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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의 세금]② 해외파의 엇갈린 운명

  • 2014.09.07(일) 09:05

日진출 프로선수, 비거주자 전환 '실패'…美는 관대한 편
전속계약금 '기타소득' 논란…세법개정으로 종결

'유리알 지갑'으로 불리는 월급생활자 뿐만 아니라 거액의 연봉을 받는 스포츠 스타에게도 세금은 달갑지 않은 존재입니다. 인기 종목인 프로야구 선수의 경우 다년 계약을 통해 로또 1등 상금을 뛰어넘는 '대박'을 터뜨리기도 하지만, 수익의 1/3 정도는 세금으로 내야 합니다.

 

아무리 세금이 아깝더라도 스포츠 스타들은 탈세까지 자행하진 않습니다. 언론을 통해 '일거수일투족'이 노출되기 때문에 새로운 계약이나 고액 연봉 내역을 숨기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고, 국세청에서도 비교적 수월하게 스포츠 스타들의 소득을 파악하고 있습니다.

 

결국 세법이 규정한 범위 내에서 정당하게 세금을 아낄 방법을 찾아야 하는데요. 가장 대표적인 '빈틈'이 비거주자와 전속계약금 문제였습니다. 비거주자 요건은 해외파 선수들에게 충분한 자격이 있어보였고, 전속계약금도 엄연히 기타소득으로 명시돼 있었죠. 하지만 그들의 도전은 국세청의 벽을 넘지 못하는 경우가 훨씬 많았습니다.

 

 

◇ 일본에서 돌아온 'Lee'

 

일본에서 활동하던 선수들은 '비거주자'가 되고 싶었지만, 과세당국은 끝내 허락하지 않았습니다. 2009년부터 2011년까지 일본 J리그에서 활동하던 이근호 선수는 지난해 4월 국세청으로부터 뜻밖의 통보를 받게 됩니다. 일본 현지에서 받은 연봉에 대해 세금을 다시 내라는 경정 고지서였습니다.

 

이 선수는 자신을 비거주자라고 여기면서 일본에서의 수입을 국세청에 신고하지 않았는데요. 세법상 비거주자 요건은 1년 이상 해외에서 거주하는 직업을 가졌을 경우로 정해져 있습니다. 실제로 J리그 선수로 활동하던 992일 가운데 836일을 일본에서 거주했기 때문에 충분히 비거주자가 될 수 있다고 확신한 겁니다.

 

국세청에선 이 선수가 국내에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고, 가족들도 국내에서 살고 있다는 이유로 '거주자' 판정을 내렸습니다. 연봉의 대부분을 국내 계좌로 송금했고, 병역 미필자 신분으로 언제든 귀국해야 한다는 점도 이 선수의 발목을 잡았죠. 조세심판원도 2014년 브라질 월드컵 직전인 지난 5월 이 선수의 과세 불복에 '기각' 결정을 내리면서 국세청의 승리를 선언했습니다.

 

'국민타자' 이승엽 선수도 지난해 비거주자로 인정받기 위해 심판청구를 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2003년부터 2011년까지 오랜 기간 일본에서 활동했지만, 연봉의 대부분을 국내로 송금하고 부동산을 통해 고액의 임대수입을 올렸다는 이유였죠. 그동안 국내 거주자로 종합소득세를 신고해온 이 선수가 갑자기 비거주자라고 주장한 점도 적절치 못했다는 지적이었습니다.

 

요즘 국세청은 비거주자에 대해 유독 민감합니다. 선박왕(권혁 시도그룹 회장)과 구리왕(차용규 전 삼성물산 이사), 완구왕(박종완 에드벤트엔터프라이즈 대표) 등이 비거주자 요건을 이용해 국세청과 오랜 싸움을 벌였기 때문입니다. 해외파 운동선수들이 비거주자로 인정받는 사례는 앞으로도 나오기 힘들 것으로 예상됩니다.

 

◇ 빅초이와 슈퍼땅콩은 '비거주자'

 

과거에는 스포츠 스타가 비거주자로 인정받는 경우도 있었는데요. 2000년대 미국에서 활동했던 '빅초이' 최희섭 선수와 '슈퍼땅콩' 김미현 선수가 대표적입니다.

 

1999년부터 2007년까지 미국 프로야구에서 활약한 최 선수는 2006년 국세청과 비거주자 요건을 놓고 한판승부를 벌입니다. 국세청은 최 선수의 가족이 국내에 거주했고, 본인이 직접 부동산 임대사업도 하고 있었기 때문에 비거주자가 아니라고 주장했습니다.

 

최 선수는 세무대리인을 통해 국세심판원(현 조세심판원)에 억울함을 호소했고, 비거주자가 맞다는 결정을 이끌어냅니다. 당시 심판원은 메이저리그에서 활동하는 최 선수가 명백히 1년 이상을 국외에서 거주했고, 국내 부동산 임대수입도 비교적 작은 금액(2003년 529만원)이었다는 점을 인정했습니다.

 

비슷한 시기 미국 프로골프에서 매운맛을 보여주던 김미현 선수도 비거주자 타이틀을 따낼 수 있었습니다. 김 선수는 국내에 부동산도 보유하지 않았고, 가족들도 주로 미국에서 함께 거주하는 등 진정한 비거주자 요건을 충족시켰죠. 국세청은 국위 선양한 선수들을 상대로 부실과세를 했다는 오명을 뒤집어써야 했습니다.

 

2000년대까지만해도 비거주자에 대한 시각은 관대한 편이었습니다. 최희섭 선수가 국내 부동산과 가족 거주라는 핸디캡을 극복하고 비거주자가 된 것을 보면, 비슷한 사례의 이근호·이승엽 선수는 억울할 수도 있겠는데요. 비거주자를 판단하는 기준을 보다 명확하고 일관성 있게 만들어서 납세자의 예측 가능성을 높일 필요가 있습니다.

 

◇ 전속계약금의 '희망고문'

 

스포츠 스타들이 구단이나 광고주와 장기 계약을 체결하면 전속계약금을 받게 됩니다. 지금은 전속계약금을 명백히 사업소득으로 인정하고, 계약 기간을 연도별로 나눠서 종합소득세를 내는데요. 이전에는 전속계약금이 세법상 기타소득에 포함되면서 스타들에게 '희망고문'의 빌미를 제공했습니다.

 

사업소득은 직업별로 정해진 경비(기본경비율)를 뺀 후 최대 38%의 세율로 세금을 내야하지만, 기타소득이 되면 80%를 필요경비로 인정받고 20%의 세율만 적용하기 때문에 고액연봉자일수록 세부담을 훨씬 더 줄일 수 있습니다. 스포츠 스타들의 세무대리인들이 전속계약금을 기타소득으로 인정받기 위해 안간힘을 쓴 이유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스타들의 전속계약금은 기타소득이 될 수 없었습니다.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 국민들에게 '꽃미소'를 선사했던 이운재 선수는 이듬해 나이키스포츠코리아와 전속광고 계약을 맺는데요. 이때 받은 전속계약금을 기타소득으로 신고하지만, 국세청은 사업소득으로 다시 계산해 1억여원을 추징합니다. 당시로선 파격적인 4년의 장기계약이었기 때문에 우발적 성격의 기타소득이 되지 못했던 겁니다.

 

자유계약선수로서 '잭팟'을 터뜨린 프로야구 선수들도 전속계약금 문제로 국세청과 갈등을 겪었는데요. 2002년 삼성라이온즈와 10억원에 계약을 맺은 양준혁 선수는 전속계약금을 기타소득으로 인정받기 위해 감사원까지 다녀왔고, 2003년 KIA타이거즈와의 장기 계약을 체결한 마해영 선수는 심판원에 나가서 직접 의견 진술도 했습니다. 그들은 끝내 전속계약금을 기타소득으로 인정받진 못했지만, 정당한 절차에 따라 세금의 일부를 깎는 뒷심을 발휘했습니다.

 

전속계약금을 향한 스포츠 스타들의 적극적 행보는 나름대로 성과를 거뒀습니다. 정부는 세법 개정을 통해 2008년부터 기타소득 항목에서 전속계약금이라는 단어를 빼고, 사업소득이라고 확실하게 선을 긋습니다. 이후 스포츠 스타들은 더 이상 전속계약금 때문에 혼란을 겪지 않게 됐고, 계약 기간에 따라 연도별로 나눠 소득을 신고하는 규정이 마련되면서 갑작스런 '세금 폭탄'도 맞지 않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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