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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세극장]엄친아의 똑똑한 재테크

  • 2019.05.28(화) 09:29

외조부·모친 물려준 재산, 증여세 신고·납부 완료
세대분리로 양도세 비과세...모친과 전세계약까지
국세청 전세보증금 증여세 취소...'임대차 계약' 인정

"대학 합격을 축하한다. 우리 외손자, 정말 대견하구나."
"이제 시작일 뿐이죠. 앞으로 하고 싶은 일이 너무 많아요."
"얼마 안되지만 이 돈으로 네 인생을 잘 설계해 보거라."

고등학교 교사의 아들인 김모씨는 어린 시절부터 동네에서 유명했습니다. 공부도 잘하고 성격도 좋은데다 타고난 리더십까지 갖춘 그는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엄친아(엄마친구아들)'였는데요.

학창시절 내내 상위권 성적을 유지했고 서울의 명문 대학에 무난하게 합격했어요. 그의 외할아버지는 입학 축하 선물로 거액의 돈봉투를 건넸어요. 일찌감치 경제 관념을 심어주고 직접 재테크를 경험해보라는 의미였죠.

김씨를 애지중지 키웠던 어머니도 통 큰 선물을 선사했어요. 자신이 갖고 있던 소형 아파트를 아들 명의로 바꿔줬는데요. 김씨는 관할 세무서를 찾아가서 외할아버지와 어머니로부터 물려받은 재산에 대해 증여세를 신고했어요.

"증여세를 내러 왔습니다. 제가 신고서를 써왔는데 내용이 맞나요?"
"젊은 분이 참 똑똑하고 멋지네요. 신고서는 그대로 접수하겠습니다."
"국민으로서 납세 의무는 반드시 지켜야죠. 그럼 수고하세요."

세금 문제를 해결한 김씨는 주민센터를 찾아가 전입신고까지 마무리했는데요. 부모로부터 독립된 세대를 구성한 거죠. 김씨의 어머니는 서울 잠실의 아파트를 보유하고 있었지만, 아들과 세대를 분리하면서 1세대1주택자가 될 수 있었어요.

김씨도 마찬가지로 1주택자가 되면서 양도소득세 비과세 요건을 충족했어요. 대학 졸업 후 대기업에 취업한 김씨는 물려받은 아파트를 팔기로 결심했는데요. 아파트는 8년 동안 가격이 급등했지만 양도세를 한 푼도 낼 필요가 없었어요.

김씨의 어머니도 잠실 아파트를 팔고 인근의 새 아파트로 입주할 계획이었는데요. 새 아파트의 매매계약을 체결하는 날에 기존 집주인은 뜻밖의 조건을 내걸었어요. 새 아파트에서 1년 동안 지내고 싶다며 세입자로 다시 전세계약을 맺자는 얘기였죠.

"너무 아까운 집이라서 딱 1년만 살아보고 나갈게요."
"어제 집을 팔았는데 저는 어디서 지내란 말이에요?"
"정 그러시다면 매매계약은 없던 일로 하죠."

기존 집주인은 계약까지 취소하겠다며 배짱을 부렸어요. 김씨의 어머니가 아니라도 사겠다는 사람들이 줄을 서있는 상황이었거든요. 어머니는 어쩔 수 없이 집주인의 조건을 수용하고 매매계약서와 전세계약서를 동시에 썼어요.

새 아파트의 명의는 김씨의 어머니였지만, 1년 동안 기존 집주인이 전세로 지내게 됐어요. 졸지에 거처를 잃어버린 어머니는 1년간 지낼 다른 집을 알아봐야 했어요. 1년 단기 전세를 구하려고 했지만, 마땅한 집을 찾을 수가 없었죠.

아들 김씨도 때마침 비슷한 고민을 겪고 있었어요. 새로 아파트 한 채를 계약하고, 잔금은 전세 세입자를 받아서 보증금으로 메울 계획이었는데요. 아파트를 계약한 후 확인해보니 전세 세입자들이 꺼리는 조건이 숨어있었어요.

"아파트에 웬 아저씨가 주민등록이 되어있네요. 누구에요?"
"아 그게 사실은...이혼한 전 남편이에요."
"그럼 당장 연락해서 주소지 옮겨주세요."
"저도 연락이 안되요. 정말 미안해요."

김씨는 계약을 파기하려고 했지만 여의치 않았어요. 당시 부동산 시장이 과열되면서 '매도' 우위에 있었기 때문이죠. 결국 김씨도 집주인의 요구에 따를 수밖에 없었어요. 대신 계약을 유지하고 잔금을 치르려면 어떻게든 전세 세입자를 구해야 할 상황이었는데요.

어머니와 함께 머리를 맞댄 김씨는 묘안을 찾아냈어요. 바로 김씨의 아파트에 어머니가 1년 전세계약을 맺는 방법이었죠. 김씨는 어머니로부터 전세보증금을 받아 잔금을 해결하고, 어머니도 1년간 지낼 거처를 마련할 수 있게 됐어요.

집주인 아들과 세입자 어머니는 전세계약서를 꼼꼼하게 작성했고, 보증금도 확실하게 주고 받았어요. 하지만 김씨는 6개월 만에 국세청으로부터 자금출처 조사를 받았어요. 국세청은 20대 후반의 나이에 고가의 아파트를 구입한 김씨를 의심했고, 사실상 전세보증금이 아니라 어머니로부터 증여받았다고 판단했어요.

"제가 진짜로 증여받았다면 제대로 신고했을 겁니다."
"세금 피하려고 했잖아요. 계약서도 허위 아닙니까?"
"신고세액공제도 못 받고, 가산세도 물텐데 그럴 이유가 없어요."

김씨는 억울함을 호소했지만 국세청은 기어코 증여세를 추징했어요. 그런데 조세심판원은 국세청의 과세가 잘못됐다며 김씨에게 세금을 돌려주라고 결정했어요. 김씨와 어머니가 전세계약을 맺어야했던 사정이 입증됐고, 계약이 끝나고 전세보증금도 돌려준 사실도 결정적인 근거가 됐어요.

심판원은 "10년 이내에 외조부와 모친으로부터 받은 재산에 증여세를 제대로 신고한 점을 볼 때, 어머니와 허위로 전세계약을 체결해 증여세를 피하려 했다는 사실은 납득이 되지 않는다"고 밝혔습니다. 실제로 어머니가 아들에게 증여를 하고 싶었다면 굳이 전세보증금을 줬다가 돌려받을 필요가 없었겠죠.

김씨가 어머니가 체결한 전세계약도 효력을 인정받았는데요. 심판원은 "전세계약을 체결하고 주민등록 이전과 확정일자를 부여받은 점을 볼 때 임대차 관계가 명확하게 성립된다"며 "가족관계라는 이유만으로 계약의 효력이 무효라는 법률 규정은 어디에도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 절세 Tip

가족끼리 전세계약을 체결하더라도 자유로운 의사와 합의에 의해 계약했다면 효력을 인정받을 수 있다. 다만 선량한 풍속에 어긋나거나 진정한 의사가 아닌 허위 통정에 의해 계약을 체결하면 민법 제108조에 따라 무효 계약이 될 수 있다. 어머니와 아들 사이라도 합리적 전세계약에 따라 보증금을 지급하고 상환했다면 증여세 과세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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