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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과세당국 간부 출신 로비스트 142명

  • 2019.05.07(화) 14:23

[세무·법무법인 '올드보이']
대형 세무법인 98명, 로펌 44명 활동중

세무업계에서 대리인과 공무원은 천적 관계에 놓여 있다. 납세자의 세금 문제를 둘러싸고 끊임없는 주도권 경쟁을 벌이기 때문이다. 치열한 먹이사슬 속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존재가 바로 세무공무원 출신 대리인들이다. 이들은 풍부한 경험과 인적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납세자의 세금을 줄여주는 '천사'지만 과세당국 입장에선 세금 빼먹는 '악마' 같은 존재다. 대형 세무법인과 법무법인(로펌)의 영입 1순위로 꼽히는 과세당국 간부 출신 '올드보이(Old Boy)'들을 살펴봤다. [편집자]

과세당국에서 근무하는 세무공무원은 퇴직 후에도 확실한 일자리를 보장받을 수 있다. 세금 분야의 근무 경력만으로도 손쉽게 자격증을 취득하고, 세무대리인으로 활동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 공직에서 과세 전반을 꿰뚫어보다가 퇴직 후 납세자의 편에서 핵심 쟁점을 파고드는 것이다.

이런 문제를 막기 위해 공직자윤리법에서 퇴직 후 취업제한 규정을 두고 있지만 국세청 출신 공무원은 국가에서 준 세무사 자격증을 통해 법적 규제를 피할 수 있다. 세무법인에는 세무사 자격증만 있으면 취업에 문제가 없고, 대형 로펌의 경우 퇴직 후 3년만 지나면 들어갈 수 있다.

7일 택스워치(TAX watch)가 인사혁신처의 2019년 퇴직공직자 취업제한 대상 세무법인(연 매출 50억원 이상)과 법무법인(연 매출 100억원 이상) 근무자 현황을 분석한 결과 과세당국 4급(서기관) 이상 간부 출신은 총 142명으로 집계됐다. 취업제한 대상 세무법인에 98명, 대형 법무법인에 44명의 전직 간부들이 활동하고 있다.

올해 취업제한 대상으로 지정된 대형 세무법인 66곳 가운데 28곳(42%), 법무법인은 30곳 중에 7곳(23%)이 과세당국 간부 출신 세무대리인을 영입한 것으로 조사됐다. 과세당국 중에는 국세청이 119명(84%)으로 가장 많고, 관세청 12명(8%), 조세심판원 6명(4%), 기획재정부 5명(3%) 순이었다. 특히 세무법인에 소속된 98명 가운데 95명(97%)이 국세청 간부 출신이다.

과세당국 간부를 가장 많이 영입한 곳은 광교세무법인으로 22명을 기록했다. 세무법인 중에는 예일 10명, 하나 9명, 이촌 8명, 다솔 7명, 오늘·이현 각 4명, 세광·탑코리아·택스홈앤아웃 각 3명, 길·더택스·문정·석성·세연·올림·이안이 각 2명씩이었다. 로펌 중에는 김앤장 법률사무소가 15명으로 가장 많았고, 율촌·태평양 각 8명, 광장 7명, 바른 3명, 세종 2명, 화우 1명으로 나타났다.

대형 세무법인이나 로펌이 고액 연봉을 주고 과세당국 출신 간부를 영입하는 이유는 과세 사건을 수주하거나 세금을 깎는 능력이 남다르기 때문이다. 현직 세무공무원을 상대할 때도 과거 한솥밥을 먹던 선·후배 사이인 만큼 훨씬 부드럽고 편하게 다가설 수 있다. 소통과 노하우 측면에서 확실한 장점이 있지만 '전관예우'로 해석될 수도 있다.

로펌들은 공직자윤리법에 따라 퇴직 후 3년의 유예기간을 거쳐 영입하기 때문에 절차상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오히려 고위직 출신 영입 사실을 보도자료나 홈페이지를 통해 적극적으로 홍보하기도 한다. 대형 로펌 변호사는 "고위직 세무공무원 출신 중에서도 탁월한 식견과 네트워크를 가진 인물만 선별적으로 영입하고 있다"며 "고객이 먼저 전직 고위 관료를 대리인으로 요구하는 경우도 많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세무행정이 투명해지면서 전직 고위직에 대한 예우나 역할이 예전에 비해 상당히 약해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강남의 한 세무법인 대표는 "요즘 공무원들은 철저한 시스템과 규정에 따라 처리하기 때문에 선배라고 해서 봐주지 않는다"며 "실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아무리 고위직 출신이라도 제 역할을 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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