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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OCI 이우현, ‘불운의 아이콘’

  • 2019.04.30(화) 11:18

2007년 후계승계 위해 준비된 ‘한방’ 넥솔론
2011년 상장직후 주식가치 1000억 치솟기도
태양광 장기불황으로 10년만에 ‘휴짓조각’

‘최고세율 65%’. 어마무시한 상속세 탓에 재계에서 ‘곡(哭)소리’ 난다고들 하는 요즘이다. 상속세가 가혹하다는 목소리가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최근 들어 강도가 더 거세졌다.

LG의 4세 경영자 구광모 회장 일가가 작년 11월 말 신고한 9200억원의 천문학적 상속세가 도화선이 됐다. 최근에는 이달 초 조양호 한진 회장의 갑작스런 타계가 더욱 불을 붙였다. 행동주의 사모펀드 경영권 위협을 받는 와중에 2000억원가량의 상속세가 후계자 조원태 회장의 가업 승계에 큰 부담이 될 것이라는 전망에서다.

여기에 현행 상속세의 부작용(?) 사례로 거의 빠지지 않는 대기업이 있다. 재계 27위 OCI다. OCI의 새 총수 이우현(52) 부회장이 상속세를 내느라 지주회사격인 OCI㈜의 최대주주 자리를 내줘으니 말 다했다.

다만 겉으로 보기에 그렇다는 것일 뿐 속을 들여다보면 좀 더 다른 뉘앙스로 다가온다. 대(代)물림을 위해 준비한 강력한 ‘한방’이 실패한 때문으로 볼 수 있어서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이 부회장은 ‘불운의 아이콘’이라 할 만 하다.

# 불 같이 일어났던 넥솔론

세계 2위의 폴리실리콘 업체 동양제철화학(2009년 4월 현 ‘OCI’로 상호변경)은 2007년 7월 일관체제 구축을 위해 넥솔론을 설립했다. 이어 넥솔론은 2008년 9월 전북 익산에 공장을 완공, OCI가 공급하는 폴리실리콘을 원재료로 본격적으로 태양광 발전용 잉곳·웨이퍼 생산에 들어갔다.

묘한 것은 설립 주체가 주력사 OCI㈜가 아니었다는 점이다. OCI 오너 3세이자 고(故) 이수영 회장의 2남1녀 중 두 아들 이우현 현 OCI 부회장과 이우정(51) 전 넥솔론 사장이었다. 초기 자본금(110억원)을 이 부회장과 이 전 사장이 전액 출자, 지분 각각 50.0%(101만주)를 소유했던 것이다.

이 부회장의 나이 40살 때로 2005년 OCI 전무로 입사한 이래 사업총괄 부사장(CMO)을 맡아 경영승계 단계를 속도감 있게 밟아나가던 시기다. 반면 넥솔론 출자 전(前) 이 부회장이 지분을 소유한 계열사라고 해봐야 OCI㈜가 거의 전부였고, 지분도 1% 남짓이었다.

속내야 알 길 없지만, 이런 당시 정황에 비춰보면 넥솔론은 후계 승계를 위해 준비된 계열사라고 볼 수 있다. 넥솔론의 성장세에 따라 향후 OCI 지분 확대 및 부친의 지분 증여나 상속 등에 대비한 재원으로 요긴하게 쓸 수 있어서다.

실제 짧은 기간 현실이 되는 듯 했다. 넥솔론의 성장은 가히 폭발적이었다. 설립 3년만인 2010년 매출(연결기준) 4510억원을 찍었다. 영업이익 또한 매년 예외없이 흑자가 이어지며 456억원에 달했다. 재무적투자자(FI)들이 돈 싸들고 앞다퉈 찾아올 정도였다. 이듬해 10월 증시 상장은 예정된 수순이었다.

이 부회장은 FI 자금 유치 등으로 낮아지기는 했지만 상장직후 넥솔론 보유지분만 해도 19.42%(1733만3320주)나 됐다. 동생 이 전 사장도 19.62%(1750만6650주)를 갖고 있었다. 형제 지분이 도합 39.04%(3483만9970주)에 달했다.

상장 당시 넥솔론에 매겨진 몸값이 주당 4000원(상장공모가·액면가 500원)이었다. 이 부회장의 지분가치도 693억원으로 평가됐다. 또 상장 직후 넥솔론의 주가가 6060원까지 뛰자 1050억원으로 치솟았다.

# 때를 잘못 만난 이우현

여기까지였다. 넥솔론이 상장한지 얼마되지 않아 세계 태양광 시장은 2008년 이후 글로벌 경기침체의 영향으로 수요 감소와 공급 과잉이 지속되며 장기 불황 국면에 접어들었다. 넥솔론이라고 피해갈 수 없었다. 주력제품 판매가격이 하락하면서 매출과 수익이 타격을 받았다.

매출은 상장 첫 해인 2011년 5880억원을 찍은 뒤로 지속적인 감소 추세를 보이며 2016년에는 1550억원으로 곤두박질쳤다. 영업이익 또한 2011년 적자로 돌아섰고 이후  많게는 1001억원, 적게는 226억원 한 해 평균 564억원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벌이가 영 신통치 않은데 지속적인 설비투자를 위해 적지 않은 돈을 외부에서 끌어다 쓴 터라 차입금 부담이 적지 않았다. 2009년 1150억원 수준이던 총차입금은 2011년 말 5850억원으로 증가했다. 이후로도 차입금은 줄지 않아 2015년 말에도 5120억에 달했다.

저조하기 짝이 없는 영업수익성과 차입금 부담마저 컷던 탓에 순익은 2015년(2650억원)을 제외하고 2011~2016년 동안 적게는 241억원, 많게는 무려 4015억원에 달하는 적자가 이어졌다.

이런 마당에 이 부회장이 자본이득을 봤을 리는 만무하다. 되레 넥솔론의 생존을 위해 돈을 대기에 바빴다. 넥솔론 상장 전 출자한 자금은 87억원이다. 여기에 넥솔론이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2012년 10월(553억원)과 2014년 3월(143억원) 유상증자에 나서게 되자 101억원을 추가 출자했다.

이 부회장은 2014년 2월 OCI㈜ 지분 0.4%(9만4500주)를 블록딜을 통해 191억원(주당 20만2500원)을 받고 매각한 적이 있다. 시기적으로 볼 때 넥솔론 추가 출자자금 용도로 풀이된다.

즉, 후계 승계를 위해 OCI 지분을 늘려도 시원찮을 판에 넥솔론을 건사하느라 얼마 안되는 지분 마저 내다 팔아야 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작년 4월 고 이수영 회장의 지분 상속(10.92% 중 5.62%) 직전 이 부회장 지분이 고작 0.5%(12만251주)에 불과했던 이유다.

부질없었다. 넥솔론의 재무구조는 좀처럼 개선되지 않았다. 결손금은 계속 불어 2014년 말(자본총계 –3750억원)에 빠졌다. 이어 2016년 말 완전자본잠식(-508억원) 상태에서 헤어나오지 못했다.

2014년 8월 법정관리 이후 진행해왔던 회생절차 마저 실패했다. 완전자본잠식으로 2017년 4월에는 상장폐지되는 지경에 까지 이르렀다. 급기야 2017년 11월에 가서는 법정관리 또한 폐지 결정이 내려짐으로써 넥솔론은 설립된 지 10여년만에 공중분해됐다.

 이 부회장의 넥솔론 주식은 휴짓조각이 된지 오래였다. 넥손론은 재무개선 와중인 2015년 2월 이 부회장과 이 전 사장 양대주주를 대상으로 무상감자 실시했다. 이 부회장은 소유지분 17.75%(2564만5008주) 중 97%에 대해 무상소각을 당했다. 이어 잔여지분 0.59%(83만1168주)도 FI의 담보권 실행으로 사라졌다. 동생 이 전 사장도 마찬가지다.

이 부회장이 넥솔론에 집어넣은 자금은 총 188억원이다. 이 중 지분매각을 통해 회수한 자금이라고 해봐야 2013년 1월 14.13% 중 0.26%(32만2580주) 매각을 통한 5억4100만원이 전부다.

이 부회장이 짊어진 860억원가량의 상속세의 짐은 무겁다. 상속 지분을 일부 팔아 절반가량을 납부하기는 했지만 앞으로 최장 4년간 해마다 100억원씩을 물어야 할 것으로 추산된다. 이것 마저도 갖고 있는 현금이 별로 없는 터라 주식을 담보로 또 빚을 내 충당할 수 밖에 없다.

이 부회장으로서는 ‘한방’을 기대했던 과거 넥솔론의 존재가 더욱 아쉬울 법하다. 가정이기는 하지만, 만일 넥솔론이 성공했다면 이렇게 상속세를 내느라 쪼들리지 않아도 될 터다. ‘불운의 아이콘’이라 달리 불일 수 있는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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