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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무조사 대응을 이걸로 해?…세무업계 몰려오는 'AI'

  • 2024.10.17(목) 07:00

세무업계의 AI 활용법

생성형 인공지능(AI)이 도입되면 세무대리인은 사라질까요?

세무업계에 도입된 AI가 무엇인지 떠올리면 생각나는 것이 바로 세금환급 플랫폼 '삼쩜삼'입니다. 지난 2020년 5월 삼쩜삼을 출시한 자비스앤빌런즈는 삼쩜삼이 AI를 기반으로 한 자동 세금신고 서비스라고 소개하는데요.

이 소개를 보면, 세무대리인은 곧 사라질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AI를 활용했다는 삼쩜삼의 서비스는, 세금을 오히려 추징당하는 등 신고내용이 부정확한 사례가 있다는 문제와 복잡한 내용의 신고는 파트너 세무사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등 여러 논란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아직까지는 처음부터 끝까지 AI를 활용해 세금을 신고하는 것이 어려운 것 같은데요.

이러한 흐름만 보면, 세무업계는 부정확한 신고를 하는 AI가 쓸모없는 물건이라며 배척하거나 언젠가는 AI가 발전해 세무업계의 일자리를 빼앗을 것이라는 위기감이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데 세무업계에서 AI를 바라보는 분위기가 꼭 그렇지만은 않는데요. 그 이유는 무엇일까요?

챗GPT 등 생성형 AI를 활용하는 사람들을 떠올린다면 그 답을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AI 활용에 적극적인 사람들은 자신의 업무에 AI를 적극 활용하고 있는 반면 AI 자체에 관심이 없는 사람들은 아예 사용해본 적도 없는데요.

세무업계도 마찬가지입니다. 최근에는 산업 전반에 AI 바람이 불면서, 나이가 지긋한 고참 세무대리인도 AI가 무엇인지 궁금해하기 시작했습니다.

더존비즈온이 지난달 24일부터 10월 8일까지 전국 각지에서 진행한 'AI로 여는 세무회계의 미래' 세미나에 머리가 희끗희끗한 세무대리인들이 많이 참석한 것만 봐도 AI를 바라보는 시각이 이전과는 달라졌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세무업계, AI를 어떻게 활용할까

세무업계에서 AI를 활용하는 방식은 우리가 알고 있는 삼쩜삼 등 세금환급 플랫폼과는 전혀 다릅니다. 

세금환급 플랫폼들은 '세금 자동신고'에 초점을 맞췄다면, 세무대리인들은 자신의 업무를 보조할 '비서'로 활용하고 있는데요. 

세무업계에서는 AI를 ▲소명서 작성 ▲뉴스레터 발송 ▲세무리스크 분석 및 전략 수립 ▲단순·반복 업무 자동화 ▲신입 직원 교육 등에 활용하고 있습니다.

생성형 AI를 활용하는 세무대리인들이 가장 추천하는 기능을 꼽자면 바로 소명서 작성인데요. 세무서는 납세자가 신고한 내용이 미심쩍거나 의문이 들 때 소명서 제출을 요구합니다. 국세공무원이 소명서를 받았음에도, 의혹이 해소되지 않았다면 세무조사에 들어갈 수 있습니다.

소명서 제출은 중요하기 때문에 납세자들은 이를 세무대리인에게 맡깁니다. 세무대리인은 국세공무원이 어떤 것을 쟁점으로 삼아서 소명서 제출을 요구했는지 찾아내 답해야 합니다. 국세공무원은 A가 문제인 것 같아서 소명을 요구했는데, 납세자가 B에 대해 소명한다면 세무서는 다음 단계로 넘어가겠죠.

그래서 소명서 작성은 세무대리인에게 아주 중요한 업무입니다. 번쩍이는 아이디어로 소명서를 작성해야 하는데, 매번 좋은 아이디어가 떠오르지는 않겠죠? 또 내용을 검토하는데도 오랜 시간이 걸립니다. 이때 AI에게 도움을 요청하면 빠르게 쟁점을 파악해 여러 아이디어를 제시해줍니다.

이 기능이 세무대리인에게 많은 도움이 된다고 합니다. 베테랑 세무사의 경우 이를 활용해 소명서 작성 시간을 줄이고, 초보 세무사의 경우 소명서 작성의 아이디어를 얻는다고 합니다. 신입 세무사 교육 효과까지 누리는 것은 덤이죠.

쟁점 파악이 가능하기 때문에 당연히 수임 고객의 세무리스크도 찾아줄 뿐더러, 고객에게 맞춤형 뉴스레터를 보내거나 명절 인사 작성 등 고객관리까지 빠르게 해주기 때문에 업무 시간 단축 효과가 어마어마하다고 합니다.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것은, 반드시 사람의 손을 거쳐야 한다는 점입니다.

AI가 소명서 작성을 해준다면 세무대리인이 필요없겠지만, 아직까지는 AI가 완벽한 수준은 아니라고 합니다. 세무대리인을 도와서 여러 아이디어를 제시할 뿐이지, AI가 놓친 부분은 세무대리인이 직접 챙겨야 합니다.

세무리스크나 쟁점 파악도 마찬가지죠. 세무대리인들은 AI가 업무를 보조할 뿐, 대신해주지는 않는다고 입을 모아 말합니다.

AI로 세무조사 대응 가능할까

세무대리인의 업무 중 가장 고난이도는 세무조사 대응입니다.

정기 세무조사의 경우 주기적으로 진행한다는 점에서 큰 쟁점이 없을 것 같지만, 정기 세무조사 대상 자체가 규모가 큰 법인이다보니, 재무부서에서 놓친 세무이슈가 있을 수 있습니다.

비정기 세무조사의 경우는 납세자가 탈세를 했을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고 조사를 하는 것이기 때문에 어떤 이슈 때문에 세무조사가 나온 것인지, 빠르게 쟁점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런 고난이도 업무에 AI를 활용하는 것이 가능할까 싶지만, 실제 세무조사 대응 과정에서 AI를 활용하는 세무법인이 있습니다.

hkl 세무법인의 경우에는 황재훈 대표가 AI를 업무에 적극 활용하는 경우인데요. 지난달에는 소속 세무사들을 대상으로 'AI를 활용한 세무조사 대응 방법'에 대해 교육을 했습니다.

황 대표가 말하는 세무조사에 AI를 활용하는 방법은 ▲사실관계 정리 및 도식화 ▲쟁점 요약 ▲관련 법령 검토 ▲납세자 주장에 대한 논리 정리 ▲예상문답서 작성 등입니다.

이 중에서도 가장 도움이 되는 AI 기능은 세무조사 예상문답서 작성이라는데요. 

과세관청의 예상 질문과 이에 대한 답변을 자동으로 생성하는 '롤플레잉' 기술이 세무사와 납세자에게 많은 도움이 된다고 합니다. 롤플레잉은 특정 상황의 시뮬레이션을 통한 '역할놀이'를 한다고 이해하면 쉬운데요.

예를 들어 세무조사 대상 법인의 대표가 1억원을 가지고 간 것을 복리후생비로 처리했다면, 국세청 조사공무원이 이 부분에 대해 질문할 가능성이 큰데요. 

이때 AI에게 "너가 조사공무원이라면 어떤 것을 물어볼 지 30개의 질문을 제시해봐"라고 말한다면, AI는 "금융계좌이체 사용처를 확인하세요", "복리후생비로 처리하라고 지시한 사람은 누구입니까?" 등의 답변을 합니다. 이를 활용해 '롤플레잉'을 진행하는 것이죠.

황 대표는 "세무조사 대응에 AI를 활용하려면 프롬프트 기술이 굉장히 중요하다. 어떻게 질문을 넣느냐에 따라 AI는 다르게 반응한다"며 "AI를 활용하면 업무량이 10분의 1로 줄어드는 것은 물론 초보 세무사들도 10년차 이상의 베테랑 세무사 수준까지 도달할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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