력하는 기능을 도입한 국가는 87.7%로,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2018년과 비교해서는 8.8%포인트 올랐다. 보고서는 "많은 국가에서 완전한 미리채움 신고서를 통해 더 쉽게 신고를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며 "소득세뿐만 아니라 법인세, 근로소득 원천세, 부가가치세에도 도입하는 추세"라고 했다.

세무조사 등 납세자의 신고를 검증하는 과정에서도, AI 기술을 많이 활용한다.
세무 검증 분야에서 AI 기술을 사용하는 비중은 2018년 29.8%에서 2022년 63.8%로, 5년 사이 34%포인트 높아졌다. 같은 기간 데이터 과학 기법의 사용 비중은 24.7%포인트, 로봇 프로세스는 35.8%포인트 늘었다.
납세자 10명 중 6명은 세무조사 받는다
납세자의 신고서에 대한 검증은 어느 정도 이루어질까. 각국 과세관청의 세무조사 비율은 2020년 57.7%에서 2021년 61.3%로 올랐다가, 2022년 60.9%로 소폭 떨어졌다. 과세관청 직원의 약 30%가 검증 업무를 맡고 있다.
국가별 세무조사로 인한 추가적인 과세액은 전체 세수의 3.4% 정도였다. 보고서는 "나라별로 편차가 있다"고 설명했다. 세목별로는 법인세 조사로 인한 추가 세수 비중이 6%로 가장 컸고, 그 다음은 부가가치세(3.5%)·소득세(1.6%) 순이다.
과세당국 중 80%는 업무에 빅데이터를 활용하고 있으며, 활용 목적으로는 신고액의 검증(98%), 동향 확인(73%), 세수 예측(60%) 등 순으로 나타났다.
대기업, 고액 납세자와 같은 특정 납세자 집단을 겨냥한 조직이나 프로그램도 만들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대부분 국가의 조세수입 30~60%가 고액 납세자를 통해 구성되고, 평균 1.7%의 대기업이 조세수입의 44%(원천세 등 포함)를 차지한다.

조세부담률 22%…부가세 부담 가장 높아
2022년 기준 과세당국의 평균 순 징수액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약 22%이며, 이는 전체 정부 수입의 62%를 차지하는 규모다. 보고서는 "GDP 대비 순 징수액 비율은 국가별로 다양하며, 10% 미만인 국가들부터 스웨덴, 덴마크 등 40%가 넘는 국가까지 분포되어 있다"고 설명했다.
전체 국가의 4분의 3 이상인 42개국의 과세관청은 '정부예산 대비 징수액 비중이 50% 이상'이라고 답했으며, 전체 평균은 62%다. 세목별 징수액(평균)은 부가가치세 30%, 개인소득세 26%, 법인세 19%, 사회보장기여금 10%로 나타났다.
각국 과세당국은 근로소득의 약 80%를 원천징수하고 있으며, 최근 5년(2018~2022년)간 이 수준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있다.
과세당국의 역할이 재원 조달에서 다른 영역까지 넓혀지고 있다. 보고서는 "한국의 과세관청은 근로장려금·자녀보조금 프로그램을 통해 저소득가구에 보조금 지급 업무를 수행하고 있으며, 브라질은 토지관리 프로그램 운영·이탈리아는 부동산정보 디지털화를 실시하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