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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몽준 vs 정기선, 高배당 활용법…빚상환 vs 증여세

  • 2019.03.05(화) 09:40

현대중공업지주 2710억 결산현금배당…작년 순익의 2배
정몽준 세후 451억…작년 증여와 맞물려 빚 해소 ‘요긴’
정기선은 89억…증여세 연부연납 2차 납부액의 3분의 1

뭔가 특별한 게 있다. 재계 10위 현대중공업의 지주회사 현대중공업지주 배당을 두고 하는 말이다. 5년만의 배당이다. 그것도 작년에 벌어들인 돈의 2배를 뿌렸다. 주주들로서는 노날 일이다.

찬찬히 돌아보면 공교롭다. 최대주주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은 증여와 맞물려 급속히 불어난 빚을 갚는 데 요긴하게 쓸 수 있다. 후계자 정기선 현대중공업 부사장은 증여세의 짐에서 ‘휴~’ 한숨 돌리게 됐다.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왼쪽). 정기선 현대중공업 부사장

# 高배당

5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지주는 2018년 결산배당으로 보통주 1주당 1만8500원(액면가 5000원)의 현금배당을 실시키로 했다. 총배당금은 2705억원이다. 시가배당율은  5.06%다.

지주회사 현대중공업지주는 2017년 4월 옛 현대중공업의 인적분할을 통해 ‘현대로보틱스’로 신설된 법인이다. 즉, 전신(前身)이 옛 현대중공업이다. 이번 배당은 2013년(주당 2000원 총 1230억원)이후 5년만에 주주들에게 주어지는 배당금이다.

금액도 상당하다. 2010년 옛 현대중공업의 4290억원이후 최대 규모다. 벌이와 비교해도 엄청나다. 현대중공업지주의 작년 순익(별도 기준 1306억원)의 무려 207.13%(배당성향)에 달한다.

고(高)배당은 주주친화정책의 일환이라는 게 지주회사의 설명이다. 현대중공업지주는 작년 말 임시주총에서 주식발행초과금(주식 액면가와 발행가의 차액·자본잉여금) 5조905억원(2018년 9월 말 별도기준) 중 2조원을 이익잉여금으로 돌렸다. 자본잉여금은 3조905억원으로 줄었고, 이익잉여금은 2조9870억원으로 확대됐다. 배당재원으로 쓰기 위해서다.

 현대중공업지주는 앞서 작년 8월 말 ‘배당성향 70% 이상, 배당수익률 5%’를 유지하겠다고 발표했다. 자본잉여금 전환은 배당 확대를 통한 주주이익 제고 차원에서 진행된 사전 정지작업이다. 이번 배당은 실행의 의미를 갖는다.

# 정몽준

현대중공업 오너 일가는 지주회사 지분 30.90%(503만3363주)를 소유 중이다. 두둑한 배당금을 챙길 수 있게 됐다. 1대주주 정몽준 아산재산 이사장(25.80%·420만2266주) 몫이 774억원이다. 5년만에 다시 맛보는 배당금이다.

빚 상환 등에 요긴하게 쓸 수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정 이사장의 지주회사 지분은 작년 4월 이후 전례 없이 금융권 담보주식이 급속하게 불어났다. 전체 보유지분의 48.61%인 12.55%(204만2913주)가 묶여있을 정도다.

증여 탓이 컸다. 후계자 정기선 현대중공업 부사장은 작년 4월 초 현대중공업지주 지분 5.10%(83만1000주)를 인수했다. KCC(5.18%·84만4033주) 주식이다. 총 3540억원(주당 42만6000원)어치다. 현재 정 이사장에 이어 단일 2대주주에 올라 있는 이유다. 인수자금 중 90%에 가까운 3040억원을 대준 이가 정 이사장이다. 대물림을 위한 지분승계의 신호탄이다.

증여 자금은 하나은행 주식담보대출 자금으로 충당했다. 통상 주식담보대출 금리가 낮아봐야 3%대 중반인 점을 감안하면, 이자가 적잖을 것으로 보인다. 결국 이번 배당금을 대출 상환에 쓸 개연성이 없지 않다. 세금(개인 종합소득 과세표준 5억원 이상 세율 42%)을 제하면 최소 451억원을 손에 쥔다.

# 정기선

또 한 가지. 현대중공업 2세 정 부사장의 증여세와 결부지어 생각할 수 밖에 없다. 정 부사장이 수령할 배당금은 154억원이다. 옛 현대중공업 주주명부에 처음으로 이름을 올린 게 2015년 3월. 계열사 주식으로 처음 받는 배당금이다.

 정 부사장은 정 이사장의 증여로 현재 무거운 증여세를 짊어진 상태다. 약 1440억원(최고세율 50%-증여재산공제 5000만원-신고세액공제 5%)으로 추산된다. 자금 부담이 커 연부연납(최장 5년간 6회 분할납부)으로 5년에 걸쳐 나눠 내기로 했다. 정 부사장 소유의 현대중공업지주 지분 중 2.59%(42만2018주)가 서울중앙지방법원에 공탁돼 있는 배경이다.

증여세액을 6회에 걸쳐 균등납부할 경우, 작년 7월 말 기한내(증여일이 속한 달의 말일부터 3개월)에 납부한 1차세액은 240억원으로 추산된다. 앞으로도 1200억원을 더 내야 한다는 의미다. 뿐만아니다. 분할납부 댓가로 60억원(연 1.8%)가량의 가산금도 물어야 한다.

공개된 범위에서 정 부사장은 증여세 재원으로 만지작거릴 수 있는 카드가 별로 없다. 기껏해야 현대중공업지주 지분 5.10%(4일 종가 35만4000원 기준 2940억원)를 활용한 주식담보대출과 배당수익 정도다.

현재 현대중공업지주 외에 주식 자산이라고 해봐야 현대중공업㈜ 544주, 현대일렉트릭 156주, 현대건설기계 152주가 전부다. 각각 0.01%도 안되고 합쳐봐야 현 시세로 1억원도 안된다.

현대중공업지주 배당금은 그래서 중요하다. 정 부사장이 세금 빼고 챙길 수 있는 배당금이 최소 89억원이다. 2차 증여세의 3분의 1가량을 이번 배당금으로 확보하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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