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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세청 국감 극장]② 용의자와 감시자들

  • 2014.10.08(수) 18:01

한류스타 모범납세자 탈세 지적..재벌가 해외부동산 추궁
뇌물수수 국세공무원 '솜방망이' 처벌..'전관예우'도 여전

▲ 8일 서울 종로구 국세청에서 열린 국정감사에서 국세청 직원들이 의원들의 질의를 들으며 생각에 잠겨 있다. /이명근 기자 qwe123@

 

# 지루한 공방

 

점심식사를 마치고 오후 2시부터 계속된 국세청 국정감사에서는 오전의 팽팽한 긴장감이 다소 풀렸다. 여야 의원들은 최근의 세수 부족 현상에 대한 대책과 근로장려세제(EITC) 부정 수급 문제에 대해 추궁했다.

 

최근 손자에게 내준 교육비 1억원까지 증여세를 면제하는 법안으로 홍역을 치른 류성걸 의원(새누리당)도 질의에 나섰다. 그는 국세청이 세무조사를 강화했음에도 점점 세수가 부족해지는 현상을 지적했다. 국세청장에게는 요란한 세무행정이 아니라 차분하게 내실을 키워야 한다고 주문했다.

 

임환수 국세청장도 "최선을 다해 열심히 세금을 걷겠다"거나 "철저히 관리하겠다"는 대답 외에는 뾰족한 대안을 내놓지 못했다. 애초부터 날선 질문이 없으니, 답변도 나른했다. 그렇게 오후 질의는 무난히(?) 흘러갔다.

 

▲ 류성걸 의원(새누리당)이 8일 서울 종로구 국세청에서 열린 국정감사에서 질의하고 있다. /이명근 기자 qwe123@

 

# 한류스타와 재벌가

 

"특별 세무조사에 대해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러움이 없습니까."

 

속사포처럼 쏟아내는 말투부터 범상치 않은 박범계 의원(새정치민주연합)은 한류스타와 재벌의 탈세 문제를 거론하며, 졸고 있던 국세청 직원들을 깨웠다. 그는 두 달 전 국세청장 인사청문회에서 영화배우 송혜교 씨의 탈세 문제를 제기해 거센 파장을 몰고 왔다.

 

박 의원은 송 씨의 예를 들면서 "모범납세자로 지정한 후 3년간 세무조사 유예 혜택을 주는 것이 오히려 탈세를 조장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국세청 요직을 두루 거쳐 온 임 청장에게도 모범납세자 선정의 일부 책임이 있다고 비판했다.

 

재벌가의 해외부동산 취득에 대해서도 국세청의 사후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는다는 문제점도 지적했다. 이명박 정부 시절 태광실업에 대한 정치적 세무조사 의혹에 대해서도 확실한 답변을 요구했다. 임 청장은 "법과 원칙에 따라 처리했다고 자신한다"고 답했지만, 박 의원은 추후 또 한번의 '히든카드'를 예고했다.

 

▲ 박범계 의원(새정치민주연합)이 8일 서울 종로구 국세청에서 열린 국정감사에서 질의하고 있다. /이명근 기자 qwe123@

 

# 제 식구 감싸기

 

납세자로부터 뒷돈을 받는 국세공무원의 고질적인 비리 행각은 여전했다. 더 큰 문제는 국세청이 '솜방망이' 처벌로 일관하고 있다는 점이다. 징계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다보니, 뇌물을 받는 국세공무원도 좀처럼 줄어들지 않고 있다.

 

이만우 의원(새누리당)에 따르면 5년간 국세청에서 금품수수로 적발된 인원은 162명이었지만, 파면이나 해임 등 중징계로 공직에서 추방된 공무원은 9명(5.5%)에 불과했다. 반면 검찰 수사를 통해 외부에서 적발된 79명 중 59명(74.7%)이 중징계를 받았다.

 

즉 내부 감찰로 적발되면 20명 중 1명이 공직에서 물러나지만, 검찰에 걸리면 4명 중 3명이 일을 못하게 되는 셈이다. 이 의원은 "돈을 받아도 경징계로 일관하는 자체 감찰이 무슨 의미가 있나"면서 "엄중한 처벌이 비리로 얼룩진 국세청의 신뢰를 회복하는 길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국세청에서는 '제 식구 감싸기' 의혹에 대해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임 청장은 "외부에서 적발된 경우는 검찰이나 경찰 수사과정에서 범죄화된 것"이라며 "내부에선 수사권 없이 제약된 조건이어서 수위가 약할 수밖에 없다"고 해명했다.

 

▲ 임환수 국세청장이 8일 서울 종로구 국세청에서 열린 국정감사에서 답변하고 있다. /이명근 기자 qwe123@

 

# 삼척동자도 아는 '전관예우'

 

국세청 특유의 '전관예우' 관행도 도마에 올랐다. 조명철 의원(새누리당)은 10대 로펌에서 영입하는 국세청 퇴직 공무원이 정부부처 가운데 가장 많다는 점을 지적했다. 지난해 초부터 올해 7월까지 10대 로펌이 국세청에게 1심(서울행정법원)에서 승소한 비율이 절반을 넘는다는 설명이다.

 

세무서장이 퇴직 후 관내에 세무사로 개업하는 문제도 마찬가지다. 지난 6월 명예퇴직 후 세무사로 개업한 세무서장 14명 가운데 13명이 자신의 근무 지역에서 사무실을 냈다. ☞관련기사= 세무서장 '전관예우'..국세청은 헛기침만

 

조 의원은 "세무사 개업 후 상대하는 국세청 직원이 후배인데, 이는 삼척동자도 알 수 있다"며 "로펌 재취업과 세무서장의 지역 사무실 개업에 대한 차단장치가 있어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임 청장은 "국회에서 추진하는 공직자윤리법이 개정되면 자연스럽게 바뀔 부분"이라며 국회에 책임을 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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