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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세청 국감 극장] 너나 잘하세요

  • 2014.10.14(화) 17:58

MB·박근혜 정부 증인 논란..여야 갈등 증폭
여당편끼리 '신경전'..기재위원장 "기분 나빠"

# 프롤로그

 

14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 열린 관세청 국정감사는 시작부터 순탄치 않았다.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특혜와 낙하산 여부를 가려낼 증인 채택 문제로 오전 시간을 대부분 허비했다.

 

여야 의원들은 증인에 대한 이견을 좁히지 못한 채 첨예하게 대립했다. 낙하산 인사 문제와 관련해서는 여당 의원이 같은 당의 정희수 기획재정위원장을 상대로 고함을 지르기도 했고, 이에 대해 정 위원장은 정색을 하고 기분 나쁘다며 맞대응했다. 관세청 국정감사 현장을 재조명해본다.

 

▲ 14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의 관세청 국정감사에서 김낙회 관세청장이 선서하고 있다.

 

# "뜻 깊게 생각합니다"

 

시작부터 늦었다. 당초 10시 예정이었던 국정감사는 여야가 증인 채택을 놓고 갈등을 빚다가 20분 늦게 개시했다. 김낙회 관세청장은 "감사를 받게 된 것을 뜻 깊게 생각한다"는 공식 멘트로 포문을 열었고, 간부 인사와 업무현황 보고를 진행했다.

 

김화동 한국조폐공사 사장의 업무보고까지 모두 마친 시간이 10시50분이었다. 지난 8일 국세청 국정감사에서는 임환수 청장의 업무보고가 9분으로 끝났지만, 김 청장과 김 사장의 업무보고는 각각 12분씩 걸렸다. 이미 국회의원들의 책상에 배포한 자료에 다 나와있는 것인데, 기관장들의 '국어책읽기'에만 30분 가량의 시간이 더 흐른 셈이다.

 

# "청계재단·선피아 나와"

 

11시가 넘었는데도 첫 질의까진 갈 길이 멀었다. 여야가 증인을 놓고 이견을 좁히지 못하면서 파행이 계속됐다. 새정치민주연합 김관영 의원은 공익재단의 편법 증여 문제를 제기하면서 청계재단의 송정호 이사장과 이상주(이명박 전 대통령 사위) 이사를 증인으로 요구했다.

 

같은 당 박범계 의원은 박근혜 정부의 '보은 인사'로 꼽히는 인물들을 대거 증인으로 신청했다. 적십자 회비를 내지 않은 'MCM' 김성주 대한적십자사 총재(성주그룹 회장), 곽성문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 사장(전 한나라당 의원), 백기승 한국인터넷진흥원장(전 청와대 국정홍보비서관), 자니윤 한국관광공사 상임감사(전 방송인), 현명관 한국마사회 회장(전 한나라당 제주도당위원장)을 증인으로 부르자고 제안했다.

 

이들은 박근혜 대통령의 선거를 도왔던 인물로 최근 요직을 꿰차며 '선(選)피아'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 김현미 의원은 "박 대통령 선거캠프에 있었던 분들이 선피아가 되어 공공기관 낙하산으로 집중 투하되고 있다"며 "선피아 낙하산 때문에 하늘이 보이지 않을 지경"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새누리당에서는 난색을 표했다. 류성걸 의원은 "그들의 업무에 관한 것은 해당 상임위원회에서 검증하고, 인사에 관한 사항은 공공기관운영위원회 위원장인 최경환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물어보면 된다"고 말했다.

 

▲ 14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의 관세청 국정감사에서 김낙회 관세청장이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 "위원장 뭐하는 거야!"

 

야당 간사인 윤호중 의원(새정치민주연합)은 증인에 대한 합의가 원만히 이뤄지지 못한 점에 대해 사과하면서 조용히 방송뉴스를 재생시켰다. 박근혜 대통령이 당선인 시절 뉴스를 통해 국민들에게 공개적으로 밝힌 새정부의 인사 원칙이 무엇이었는지를 다시 각인시키겠다는 의미였다. 그땐 그렇게 얘기하더니, 지금 진행되고 있는 인사가 과연 그 원칙에 맞는지 꼬집겠다는 의도가 당연히 숨어있었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새정부 인사원칙을 밝혔습니다. 전문성을 중시하고, 낙하산 안된다고 강조했습니다. 박근혜 당선인은 가장 중요한 인사기준으로 전문성을 꼽았습니다. 공기업 낙하산으로 보내는 그런일이 있어선 안된다고."-SBS뉴스 영상

 

▲ 새누리당 김광림 의원

인사 원칙에 관련된 방송 뉴스가 재생되면서 국감장은 일순 술렁였다. 김광림 의원(새누리당·경북 안동·66)은 발끈하며 같은 당의 정희수 기재위원장(경북 영천·61)을 쏘아붙였다. "위원장 뭐하는 것이냐!"는 고함이 터져나왔다. 대통령에 관련된 불경(?)한 영상이 국감장에서 재생되는데, 이런 사태를 통제하지 못한 위원장을 질책하는 언성이었다. 정 위원장은 정색을 하고 불괘한 감정을 드러냈다. 그는 "김(광림) 의원으로부터 위원장 똑바로 하라는 이야기를 들어서 나도 기분이 나쁘다"며 "그렇게 말씀하시는 것이 아니다"고 대놓고 말했다.

 

결국 기재위 수석전문위원의 유권해석에 따라 영상을 다시 상영하고, 증인에 대한 여야 간사 합의도 계속 진행하는 쪽으로 결론을 냈다. 국정감사의 본 질의를 시작하기도 전에 여야는 한 시간 넘게 진을 빼야 했고, 새누리당은 집안 식구끼리 비판하고 대응하느라 적잖이 모양새를 구겼다. 

 

# 롯데·신라면세점 '싹쓸이'

 

오전 11시40분에야 첫 주자로 나선 홍종학 의원(새정치민주연합)은 해외 여행자 면세 한도를 400달러에서 600달러로 올린 것을 '재벌을 위한 정책'으로 규정했다.

 

지난해만해도 기획재정부는 면세한도 상향에 대해 부정적이었지만, 올해 3월 대통령 규제개혁위원회에서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의 제안이 나온 이후 급하게 용역과 여론조사를 거쳐 8월 정부안이 발표됐다는 지적이다. 김낙회 청장은 지난 7월 말 부임 전까지 기재부 세제실장으로 면세한도 상향을 이끌었는데, 이때의 과정을 문제 삼았다. 한때 유행어였던 '영혼 없는 공무원'을 빗댄 비판이었다.

 

홍 의원은 "면세한도 상향은 국민 편의를 위해서가 아니라 재벌의 요청에 의한 것"이라며 "실제로 가장 이익을 본 회사는 어디인가"라고 물었다. 김 청장은 "롯데와 신라가 면세점 전체 매출의 80%를 넘는다"며 "면세한도 상향으로 일부 이익을 볼 수 있다"고 인정했다.

 

# 대답없는 너

 

관세청장의 '인사 법칙'도 도마에 올랐다. 현 김낙회 청장을 포함해 기획재정부 세제실장 출신이 독식하는 문제를 지적한 것이다. ☞관련기사 '세금 수장의 공식'..이변은 없었다

 

신계륜 의원(새정치민주연합)은 "관세청이 생긴 1970년 이후 27명의 청장 중 내부 승진자는 5명에 불과하다"며 "최근에는 기재부 세제실장이 5대 연속으로 관세청장에 오르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관세청 내부에서도 청장에 오를 여건이 충분한데, 기재부 세제실장이 되면 무조건 관세청장에 가는 것인가"라고 따져 물었다. 그러나 국감장 내에 관세청장 인사 관행에 대해 대답할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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