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나 충격적이고 믿을 수 없는 이야기들이었습니다. 아침드라마보다 더 매운 마라맛을 느끼게 했던 그 사건들에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었는데요.
바로 '상속세'였습니다. 삶과 죽음, 재산과 세금, 납세자와 국세청 사이에서 벌어진 사건들의 핵심 키워드였죠.
지난 10년 동안 택스워치가 전해드린 '19금 세금'과 '절세극장' 시리즈 가운데 상속세를 둘러싼 실제 사연들을 요약해서 정주행해보겠습니다.

#1. 새어머니? 그냥 도우미
돈 많은 회장님과 사랑에 빠진 간병인의 이야기, 어디서 한번쯤 들어본 것 같은데요. 김희선·김선아 주연의 드라마로도 만들어진 적이 있었죠.
가족보다 더 지극정성으로 보살핀 그 간병인에게 회장님은 거액의 재산을 물려주고 세상을 떠났습니다. 간병인은 회장님과 사실혼 관계의 부부였다고 주장했지만, 회장님의 아들은 새어머니가 아니라 도우미였을 뿐이라고 일축했습니다.
게다가 회장님의 본처도 버젓히 혼인 상태를 유지하고 있었고요. 조세심판원에서도 중혼을 인정하지 않았고, 간병인에 대한 국세청의 과세 처분이 맞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2. 시한부 남편의 마지막 배려
실제 부부의 애틋한 사연도 있습니다. 과거에 남편과 사별하고 어렵게 만난 새 남편을 위해 아내는 30년 넘게 운영하던 의상실까지 그만두고 내조에 집중했습니다. 경제력이 있는 남편과 자녀들이 혹시라도 의심할까봐 스스로 재산 상속도 포기할 정도로 진심을 다했어요.
그런데, 남편이 시한부 판정을 받고 나서 아내에게 이별을 통보합니다. 아내에게 두 번의 사별을 안겨주기 싫었던 남편의 배려였는데요. 한동안 고향집에 머물며 헤어져있었던 아내는 다시 남편 곁으로 돌아와 세상을 떠날 때까지 1년 넘게 병실을 지켰습니다.
장례식을 치른 후 아내는 국세청에 세금을 추징당했습니다. 남편이 사망 전에 아내에게 챙겨줬던 노후자금이 문제였는데요. 아내는 며느리의 확인서까지 제출하면서 부부의 가슴아픈 사연을 전달했고, 조세심판원은 아내의 정신적 손해에 대한 위자료로 인정하고 세금도 돌려주라고 결정했습니다.

#3. 22살차 연인의 이별여행
내연관계 사건도 빠질 수 없죠. 예식장에서 근무하던 20대 직원이 40대 유부남 사장과 몰래 연애를 했습니다. 두 사람의 연애는 짧은 불장난으로 끝나지 않았는데요. 동거 생활에 이어 딸도 두 명을 낳은 후 결혼식까지 올렸습니다. 예식장 사장은 그녀에게 압구정동의 50평대 아파트까지 사주고요.
무려 17년 동안이나 아무렇지도 않게 부부처럼 지내다가 예식장 사장의 본처에게 발각되어 두 사람은 헤어지기로 결심합니다. 이별의 대가로 10억원의 수표를 건네주면서 말이죠. 하지만, 미련을 버리지 못한 두 사람은 이별여행을 떠났다가 예식장 사장의 병세가 악화되어 입원을 하게 됩니다.
입원 당시 그녀는 두 딸을 예식장 사장의 호적에 등재하고, 8억5000만원을 증여받게 했습니다. 예식장 사장이 사망한 후 국세청은 그녀와 딸들에게 3억1000만원의 증여세를 추징했고, 사장의 본처와 자녀들은 4억6000만원의 상속세를 추가로 내게 됐습니다. 사장이 재산이 남긴 재산 384억원에 대한 세금이었습니다.

#4. 남편은 30년째 두 집 살림
30년 동안 중견기업 오너의 아내로 살아오면서 두 아들까지 둔 사모님에겐 남모를 비밀이 있었습니다. 남편에게 법률적인 본처가 따로 있었다는 겁니다. 회사 행사에도 빠짐없이 참석하던 사모님이 본처가 아니었다는 사실은 임직원들도 전혀 몰랐다고 합니다.
남편이 뇌졸중으로 쓰러져 식물인간 상태가 되자, 본처가 찾아와서 상속재산 포기 각서를 쓰게 했습니다. 대신 합의금으로 수억원을 받고, 30년 인연을 정리했죠. 본처와의 재산권 다툼은 그렇게 조용히 마무리했지만, 국세청의 과세가 남아있었습니다.
국세청은 합의금에 대한 증여세를 부과했고, 사모님은 조세심판원을 찾아가 '사실혼 관계 청산에 대한 위자료'라고 주장했습니다. 심판청구를 통해 증여세는 취소됐습니다. 조세심판원은 "사실혼 관계 30년 동안 획득한 자산에 대해서는 동등하게 배분하기로 합의한 것"이라며 "사실혼 청산에 대한 위자료 성격이므로 증여세 과세 처분에는 잘못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5. 자매와 바람난 한의사
서울 한복판에서 존경받던 한의원 원장이 남몰래 유부녀 간호사와 20년 넘게 바람을 피웠습니다. 그리고, 그 간호사의 여동생도 한의원에 치료를 받으러 갔다가 원장을 사랑하게 됩니다.
한의원 원장, 간호사, 간호사의 동생까지 세 사람은 현실을 인정하고 고급 아파트에서 동거를 시작합니다. 그러다가 원장의 본처에게 들켜서 위자료를 각각 15억원씩 받고 헤어졌죠.
원장이 세상을 떠난 후, 본처와 자녀들은 두 번을 더 울어야 했습니다. 자매가 위자료로 사전증여받은 30억원까지 합산해서 6억원의 상속세를 유족들이 납부하게 된 겁니다. 자매에게 넘어간 위자료가 유족들이 물려받은 재산보다도 훨씬 많았지만, 상속세는 유족들이 부담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6. 회장 딸과 내연녀의 진실게임
중견그룹 회장과 내연녀의 이야기입니다. 내연녀의 오피스텔에서 몰래 만났고, 8년 동안 함께 해외여행도 20회 넘게 다녔는데요. 회장의 가족은 물론 운전기사 조차도 내연녀의 존재를 전혀 몰랐습니다. 매월 500만원씩 내연녀가 받은 용돈은 8년 사이 4억5000만원에 달했습니다.
회장은 내연녀의 명의로 아파트도 사주고, 딸들의 자필로 작성된 교제 동의서까지 만들어주기도 했습니다. 회장이 사망하자 국세청은 상속세 조사를 통해 내연녀에게 이체됐던 8억3500만원을 포착하고, 증여세로 2억8500만원을 추징했죠.
내연녀는 회장과의 사실혼 관계를 입증하기 위해 국세청에 교제 동의서를 증거로 내밀었지만, 딸들은 그런 동의서를 작성한 적이 없다고 펄쩍 뛰었습니다. 결국, 사실혼을 입증할 증거는 전혀 나오지 않았고 내연녀는 고스란히 증여세를 납부해야 했습니다.

#7. 종갓집 맏며느리의 황혼이혼
안타까운 이혼 사연도 있었습니다. 종갓집에서 매년 열 번이 넘는 제사를 지내면서 자녀 4명을 뒷바라지하던 아내의 이야기였는데요. 공인회계사였던 남편은 자신의 병수발을 들던 아내에게 전재산 100억원 중 절반인 50억원을 재산분할하고, 황혼 이혼을 단행했습니다. 평생을 바쳐 고생한 아내에게 주는 마지막 선물이었죠.
하지만, 남편의 병세는 점점 더 악화했고 아내는 이혼 상태임에도 다시 남편을 찾아와서 정성껏 간호했습니다. 자녀들에게 이혼 사실을 숨기기도 했지만, 오히려 속 깊은 자녀들이 부모님의 이혼 사실을 알고도 모른척해줬다고 합니다.
남편이 세상을 떠나고 나서 국세청은 '위장이혼'으로 규정하고 아내에게 세금을 추징했습니다. 구급차 일지에 적힌 보호자 이름을 보고 아내가 세금을 탈루하기 위해 위장이혼했다고 결론을 내린 겁니다. 하지만, 조세심판원은 종갓집 맏며느리의 황혼이혼에 대해 설움과 아픔을 고려해야 한다며 국세청이 부과한 세금을 돌려주라고 결정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