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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재세' 도입 논란과 진짜 의미

  • 2022.08.26(금) 08:00

[프리미엄 택스리포트]택스형

최근 국회에 정유사들을 과세 대상으로 한 이른바 '횡재세(Windfall Profit Tax)' 도입 법안이 제출됐습니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 주도하에 발의된 법인세법 개정안(이성만 의원 대표발의)인데, 내용이 꽤나 신박합니다. 

한번 살펴보도록 하죠. 

급격한 물가상승에 대처하기 위해 정부가 '유류세 인하'를 단행하는 제한적 환경조건이 충족되면 석유정제업자 및 액화석유가스 집단공급사업자 등 정유사들에게 유류세 인하로 발생하는 세수부족분을 메우도록 설계되었습니다. 

횡재세율은 20%로 설정됐는데, 구체적으로 '직전 3개 사업연도 평균 소득금액 대비 해당 사업연도 소득에서 5억원 이상 초과소득이 발생한 경우 100분의 20을 곱해 산출한 세액을 초과소득에 대한 법인세로 추가 납부하도록 한다'고 되어 있습니다.
 
횡재세 도입 논란은 올해 2월 발발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촉발된 국제유가 상승 랠리로 비롯된 기름값 상승이 불러온 '나비효과' 입니다. 

시중에 판매되는 기름값이 리터당 2000원대까지 돌파하는 등 불안상황이 계속되자, 민주당을 중심으로 한 정치권에서 횡재세 도입을 화두로 끄집어 낸 것이죠. 

생산에서부터 운반 및 유통까지 상당한 시차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석유제품의 특성상 국제유가의 급격한 변동은 정유사들의 수익성에 엄청난 영향을 줍니다. 

실제로 러-우 전쟁으로 인한 국제유가 상승으로 국내 주요 정유사들의 '재고평가이익'과 '정제마진'이 크게 뛰어오르면서 호주머니를 그 어느때보다 두둑하게 불린 것이지요. 

최근 SK이노베이션, 에쓰오일, GS칼텍스, 현대오일뱅크 등 국내 주요 정유 4사 경영실적 자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정유 4사 전체 영업이익은 12조3203억원으로 집계됐고,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조8995억원) 대비 215.9% 증가한 역대 최대 수준이었습니다. 

국민들은 고유가에 허리가 휘고, 정부와 정치권은 막대한 유류세수를 포기해가며 세율인하를 통한 가격안정책을 시행해도 가격인하효과가 크지 않아 욕만 잔뜩 먹고 있는데, 같은 배를 탄 정유사들은 저만치 떨어져 배만 불려가고 있는것 같으니 정부 의지와는 상관없이 정치권이 무슨 수라도 내겠다고 팔을 걷어부치고 나서면서 횡재세 도입 논란이 불거진 것입니다.  

현재 영국이 부분적인 횡재세를 도입해 자국적 석유 및 가스개발업체에 세금을 더 내게 하고 있고, 미국도 유사한 형태의 세제를 도입하는 법안을 논의하고 있으니 우리나라도 도입을 위한 시동을 걸어보자 이런 심산이 깔려있는 듯 한데 뜯어보면 볼 수록 영국과 미국을 핑계로 도입 논의를 본격화하는 것이 과연 맞는 일인지 의구심이 드는 것이 사실입니다. 

영국과 미국은 물론 석유를 수입하는 나라이기도 하지만, 산유국이죠. 우리나라는? 단 한 방울의 기름도 나지 않는 전량 수입에 의존하는 나라인데다가 엄청난 비율로 리터당 유류세 비중(56%)이 설정된 나라이기 때문입니다. 

높은 유류세를 두고 정부는 이런 저런 필요성을 이야기하기는 하지만, 최근 고유가 상황에서 보여준 유류세 인하 정책 드라이브를 보면 정부는 유류세를 '가격조절수단'으로 사용하고 있다는 것이 분명하게 증명됐다고 할 수 있습니다. 

즉 정부가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선제적으로 유류세 정책을 조절해 시중 가격 상승에 대응이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정치권도 언제든지 정부를 움직여 국민들의 기대에 부응할 수도 있다는 것이죠. 걷기 쉽고 액수가 크다 보니 굉장히 보수적인 관점에서 유류세 탄력세율(기존 30%→한시 50% 확대)을 운용해 왔으니 정부와 정치권이 욕먹는 것은 당연한 결과가 아닐 수 없습니다.  

결국 정치권의 횡재세 도입 시도는 '폭리 정유사'를 내세워 정부와 정치권의 책임부담을 일정 부분 회피하기 위한 '정치 프레임'에 불과해 보이는 것이 사실입니다. 입법안이 제출되긴 했으니, 아마도 정기국회에서 논의가 이루어질 것입니다. 

하지만 정부가 강하게 반대하고 있는데다 몇 년 전 국제유가 하락으로 정유사들이 막대한 적자를 기록했을때는 정부는 물론 정치권도 정유사 지원 등 아무 말 하지 않았던 상황인 것을 감안하면 횡재세는 논의하면 할 수록 도입 명분이 빈약한, 논란만 잔뜩 키웠다가 흐지부지 사라져 버리는 그저그런 '정치쇼'의 도구에 불과하다는 생각을 지우기가 힘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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