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
  • 인스타그램
  • 유튜브
  • 오디오클립
  • 검색

③OCI 2세 이수영 vs 3세 이우현…데자뷔

  • 2019.05.02(목) 11:34

이수영, 1996년 회장 승계후 5년 뒤 자력으로 1대주주
이우현, 짧은 기간 최대주주 지위 확보 사실상 불가능

‘데자뷔’다. OCI 2세 고(故) 이수영 회장과 3세 이우현(52) 부회장을 두고 하는 말이다. 이 부회장이 상속세를 내느라 지주회사격인 OCI㈜의 최대주주 자리를 내주고 있는 현 상황이 과정은 다르지만 지배기반을 형성하기 까지 결코 녹록치 않은 길을 걸었던 부친의 여정과 오버랩되고 있어서다.

재계 27위 OCI는 2대(代)에 이르러 ‘한 지붕 네 가족’ 체제로 유지돼 왔다. 고 이회림 창업주의 3남3녀 중 아들 삼형제와 동생까지 네 개 집안이 OCI의 한 울타리 안에서 각각 저마다 핵심 계열사들에 대해 독자적인 소유·경영체제를 갖추고 있다.

본가(本家) 고 이수영 회장의 OCI(태양광 폴리실리콘) 외에 첫째동생 이복영(73) 회장의 삼광글라스(유리), 막내동생 이화영(69) 회장의 유니드(화학) 및 숙부 고 이회삼 회장의 유니온(시멘트) 계열이 방계혈족들의 면면이다.

삼광글라스나 유니드는 오롯이 창업주 차남과 3남 소유다. 지난해 8월에는 유니온이 계열분리돼 아예 딴살림을 차리고 나갔다. 반면 OCI 계열의 핵심 OCI㈜는 형제간 지분 분할소유 형태를 취해왔다. LG, GS, 두산, GS의 지주회사에서 볼 수 있는 지배구조다.

이는 OCI의 경우 이수영 회장이 경영 대권을 물려받기는 했지만 지분 승계에 있어서 만큼은 장자(長子)로서 큰 메리트를 얻지 못했다는 의미도 갖는다. 즉, 이 회장 일가가 예나 지금이나 OCI 계열에 대해 독자적인 지배체제를 갖지 못한 이유이기도 하다. 이 회장의 OCI㈜ 지분 10.92%(260만4921주) 상속재산 형성 스토리는 이렇다.

이우현 OCI 부회장

# 60세가 돼서야 1대주주

이 회장이 OCI의 경영 대권을 물려받은 때는 1996년 8월. 창업주의 나이 80세, 이 회장의 나이 55살 때다. 비교적 늦은 나이의 후계 승계였다. 게다가 지배기반을 갖추는 데는 이 보다 더 오랜 시간이 걸렸다.

OCI㈜는 1959년 8월 이회림 창업주가 설립된 ‘동양화학공업’이 모태다. 2000년 말까지만 해도 단일 1대주주가 창업주였다. 오너 일가 14명, 계열 주주사 3곳으로 이뤄진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 지분 27.34%(보통주 기준) 중 6.54%를 소유했다. 반면 이 회장은 3.35%에 불과했다.

이듬해에 가서야 단일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그것도 자력(自力)에 의한 것이었다. 2001년 3월 계열주주사 ㈜옥시 소유의 지분 2.38%를 전량 인수했다. 한 달 뒤인 4월에는 동양화학공업의 자사주펀드 해지 지분 4.33%도 사들였다. 이를 통해 지분 10.04%를 확보, 단일 최대주주로 부상했던 것. 이 회장의 나이 60살 때로 회장 자리에 오른지 5년만의 일이다.

인수자금은 표백세제 ‘옥시크린’으로 잘 알려져 있는 옛 계열사 ㈜옥시의 매각자금이 요긴하게 쓰였을 것으로 추정된다.

OCI는 2001년 3월 옥시의 생활용품부문을 영국 생활용품 메이커 레킷 벤키저(Reckitt Benckiser)사에 매각했다. 이 회장을 비롯한 일가 5명 소유의 53.11%를 비롯해 지분 100%가 대상으로 금액은 1180억원(주당 5만6500원)이다.

당시 이 회장은 옥시의 최대주주로서 지분 33.35%(69만7000주)를 소유했다. 이에 따라 옥시 매각으로 총 394억원가량을 손에 쥐고 있던 터였다.

# 장남 몫은 없었다

동양화학공업은 2001년 5월 ‘제철화학’과 합병한다. 2000년 3월 인수한 업체다. 합병방식은 동양화학공업이 제철화학에 흡수되는 형태를 취했다. OCI㈜의 모태는 동양화학이지만 법인으로는 제철화학이 전신(前身) 셈이다.

이 회장 또한 합병법인 동양제철화학(2009년 4월 현 ‘OCI’로 상호변경)으로 갈아타게 된다. 지분 10.23%(175만1884주)로 변함없이 최대주주 지위를 유지했다.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지분 확보에 더욱 공을 들였다.

2001년 7월부터 2006년 4월에 걸쳐 장내에서 지분 3.68%(84만6194주·2001년 12월 무상증자 주식 15만6054주 포함)를 사들였다. 이를 통해 13.91%(259만8078주)까지 끌어올렸다.

이런 와중 이 창업주의 2세 지분 증여가 있었다. 2001년 5월 합병법인 동양제철화학 출범 당시 6.92%에서 이후 2004년까지 매년 빠짐없이 장내에서 사들인 주식까지 도합 10.03%(186만831주)가 대상이었다.

그런데, 당시 장자 이수영 회장 몫은 없었다. OCI㈜ 소유주식 중 831주를 빼고 차남 이복영 회장과 3남 이화영 회장에게 각각 절반씩 5.01%(93만주) 증여가 이뤄졌던 것이다. 이 회장은 부친으로부터는 2007년 7월 별세 이후 단 6843주만을 상속받았을 뿐이다.

아울러 이후로 지분 매입이 없었고 외부변수로 인해 지분율 하락이 이어졌다. 2005년 5월 발행했던 해외 신주인수권부사채(BW) 행사가 잇따랐다. 2011년 5월에는 씨티은행을 대상으로 한 5750억원(112만8081주·51만원) 제3자배정 유상증자가 있었다. 이수영 회장의 2018년 4월 상속지분이 10.92%에 머물렀던 배경이다.

이우현 부회장은 짧은 기간 OCI㈜ 최대주주 지위를 회복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점쳐진다. 상속세를 앞으로 최장 4년간 해마다 100억원씩 더 물어야 할 것으로 추산되고, 이것 마저도 갖고 있는 재원이 별로 없는 터라  OCI㈜ 주식을 담보로 또 빚을 내 충당할 수 밖에 없은 상황이니 말이다.

SNS 로그인
naver
facebook
goog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