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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직구 폭증에 관세청 상담전화 연결 하세월…왜?

  • 2024.11.07(목) 07:00

전화상담 포기 급증…관세청, 해결방안 고심중

"알리바바를 통해 직구를 진행했는데, 사기를 당해 제품을 배송받지 못했어요. 납부한 관세는 어떻게 돌려받을 수 있나요?"

"이탈리아로 신혼여행을 가는 길에 인천공항 면세점에서 전자담배 2보루·액상 2상자를 샀는데요. 신혼여행 중 DHL을 통해 물품은 한국으로 보냈죠. 귀국할 때 직접 들고 왔다면 세금을 안 내도 되는데, 택배로 보냈다면 세금을 내야 하나요?" 

더 이상 '관세'는 수출입을 업으로 삼는 기업에만 해당되지 않는다.

최근에는 해외 온라인쇼핑몰 등에서 판매하는 물품을 직접 구매(직구)하는 개인 소비자가 급격히 늘면서, 이제는 일반 국민도 관세행정의 주요 고객이 됐다. 

소비자들이 다양한 제품을 저렴하게 구입하는 것은 환영할만한 일이지만, 관세청 입장에서는 또 다른 고민거리가 생겼다. 해외직구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관세 상담 수요도 폭발적으로 늘고 있는 것이다. 

20년 전 문을 열고 관세 상담을 해왔던 관세청 고객지원센터는 전례가 없을 정도로 상담이 몰린다고 한다.

가장 큰 문제는 민원인들이 관세청 고객지원센터에 전화를 걸어도 통화 자체가 어렵다는 점이다. 대기하다 지쳐 상담을 포기하는 일도 부지기수라고 한다. 

전화 연결에 실패한 민원인들은 잘못된 관세 신고나 불이익을 받는 상황에 놓이게 될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이 지속된다면 관세행정에 대한 신뢰도는 바닥을 칠 것이 뻔하기 떄문에 관세청도 고민이 깊은 상황이다.

관세청은 지금의 인력·시스템으로는 쏟아지는 상담 수요를 감당하기 어렵다고 진단하고, 저조한 상담 전화 응답률을 끌어올리는 방법을 고심하고 있다.

관세청은 국세청이 올해 5월 종합소득세 신고 기간에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해서 국세 상담 응답률을 높인 것도 대안 중 하나로 고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고작 20명이 관세 상담…7만명 전화연결 포기

관세청 고객지원센터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최근 해외에서 반입되는 전자상거래 물품의 급증과 배송 지연으로 관련 문의가 증가'하고 있다는 안내 문구가 먼저 보여진다.  

관세청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이뤄진 고객지원센터의 전화 상담업무는 총 21만3046건이다. 전화 상담은 2021년 14만9395건에서 2022년 17만9745건으로 증가세가 뚜렷하다. 

민원인이 고객지원센터를 찾는 이유는 다양하다. ①수출용 원재료를 수입한 후 완제품을 수출한 경우, 수입 때 납부한 관세의 환급 절차를 묻거나 ②다양한 물품에 대해 각각 다른 관세율이 적용되는 부분을 확인하려고 ③또는 해외 여행자들이 일정 금액 이상의 물품을 반입했을 때 세금 부과 기준을 알기 위해 문의하기도 한다. 

이 중에서도 수입 물품의 통관 문제가 가장 많은데, 해외에서 물품을 구매해서 국내로 배송받을 때, 예상하지 못한 세금이나 통관 절차 문제로 물품이 통관되지 않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고객지원센터 홈페이지 내 인터넷 상담 사례를 보더라도 통관을 주제로 한 질문이 가장 많았다.

이렇게 몰린 관세 상담업무는 20여명의 인력이 감당한다. 당연히 전화 불통 등의 이유로 상담 품질에 대한 고객들의 불만도 커질 수밖에 없다. 

실제 전화 상담 연결대기 중 포기한 건수는 2021년 1668건에서 2022년 1만9940건으로 확 뛰었고, 지난해엔 6만9640건으로 7만건 가까이 폭증했다.

관세청 관계자는 "전자상거래 활성화로 인해 통관 상담이 급증했기 때문에 상담업무가 폭증했다"며 "관세행정 상담 수요 증가에 비해 응답률이 저조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관세청, 국세청 'AI 상담' 벤치마킹?

국세청도 관세청과 비슷한 경험을 한 바 있다. 상담이 가장 몰리는 5월 종합소득세 신고 기간에는 국세상담센터에 전화를 걸더라도 전화연결이 곧바로 이뤄지는 경우는 매우 적었다. 

지난해 국세상담센터엔 총 130만건의 상담 전화가 걸려 왔는데, 이 중 통화에 성공한 건 고작 24%(31만건)였다. 상담 전화 10건 중 2건만 전화 연결에 성공한 셈이다.

그런데, 올해부터 국세청의 전화 응답률이 눈에 띄게 개선됐다. 

국세청이 도입한 'AI 상담'을 통해 국세상담관에게 연결되기 전에 AI상담사가 자동으로 대답하기 때문이다. 올해 5월 기준, 86만건의 상담 전화 중 98%인 84만건에 통화에 성공했다. 특히 AI 상담의 비중(84만건 중 63만건)도 상당했다. 

국세상담센터가 AI 기술을 도입하기 전까지는, 250명의 인력이 동시 상담을 해왔다. 한 번에 최대 받을 수 있는 상담전화가 250건에 불과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하지만 AI가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며 1250명에 대한 동시 상담이 가능해졌다는 것이 국세청의 설명이다. 결과적으로 상담사 1000명을 고용한 것과 같은 효과다. 

국세청 관계자는 "상담원 1000명을 증원하려면 최소 80억원이 필요한데, AI 기술을 활용해 5% 수준인 약 4억원으로 해결했다"고 설명했다. 

상담 서비스 손질 나선 관세청…AI도 검토?

관세청은 디에잇컴퍼니를 통해 '관세청 고객지원센터 상담 서비스 고도화'를 주제로 한 연구용역을 진행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20년 넘게 운영한 고객지원센터의 상담 수준을 진단하고 이를 개선하기 위한 내용이다. 중점을 두는 연구내용은 '고객센터의 낮은 응답률 개선'이다. 

관세청 관계자는 "AI나 챗봇 상담 등을 포함해 다방 면에서 연구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미 관세행정 곳곳에 AI 기술은 스며들어 있다. 최근엔 공항 등에 설치돼 있는 CCTV를 통해 우범여행자를 자동으로 식별·추적하는 AI 기반 영상처리 기술을 개발했다. 관세청이 올해 2월 내놓은 '관세행정 스마트혁신 종합계획'에선 AI를 탑재한 지능형 통관검사체계 도입 등 내용이 담겼다. 

관세법 해석 정보를 제공하는 '관세법령정보포털'도 손질 대상에 올라 있다. 해외직구나 여행을 중심으로 관세행정 수요가 늘며, 기존 검색 방식으론 한계가 분명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관세청은 검색 고도화로 포털 유입을 높이기 위한 연구용역(수행기관, 무한지식공작소)을 진행하고 있다. 관세청 관계자는 "포털을 개설한 지 오래돼서 최신 경향에 맞게 개편하기 위함"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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