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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재부 국감 극장]① 내게 모욕감을 줬어

  • 2014.10.16(목) 19:17

'트위터 비방' 안홍철 KIC사장 사퇴압력 파행
MB정부 비리 추궁..'초이노믹스' 실효성 논란

# 프롤로그

 

실세 정치인 출신 '왕(王)장관'의 국정감사는 어떤 모습일까. 그동안 '최전방 공격수'였던 최경환 경제부총리는 이제 '중앙 수비수'로 신분이 달라졌다. 야당은 매섭게 공격했고, 여당은 끝까지 지키려 했다.

 

인사말은 간결했고, 국세청장이나 관세청장처럼 틀에 박힌 멘트도 구사하지 않았다. 간부 소개까지만 하고, 업무보고는 실무자에게 맡겼다.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거침없이 이야기하고, 조금도 움츠러들지 않았다. 16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기획재정부 국정감사 첫 날의 풍경이다.

 

▲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6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기획재정부 국정감사에서 답변하고 있다.

 

# 안홍철 쇼크

 

국감을 시작도 하기 전에 암초를 만났다. 트위터 막말로 1년 내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를 시끄럽게 만들고 있는 안홍철 한국투자공사(KIC) 사장이 도마에 올랐다. 이미 4월에 여야가 안 사장에게 자진사퇴를 촉구하기로 합의했는데, 아직도 그만두지 않았다는 게 쟁점이다.

 

지난해 12월 박근혜 대통령이 임명한 안 사장은 노 전 대통령과 문재인 의원(새정치민주연합)을 '종북 하수인'이라고 비방했다가 논란의 중심에 선 인물이다. 기재위의 전·현직 야당 간사인 김현미·윤호중 의원(새정치민주연합)은 최 부총리를 향해 "그동안 (사퇴 안 시키고) 뭘 한거냐"고 따졌다.

 

오전 내내 안 사장에 대한 추궁이 계속되자 정희수 기획재정위원장이 중재안을 냈다. 최 부총리가 연말까지 안 사장의 거취 문제를 마무리한다고 하니, 기다려보자는 얘기였다. 야당은 뾰로통한 반응이었지만, 더 이상 국감을 미룰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국회의 사퇴 압력에도 꿋꿋하게 버틴 안 사장은 어느새 취임 1주년을 눈앞에 두게 됐다.

 

▲ 김현미 의원(새정치민주연합)이 16일 기획재정부 국정감사에서 안홍철 한국투자공사 사장의 사퇴를 촉구하고 있다.

# MB 권력형 비리

 

연일 기재위 국감에서 날선 지적을 하고 있는 박범계 의원(새정치민주연합)은 이명박 정부의 권력형 비리 의혹을 제기했다. 2008년 한국투자공사가 미국 투자은행인 메릴린치에 2조원을 '몰빵' 투자해 1조원의 손실을 냈는데, 이 과정에 기재부 간부가 관여했다는 주장이다.

 

메릴린치는 2007년 이명박 전 대통령의 조카사위 전종화 씨가 운영하는 바이오 업체에 수백억원을 투자하면서 화제를 모았다. 즉 MB정부의 친인척과 가까운 회사라는 이유로 대규모 투자를 강행했다가 손실을 입힌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것이다.

 

박 의원은 "투자를 결정할 당시 강만수 인수위원은 MB정부 초대 기재부 장관이 됐고, 조인강 금융정책심의관은 세계은행 대리이사로 가는 등 승승장구했다"며 "권력운영의 파행과 비리와 부조리가 집대성된 케이스"라고 꼬집었다.

 

▲ 박범계 의원(새정치민주연합)이 16일 기획재정부 국정감사에서 질의하고 있다.

 

# 초이노믹스는 빚잔치

 

최 부총리의 경기부양책을 뜻하는 '초이노믹스'는 이날 국감에서 가장 많이 언급됐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초이노믹스를 '빚잔치'라고 몰아세웠고, 새누리당 의원들도 재정건전성 악화에 대해 우려했다.

 

박광온 의원(새정치민주연합)은 "초이노믹스는 다음 정부에 빚을 떠넘기는 폭탄 돌리기 정책"이라고 비판했고, 이한구 의원(새누리당)도 "막대한 빚을 내고 정부와 가계, 기업을 총동원해 인위적 경기부양에 나서는 것은 무책임하고 위험한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최 부총리는 경기 부양에 대한 소신을 굽히지 않았다. 그는 "지금은 경기 상황이 매우 어렵기 때문에 일시적으로 재정이 어려워지더라도 확장적으로 가는 것이 옳다"고 말했다. 

 

 

# 초이 잡는 박영선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에서 기재위원으로 컴백한 박영선 의원은 최 부총리를 향해 날선 독설을 퍼부었다. 취임 직후 오름세를 타던 주식시장은 석 달만에 고꾸라졌고, 시장의 신뢰는 땅에 떨어졌다는 지적이다.

 

박 의원은 최 부총리의 금산분리와 재정적자, 담배가격 인상 등의 '말 바꾸기' 사례를 일일이 꼬집으며 "경제 철학이 없어서 계속 말을 바꾸고, 거짓말까지 한다"며 "부총리가 책임져야 한다"고 날을 세웠다.

 

최 부총리도 물러서지 않았다. 그는 "모든 경제예측이 틀리면 다 거짓말인가"라며 "일방적으로 그렇게 말하지 말라"고 받아쳤다. 이어 "최근 증시 부진은 대기업들의 실적 부진과 달러 강세로 인한 시장의 반응이 원인"이라며 "주가가 빠지니까 경제정책이 실패했다는 얘기는 지나치다"고 말했다.

 

# 진짜 승부는 17일

 

16일 기재부 국감 첫 날은 경제정책 중심으로 '초이노믹스'에 대한 검증이 두드러졌다. 이번 국감의 핵심 이슈로 꼽히는 서민 증세와 담뱃값 인상, 최악의 세수부족에 대한 대책 등은 17일 국회에서 열릴 기재부 조세정책 국감에서 집중 추궁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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