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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세극장]등 떠밀린 어머니의 미국 생활

  • 2019.05.31(금) 08:19

손자·전남편 뒷바라지 위해 미국 출국
국내 1주택 '비거주자' 양도세 과세 처분
조세심판원, '거주자' 판단...과세 취소 결정

"여보! 정말 오랜만이오. 그동안 잘 지냈소?"
"아이 셋을 버리고 떠난 당신이 무슨 면목으로..."
"사실 내가 많이 아픈데, 미국에 와줄 수 없겠소?"

서울에서 작은 사업을 하는 김모씨는 30년 전 남편과 이혼하고 홀로 삼남매를 키웠습니다. 일과 육아를 병행하는 '워킹맘' 생활이 만만치 않았지만, 아빠의 역할까지 도맡으며 헌신적으로 아이들을 돌봤는데요.

김씨의 남다른 노력 덕분에 아이들도 번듯한 어른으로 성장했어요. 큰 아들은 수학 학원을 운영하면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고, 큰 딸과 작은 아들도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에 취업해 사회에 첫 발을 디뎠어요.

하지만 60대로 접어든 김씨의 몸은 만신창이였어요. 양쪽 무릎의 연골이 심하게 손상돼 인공관절수술을 받았고, 최근에는 암수술까지 받고 겨우 깨어났어요. 꾸준히 병원에서 치료를 받아야 했지만, 가족들을 생각하며 꿋꿋하게 버텼어요.

그런데 이혼한 전 남편에게서 전화가 걸려왔어요. 미국에서 시한부 판정을 받았다며 김씨에게 간병을 요청했는데요. 다시는 얼굴도 보기 싫었던 전 남편이지만, 한편으로는 측은한 마음도 들었어요. 김씨가 미국행을 고민하고 있을 때 큰 아들이 다급하게 찾아왔어요.

"엄마! 저 이혼할 것 같아요. 아이들은 어쩌죠?"
"걱정 말거라. 금쪽같은 손자들 내가 키워주마."
"아이들 지금 미국에 있잖아요. 괜찮으시겠어요?"

큰 아들은 결혼 생활을 정리하고 두 아이의 양육권을 가져왔어요. 아이들은 미국에서 공부하고 있었는데, 한창 엄마의 손길이 필요한 시기였어요. 김씨는 손자들의 양육을 책임지겠다며 미국행을 결심했어요. 미국에서 전 남편의 간병도 병행할 생각이었죠.

미국 생활은 순탄치 않았어요. 언어도 잘 통하지 않고 음식도 입에 맞지 않아서 한동안 고생했는데요. 다행히 손자들을 학교에 보내고, 입원 중인 전 남편과 말동무를 하면서 점점 안정을 찾아갔어요. 전 남편은 과거를 뉘우치며 김씨에게 진정한 용서를 빌었어요.

국내에 남아 있는 큰 아들은 김씨에게 꼬박꼬박 생활비와 학비를 보냈어요. 하지만 수학 학원의 수입으로는 아이들의 유학 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웠는데요. 김씨는 서울에 남겨놓은 아파트를 팔아서 가족들을 위해 쓰기로 했어요.

"지금 막내가 살고 있는 그 아파트 팔자꾸나."
"엄마의 유일한 재산이잖아요. 정말 죄송해요."
"어차피 너희들 물려줄 재산이니, 신경쓰지 말거라."

2000년에 취득한 김씨의 아파트는 17년 동안 두 배가 넘게 올랐어요. 이 아파트에 살던 김씨가 미국으로 떠나면서 작은 아들이 혼자 지내고 있었는데요. 작은 아들을 직장 기숙사로 보내고, 김씨는 정들었던 아파트를 팔았어요.

김씨는 아파트를 팔고 양도소득세를 신고하러 세무서에 갔는데요. 담당 세무공무원은 '비거주자' 신분이기 때문에 양도세를 내야 한다고 설명했어요. 김씨도 세무서의 안내에 따라 양도세를 신고하고 미국으로 돌아갔어요.

그런데 큰 아들이 세무사를 통해 알아보니 양도세를 돌려받을 수 있다고 했어요. 거주자 요건을 충족하면 1세대1주택 비과세가 적용되기 때문에 양도세를 환급받는다는 얘기죠. 김씨는 국세청을 찾아가 자신이 거주자라는 사실을 입증할만한 서류를 제출했어요.

"주민등록 주소는 국내 큰 아들 집이에요."
"거주자 요건만 갖추려고 전입신고하셨죠?"
"한국에서 10년 넘게 보험료도 냈잖아요."
"그래도 국내 거주자로 보긴 어렵네요."

국세청은 김씨의 경정청구를 거부했어요. 김씨가 '거주자'로 인정받으려면 국내에 생계를 같이 하는 가족이 있어야 하지만, 이미 자녀들과 별도 세대를 구성하고 있었기 때문이죠. 결국 김씨는 '비거주자' 판정을 받았고 국세청에선 양도세 과세 처분을 그대로 유지했어요.

하지만 조세심판원의 판단은 달랐어요. 김씨의 큰 아들이 미국 체류 생활비를 부담한 점을 볼 때, 김씨는 현지에서 독립적으로 생계를 유지할 능력이 없었어요. 미국에서 별다른 직업도 없이 전 남편과 손자들을 돌봤던 김씨는 '비거주자'가 아니라 '거주자'였죠.

심판원은 "미국에 체류하면서도 국내 보험사의 보험료를 계속 납입했고 주민등록도 아들 주소로 유지했다"며 "항구적 주거가 이전되지 않았기 때문에 국내 세법상 거주자로 봐야 한다"고 밝혔어요. 심판청구는 '취소' 결정이 내려졌고, 김씨는 국세청으로부터 양도세를 돌려받게 됐습니다.

■ 절세 Tip

1세대1주택을 보유한 거주자는 양도소득세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다만 비거주자는 양도세 비과세 대상에서 제외된다. 세법상 거주자는 국내에 주소를 두거나 183일 이상의 거소를 둔 개인을 말한다. 국내에 생계를 같이 하는 가족이 있고, 그 직업 및 자산상태에 비추어 계속해서 183일 이상 국내에 거주할 것으로 인정되면 거주자로 판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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