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리곰탕 4만6000원. '서진 뚝배기'라는 간판을 달고 영업 중인 한식당의 메뉴 가격이다. "음식에 금가루라도 뿌렸나"라고 생각할 수 있는 금액이지만, 식당이 자리 잡은 아이슬란드의 물가에 비하면 저렴한 가격이다.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tvN 예능 프로그램인 '서진이네2'에서 운영하는 '서진 뚝배기'는 많은 사람이 줄을 서서 먹을 정도로 장사가 잘 된다. 이벤트성으로 운영하는 식당으로 세금 문제는 크게 발생할 일이 없지만, 만약 일반사업자라면 사업자 등록부터 부가가치세 신고·장부기장 등 여러 세무 이슈가 생길 수밖에 없다.
일반사업자라면 식당을 운영하면서 어떤 세무 이슈가 생길지, 또 이를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 알아봤다.
서진이네는 사업자등록을 해야 할까?
사업자등록은 사업의 초기에 꼭 거쳐야 하는 절차다. 서진이네가 한국에서 식당을 운영하려면 이 의무를 지켜야 하며, 이를 위반했다면 미등록 가산세에 더해 공제(매입세액) 혜택을 받을 수 없다. 국세청 관계자는 "우리나라 기준이라면 사업자등록을 해야 한다"며 "아이슬란드에서도 세법적 절차를 밟았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서진 뚝배기'의 경우 신규로 사업자를 등록하는 것이 아닌 tvN이란 회사의 지점(독립된 영업소)으로도 생각할 수 있다. 그렇다면 tvN에서 임시사업자 등록을 했을 것이고, 서진 뚝배기에서 번 돈은 tvN의 매출로 잡히게 된다.
식당을 운영한 기간이 짧아도 사업으로 볼 수 있을까? 세법에선 '계속·반복적인 의사로 재화를 공급했을 때'를 사업으로 본다. 서진 뚝배기의 경우는 즉시 소비할 수 있는 상태로 음식을 반복적으로 제공하고 있기 때문에 영업일이 단 하루여도 사업자로 판단해야 한다.
당연히 폐업 신고부터, 일정 금액 이상의 수익을 올렸을 땐 용역의 대가인 부가세를 내야 한다.
사업 규모에 따라 '세금 무게' 다르다
세법은 사업 규모로 과세자의 유형을 구분하고 있어, 단순하게는 세금의 양부터 짊어져야 할 세무상 의무도 달라진다.
방송엔 장사 첫날 총 16팀, 55명의 손님을 받았단 내용이 담겨있다. 가령 주력 메뉴인 곰탕 55그릇을 팔았다면, 하루 매출액은 253만원이다. 월로 환산하면 7600만원 정도가 된다.
다만 방송에서 '아이슬란드 돈×10=우리나라 돈'이라고 언급한 만큼, 이를 사업규모로 보고 국내 세법상 의무를 따져보긴 다소 애매한 구석이 있다. 이에 편의상 한식 음식점업의 평균 매출액인 2억원(2022년 식품외식산업 주요 통계)을 서진 뚝배기의 매출로 쓰고자 한다.
연간 매출액이 1억400만원이 넘는 서진 뚝배기는 부가세법상 '일반과세자'로 분류, 일괄적으로 10%의 부가세가 부과된다.
업종별로 1.5~4%의 낮은 세율을 적용받는 '간이과세자(연 매출 1억400만원 미만)'에 비해 불리해 보일 수 있지만, 일반과세자는 매입세금계산서상 부가세액 전액을 공제받을 수 있고 세금계산서 발행도 가능하다. 반면 간이과세자는 매입액의 0.5%만 공제받을 수 있고, 직전연도 공급대가가 4800만원 이상인 경우만 세금계산서를 발급할 수 있다.
국세청 관계자는 "주로 소비자를 상대하는 업종으로서 연간 매출액이 1억400만원에 미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소규모 사업장의 경우에는 간이과세자로 등록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말했다.
서진이네가 내야 할 세금은?
사장인 이 씨는 부가세에 더해 연간 소득에 대한 종합소득세(매년 5월)를 신고·납부해야 한다. 그렇다면 소득금액은 어떻게 계산할까. ①사업자가 비치기장한 장부에 의해 계산하거나 ②정부에서 정한 방법으로 소득금액을 추산할 수 있다.
장부기장을 하는 경우엔 필요경비를 빠뜨리지 않고 소득금액을 산출할 수 있어, 절세 수단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기장을 하기 위해선 세금계산서·영수증 등 관련 증빙자료를 빠짐없이 챙겨야 하고, 직접 기장이 어려울 땐 세무대리인에게 별도의 비용을 지급하고 위탁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다.
이런 사업자의 세무 부담을 덜어주고자 만들어진 것 '간편장부'다. 수입과 비용을 가계부 작성하듯이, 회계지식이 없어도 쉽고 간편하게 작성할 수 있다. 그런데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음식점업의 경우엔 직전연도 수입금액이 '1억5000만원 미만(신규 사업 개시 포함)'인 사업자만 이 장부를 쓸 수 있다.
간편장부대상자 이외의 모든 사업자는 '복식부기 의무자'가 된다. 서진 뚝배기가 이 대상에 들어간다. 이에 재산 상태와 손익거래 내용의 변동을 빠짐없이 거래 시마다 기록한 장부를 보관해야 하고, 이를 기초로 작성된 재무제표를 신고서와 함께 제출해야 한다.
소득금액은 '수입금액-필요경비'로 계산되는데, 경비내역을 확인할 장부가 없다면 공제는 어려운 걸까. 국세청 관계자는 "매입경비나 인건비, 임차료 등 기본적인 경비는 증명서류가 있어야만 필요경비로 인정하고, 나머지 경비는 정부에서 정한 기준경비율에 의해 필요경비를 인정해준다"고 말했다.
직원에게 주는 월급, 세금신고 어떻게?
서진 뚝배기의 직원은 4명이다. 원천징수의무자인 서진 뚝배기는 '근로소득 간이세액표'에 따른 세금을 직원들의 급여에서 원천징수해야 한다. 예컨대 부양가족이 없는 독신가구인 직원의 월급이 300만원이라면, 이 금액에서 7만4350원을 근로소득세 명목으로 빼게 된다. 만약 월급이 106만원 이하라면, 소액부징수 적용으로 월급에서 소득세를 차감하지 않는다.
상금이나 강연료 등의 일시적 기타소득도 원천징수 대상이 된다. 기타소득의 경우엔 지급액에서 필요경비를 뺀 금액의 20%가 원천징수세액이 된다. 원천징수 대상 사업소득을 지급할 땐 지급금액의 3%를 원천징수해야 한다.
이렇게 원천징수한 세액은 다음달 10일까지 은행이나 우체국 등 가까운 금융회사에 납부하고, 원천징수 이행상황신고서는 세무서에 제출해야 한다.
서진이네가 세금을 아끼는 방법은?
# (방송 내용) 서진 뚝배기의 점심 장사가 끝난 뒤, 직원들은 동난 식재료를 보고 이른바 멘붕에 빠졌다. 저녁 장사를 하려면 바로 식재료를 사야 했다. 장을 보러 나선 두 명의 직원은 식재료 매장을 찾았고, 이 둘은 마트의 재료를 털다시피 쓸어 담아 돌아왔다.
부가세 납부세액은 매출세액에서 사업자가 물품 등을 구입할 때 부담한 부가세, 즉 매입세액을 공제해서 계산하는 게 원칙이다.
그러나 예외적으로 ①부가세가 면제되는 농산물·축산물·수산물 등의 원재료를 구입하고 ②이를 제조·가공해서 부가세가 과세되는 용역을 공급하는 사업자에 대해서는 원재료를 구입할 때 직접 부담한 부가세는 없지만 ③한도액 내에서 그 구입가액의 일정율에 해당하는 매입세액으로 의제해 매출세액에서 공제받을 수 있다. 이를 '의제매입세액 공제제도'라고 부른다.
면세로 구입한 농산물 등의 가액에 102분의 2를 곱해 계산한 금액을 공제받는 구조다. 만약 서진 뚝배기의 직원들이 면세 농산물을 구입했다면 의제매입세액공제율은 100분의 8(음식점 개인사업자)이다. 예를 들어 이 씨가 6개월간 채소류·생선·육류 등을 3000만원어치 구입했다면, 222만2222원이 공제돼 그만큼의 세금을 줄일 수 있다.
이 공제를 받기 위해선 공급받은 사실을 증명하는 서류를 제출해야 한다. 면세사업자로부터 원재료를 구입해야 하고, 계산서나 신용카드영수증을 잊지 말고 받아야 한단 소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