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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도로에 부과된 재산세를 바로잡을 권리

  • 2021.12.20(월) 14:56

[세무칼럼]김경조 삼정회계법인 조세본부 이사

아큐정전을 집필한 중국의 유명한 작가 루쉰(1881∼1936)은 단편소설 '고향'을 통해, 희망에 대한 본인의 생각을 밝혀둔 바 있다. 

"희망이란 본래 있다고도 할 수 없고 없다고도 할 수 없다. 그것은 마치 땅 위의 길과 같은 것이다. 본래 땅 위에는 길이 없었다. 걸어가는 사람이 많아지면 그것이 곧 길이 되는 것이다."

저자는 사람이 많아짐에 따라 없던 길에도 길이 내어지듯이, 희망도 얼마든지 새롭게 낼 수 있다는 기대를 표현하고 싶었던 것 같다. 

희망이라는 추상적인 개념을 표현함에 있어 루쉰이 차용했던 '길'의 개념은 '사람들이 자유롭게 통행하는 거리' 정도로 설명할 수 있겠다.

지방세법에서는 이러한 '길'을 '사설 도로'라고 부르며 재산세 비과세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다. 

일반인의 통행에 아무런 제약을 가하지 않고, 실제로 불특정 다수인이 통행에 이용하고 있다면 소유자에게 그 '사설 도로', 이른바 사도에 대한 재산세를 부과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다만 지방세법은 건축물과 건축물 사이에 일정한 간격을 유지해야만 하는 건축법상 '대지 안의 공지'는 비과세 대상인 사도의 범위에서 제외해 두었다. 

토지의 소유자가 개방감과 안정성을 확보하려는 목적 등에서 '대지 안의 공지'상에 독점적이고 배타적인 지배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대법원은 비과세 대상인 사도의 범위에서 제외되는 '대지 안의 공지'의 의미와 관련해 다른 판단을 내렸다.

처음부터 일반인의 자유로운 통행에 제공할 목적으로 개설한 사도뿐만 아니라 토지의 소유자가 당초 특정한 용도에 제공할 목적으로 설치한 '사도'라고 하더라도 사도의 이용실태, 다른 공도로의 연결상황 등에 비추어 소유자가 일반인의 통행에 아무런 제약을 하지 않고, 실제로 불특정 다수의 통행에 이용되고 있다면 재산세 비과세 대상이 되는 사도에 포함된다는 것이다(대법원 1993. 4. 23. 선고, 92누9456 판결 등 다수). 

이렇듯 토지의 실제 현황이 일반인의 자유로운 통행에 제약 없이 이용되고 있다면 이 부분에 대한 토지의 재산세는 비과세되어야 한다는 것이 법문과 법원의 오랜 태도이다. 

한편 재산세는 지방세법상 보통징수라고 하는 부과징수방식의 세목이다. 납세자가 아닌 지방자치단체에서 부동산의 현황을 파악한 뒤 직접 재산세를 계산하여 부과하지만, 지방자치단체가 모든 부동산의 구체적인 현황을 일일이 살핀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것이다.

이에 실제 이용현황이 사도로 활용되고 있는 토지라고 하더라도, 비과세가 적용되지 못한 채 재산세를 부과받을 개연성이 충분히 존재한다.

이러한 경우 납세자는 사도에 대해 재산세를 비과세해 줄 것을 요청할 수 있어야 할 것인데, 보통징수라는 법률적 한계로 인해 현행법상 재산세를 바로 잡아달라고 요청할 수 있는 기한이 90일에 불과한 실정이다. 

과세관청 스스로 재산세를 바로 잡을 수 있는 기간이 5년에 이르는 것과 비교하면 과세관청과 납세자의 권리 차이는 현저하게 두드러진다.

이와 관련 종합부동산세의 경우 부과징수방식을 원칙으로 하면서도 예외적으로 신고납부방식도 선택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추고 있다. 

이는 종합부동산세의 과세방식이 수동적인 방식과 능동적인 방식을 모두 갖추고 있다는 표면적인 사실뿐만 아니라, 신고납부방식을 선택한 납세자들에게는 잘못 신고한 세금을 바로 잡을 수 있는 권한인, 경정청구권이 5년간 별도로 부여된다는 점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재산세에서도 납세자의 권리를 보다 넓혀 줄 수 방안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 현행 종합부동산세가 취하고 있는 선택적 신고납세 방식을 채택하는 것도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 걸어가는 사람이 많아지면 곧 길이 될 것이라는 루쉰의 지혜가 현행 재산세에 대한 납세자의 권리확보에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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