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22위 영풍이 ‘뜻밖의’ 결말을 맞고 있다. 총수 장형진(74) 영풍 회장 2세들의 증여세 절세 얘기다. 무려 1900억원에 가까운 절세 효과를 맛보고 있는 2세들로서는 ‘므흣’한 결말이다. 웨만해선 ‘넘사벽’ 수준이다.
‘최고세율 65%’의 상속·증여세에 짓눌려 곡소리 내는 재계의 후계자들이 부지기수인 것과는 딴판이다. 시사하는 바가 있다. 20여년 전(前) 사전증여의 힘이다. 영풍 ‘장(張)ㆍ최(崔)’씨 두 창업 가문 3세들의 경영 행보와 맞물려 또 하나의 흥미로운 요소다.

영풍은 45개 계열사가 있다. 국내 24개, 해외 21개다. 주력사들은 비철금속 제련과 전자부품 제조 부문에 걸쳐 있다. 지배회사는 모태인 ㈜영풍이다. 고려아연(26.91%)를 비롯해 영풍전자(100%), 코리아써키트(37.09%) 등 비철금속 및 전자부품 주요 계열사들의 최대주주다.
현재 ㈜영풍의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은 74.06%(136만4177주)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장ㆍ최씨 일가 11명이 43.02%를 가지고 있다. 이외 31.04%는 영풍개발을 비롯한 3개 계열 주주사와 소속 재단 소유다.
단일 1대주주가 장세준(46) 전 영풍전자 대표이사 부사장이다. 장형진 회장의 2남1녀 중 장남이다. 명실상부한 영풍의 후계자다. 소유지분만 해도 16.89%(31만1193주)나 된다. 다음이 동생 장세환(40) 서린상사 대표다. 11.15%(20만5479주)다. 장 회장은 1.13%(2만774주)에 불과하다.
이런 지분구조는 거의 전적으로 1998년 장씨 일가의 대규모 사전증여에서 비롯됐다. 장씨 집안의 후계 지분승계는 20여년 전 일찌감치 매듭지어졌다는 의미다. 장 회장이 1993년 부친 장병희 창업주로부터 영풍 회장직을 물려받은지 5년만의 일이다.
당시 증여주식은 장 창업주 0.64% 전량과 장 회장 17.62%, 부인 김혜경(72)씨 2.56% 등 ㈜영풍 지분 총 20.82%다. 2001년 3월 김혜경의 0.31%까지 포함하면 도합 21.23%(38만9212주)에 이른다.
증여받은 이들이 장 회장의 세 자녀들이다. 장세준 전 대표 11.54%(21만2622주), 장세환 대표 9.28%(17만910주), 딸 장혜선(39)씨 0.31%(5680주)다. 이후 1999년 말부터 2002년 중반에 걸쳐 주식을 더 사모았지만 1.31%(2만4240주) 정도다.
즉, 장 회장 2세들이 현재 28.56%(52만6192주)나 되는 지분을 소유하게 된 데는 20여년 전의 사전 증여가 결정적인 계기가 된 것을 알 수 있다. 전체 지분 거의 4분의 3이 증여 지분이다.

당시만 해도 상속ㆍ증여세법상 최고세율은 과세표준 50억원 초과 45%(1997~1999년)였다. 최대주주 등의 주식 상속ㆍ증여에 붙는 할증률도 일률적으로 증여가액의 10%만 적용했다.
1998년 ㈜영풍의 주식시세는 낮게는 2만1500원, 높아봐야 6만7000원에 머물렀다. 증여주식 가치는 83억7000만~261억원이다. 어림해보면 2세들이 납부한 증여세가 증여주식의 49.5%인 41억4000만원~129억원 정도였을 것으로 추산된다.
상속ㆍ증여세제는 2000년 이후부터 부쩍 강도가 세졌다. 최고세율 구간을 30억원 초과로 낮추고 세율 또한 50%로 높였다. 고액 자산가에 대한 세금 부담을 강화하는 취지였다.
최대주주 주식 상속ㆍ증여 할증율도 마찬가지다. 지분율에 따라 이원화해 50% 이하일 때는 20%, 50%가 넘으면 30%를 부과키로 했다. 현행 최고 65%의 상속세를 부과하는 상속ㆍ증여세제가 만들어진 게 이 때다.
㈜영풍의 주식가치도 20여년 전과는 비교가 안된다. 어마무시하다. 지난 22일 현재 82만8000원으로 치솟은 상태다. ㈜영풍 지분 21.23%를 현재 가치로 환산하면 무려 3220억원이나 되는 지분이다.
이에 대해 증여세를 매긴다면 1930억원에 달할 것이란 계산이다. 즉, 일찌감치 지분 증여가 이뤄진 까닭에 영풍 3세들은 결과적으로 1900억원에 가까운 절세 효과를 본 셈이다. 사전증여, 이래서(?)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