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광현 전 국세청장의 퇴임으로 차기 청장 인선에 관심이 쏠리는 가운데, 유력 후보로 거론되는 현직 1급 고위공무원들의 재산공개 내역을 들여다봤다. 최근 국세청 고위직들의 자산 흐름을 한 눈에 볼 수 있도록 강민수·임광현 전 청장과 두 청장 시절 국세청 1급 고위공무원들의 재산도 함께 살펴봤다.
재산공개 내역에는 128억원대 자산가부터 4억원대 고위직까지 등장한다. 서울 강남의 고가 아파트와 수십억원대 상가건물을 보유한 인물이 있는가 하면, 세종시 아파트 한 채를 신고한 고위직도 있었다. 국세청 최고위직들의 재산 규모와 부동산 보유 현황을 비교했다.
아울러 두 국세청장의 업무추진비 사용 내역을 분석해 각 청장이 어떤 업무에 방점을 두고, 직원들을 어떻게 격려했는지 살펴봤다.
세금을 가장 잘 아는 사람들은 재테크도 잘할까.
국세청장과 차장, 서울·중부·부산지방국세청장 등 국세청장과 1급 고위공무원들은 세금 제도와 과세 실무에 정통하다는 공통점이 있다. 매일 돈을 만지는 직업을 가진 만큼, 재테크도 잘할 것 같지만 의외로 보유 재산의 규모와 구성은 저마다 달랐다.
100억원이 넘는 자산가가 있는가 하면, 재산이 4억원대인 고위직도 있었다.
재산 격차를 만든 주요 요인 중 하나는 부동산이다. 서울 강남권 아파트부터 수십억원대 상업용 건물, 세종시 아파트까지 보유 자산의 모습도 다양했다.
택스워치가 공직윤리시스템에 공개된 강민수·임광현 전 국세청장 재임 시기 국세청장과 1급 고위공무원의 재산을 분석해봤다.

국세청장·1급 평균 재산, 49억에서 16억으로
강 전 국세청장 시기 청장과 1급 고위직 5명의 평균 재산은 49억2967만원으로 집계됐다.
강 전 청장의 재산은 41억3651만원이었다. 최재봉 전 차장은 11억4691만원, 정재수 전 서울청장은 9억7783만원이었다. 반면 박재형 전 중부청장은 55억5639만원, 이동운 전 부산청장은 128억3073만원을 신고했다.
특히 이 전 청장의 재산이 전체 평균을 크게 끌어올렸다. 강 전 청장보다 세 배 이상 많은 규모다.
임 전 국세청장 취임 후 첫 1급 인사와 함께 구성된 전반기 고위직 5명의 평균 재산은 29억1935만원이었다. 임 전 청장은 25억1204만원을 신고했고, 이승수 전 중부청장은 51억1177만원, 이성진 전 차장은 36억5305만원으로 뒤를 이었다.
이후 1급 인사가 바뀐 후반기에는 평균이 16억2144만원으로 낮아졌다. 임 전 청장의 신고 재산을 동일하게 적용하고 박해영 차장, 안덕수 서울청장, 김지훈 중부청장, 오상훈 부산청장 등 4명을 포함한 결과다.
후반기 1급 중 재산이 가장 많은 사람은 오상훈 부산청장으로, 25억3121만원을 신고했다. 박해영 차장은 4억1617만원으로 가장 적었다.
평균 재산은 49억원에서 29억원, 다시 16억원으로 줄었다. 하지만 이를 두고 국세청 고위직의 재테크 실력이 나빠졌다고 볼 수는 없다. 시기마다 비교 대상이 달랐고, 재산 신고 시점도 다르기 때문이다. 직접적인 증감 비교에는 한계가 있지만, 재산 규모와 구성 변화를 살펴보는 데는 의미가 있다.
128억 자산가, 압구정 아파트에 서초동 빌딩까지
전체 분석 대상 가운데 재산이 가장 많은 이동운 전 청장은 부동산 보유 내역에서도 눈에 띄었다.
이 전 청장과 배우자는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아파트를 공동명의로 보유하고 있다. 신고가액은 32억2300만원이다. 압구정 현대13차의 비슷한 면적 아파트는 지난 8월 61억원에 거래됐다. 신고가액의 약 1.9배다.
배우자 명의로 개포동 개포자이 프레지던스 아파트도 있다. 신고가액은 15억2371만원이지만, 같은 면적의 아파트가 지난 5월 47억8000만원에 거래됐다. 신고가액과 32억원 이상 차이가 난다.
가장 비중이 큰 부동산은 배우자가 보유한 서초구 서초동 빌딩이다. 신고가액은 63억7191만원이다. 부동산 가치 상승을 고려하면, 이 전 청장은 현재 200억원대 자산가일 가능성이 높다.
박재형 전 중부청장도 서울 마포구 일대에 여러 부동산을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교동 상업용 건물은 32억6778만원, 동교동 건물은 7억2545만원에 신고됐다. 망원동에는 5억7800만원 상당의 다가구주택도 있다.
이성진 전 차장의 재산공개 내역에서는 배우자 명의의 서울 용산구 한강로1가 상업용 건물이 눈길을 끈다. 신고가액이 55억2260만원이다. 배우자 명의의 동빙고동 단독주택은 13억2700만원, 본인 명의의 세종시 반곡동 아파트는 5억8100만원으로 신고됐다.
이승수 전 중부청장은 서울 서초구 반포동 아파트를 35억7500만원에 신고했다. 강남구 역삼동에는 근린생활시설 326.67㎡를 보유하고 있으며, 신고가액은 1억3000만원이다. 면적에 비해 신고가액이 낮은 것은 부친 사망 후 가족들이 해당 부동산을 공동 상속하면서 이 전 청장에게 귀속된 지분이 적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강남 고가 아파트만 있는 건 아니다

국세청 고위직이 보유한 주택이 모두 강남권 고가 아파트인 것은 아니다. 다만 서울 주요 지역의 아파트는 신고가액과 최근 실거래가 사이에 상당한 차이가 나타났다.
강 전 국세청장은 서울 용산구 서빙고동 신동아아파트를 배우자와 공동명의로 보유하고 있다. 신고가액은 22억4700만원이지만, 같은 단지·면적의 아파트는 지난 9월 46억원에 거래됐다. 신고가액의 두 배가 넘는다.
임 전 국세청장도 배우자와 공동명의로 서울 송파구 문정동 힐스테이트e편한세상 아파트를 보유했다. 신고가액은 6억4605만원이다. 같은 단지의 유사 면적 아파트가 지난 9월 18억3000만원에 거래된 것과 비교하면 1년 사이에 아파트 가치가 상당히 올랐다.
안덕수 서울청장은 배우자 명의의 서울 동대문구 이문동 래미안 라그란데 아파트를 신고했다. 신고가액은 5억3400만원이다. 배우자는 강남구 개포동 상가 두 곳도 보유하고 있다.
김재웅 전 청장의 성남시 분당구 백현동 백현마을 아파트는 부부 공동명의로 19억5000만원을 신고했다. 백현마을의 유사 면적 아파트는 지난 6월 28억원에 거래됐다.
김지훈 중부청장의 서울 동작구 상도동 건영아파트는 부부 공동명의로 11억원이 신고됐다. 같은 단지의 최근 실거래가는 15억4000만원이다. 오상훈 부산청장 역시 배우자와 공동명의로 서울 구로구 신도림동 아파트를 보유하고 있다. 신고가액은 12억2800만원으로, 같은 면적대 아파트가 최근 22억원에 거래됐다.
반면 세종시에 주택을 보유한 고위직도 있다. 박해영 차장은 세종시 도담동 도램마을1단지 아파트를 3억3200만원에 신고했다. 같은 단지의 유사 면적 아파트는 지난 6월 5억6900만원에 거래됐다.
강성팔 전 청장은 세종시 한솔동 첫마을 아파트를 3억9200만원에 신고했다. 첫마을7단지의 유사 면적 아파트는 지난 9월 7억7500만원에 거래됐다.
정재수 전 서울청장은 대구 단독주택(신고가 5049만)원과 경기 안양의 아파트(4억9900만원), 세종 대평동 오피스텔(1억원)을 보유했다. 세종시 오피스텔의 경우 전세보증금 1억2000만원을 돌려받지 못해 경매로 해당 오피스텔을 취득했다. 경매로 오피스텔을 1억원에 낙찰받아, 전세보증금과 상계했지만, 결과적으로 2000만원을 손해보게 됐다.
공직자 재산 신고가는 공시가격 등 기준으로 산정돼, 실제 거래가와 다를 수 있다. 같은 단지라 해도 층수나 거래 시점에 따라 가격 차이가 있다. 그래서 신고가액과 실거래가 차이가 모두 집값 상승 때문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다만 서울 주요 지역의 아파트에서 신고가액보다 훨씬 높은 실거래 사례가 확인된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특히 압구정과 개포동, 서빙고동 등 고가 주택이 밀집한 지역에서는 신고가액과 비교 실거래가 사이에 수십억원의 차이가 나타났다.
그렇다고 이들이 모두 재테크를 위해 서울에 아파트를 샀다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가족의 직장, 자녀의 학교, 오랜 생활권 등 다양한 요인이 주거지 선택에 영향을 준다. 집값이 올랐다고 해서 처음부터 투자 목적이었거나, 시장을 정확히 예측했다고 볼 수는 없다.
주식은 상황이 다르다. 거주가 아닌 투자 판단이 직접 반영되는 자산이다. 국세청 고위직 중 미국 반도체·우주산업 관련 주식에 투자한 사람이 있는 반면, 주식을 모두 처분한 이도 있었다.
재산 규모가 크다고 반드시 고급 수입차를 보유한 것도 아니었다. 고액 자산을 보유한 일부 고위직이 장기간 사용한 국산차를 운행하는 사례도 있었다. 2편에서는 국세청 고위직의 주식과 차량 보유 현황을 살펴본다.
2편에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