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
  • 인스타그램
  • 유튜브
  • 오디오클립
  • 검색

"가상자산 탈세 추적, 오히려 쉬울 수 있다"

  • 2023.09.15(금) 12:00

[인터뷰] 구민우 웁살라젠 대표

가상자산은 실체가 없고 익명성이 보장된다는 특성으로 위험한 자산이라는 인식이 많죠. 그동안 가상자산에 대한 규제가 없어 투자자들의 피해도 잇따랐습니다. 

최근 정부는 가상자산 투자자 보호법 등 관련 규제 방안들을 내놓고 있습니다. 탈세·스캠·환치기·자금세탁 등에 가상자산이 악용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건데요.

익명성이 강한 가상자산은 아이러니하게도 투명성이 특징인 블록체인 기술 위에 구축돼 있습니다. 은행 등 중앙기관이 없이 거래하기 때문에, 누구나 거래에 참여하고 거래 내역을 확인할 수 있는 것이죠. 이렇게 가상자산은 거래 흔적이 꼭 남기 마련이라 추적도 가능합니다. 

국내 유일 가상자산 추적 분석 솔루션 개발·운영사 웁살라젠의 구민우 대표를 만나 가상자산 징세와 거래 추적에 관해 물어봤습니다. 

구민우 웁살라젠 대표는 "가상자산 추적 기술은 갈수록 발전할 것"이라면서 "가상자산 사업자들이 관련 규제 기술을 얼마나 적극적으로 도입하느냐가 투자자 보호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사진: 강지선 기자]

- 웁살라젠의 가상자산 추적분석 솔루션은 무엇이고, 어떻게 추적이 가능한가요

가상자산 추적은 코인이 흘러 들어간 지갑 주소로 추적할 수 있습니다. 지갑 주소는 일종의 계좌번호와 같은 건데요. 

웁살라젠의 가상자산 추적분석 솔루션은 이더리움·비트코인 등 코인별로 추적이 가능합니다. 예를 들어 특정 코인의 지갑 주소를 입력하고 추적 기간을 선택하면, 지갑 주소로 입금된 내역 10단계와 출금 내역 10단계, 총 20단계의 거래 내역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지갑 주소가 추적 기간 중 옮겨가면서 몇 개의 지갑을 거쳤다는 것도 확인 가능합니다. 거쳐간 지갑 중 가장 많이 출금한 지갑, 가장 적게 출금한 지갑도 알 수 있고요. 거래소를 거쳤다면 언제, 얼마에 샀는지도 나와 손쉽게 취득원가도 파악할 수 있습니다.

웁살라젠의 가상자산 추적 솔루션 모습. 특정 코인의 지갑 주소를 입력하면 코인의 입출금 내역과 거쳐간 지갑, 거래소 등을 확인할 수 있다. [사진: 웁살라젠 제공]

추적뿐만 아니라 지갑 주소의 거래 위험도 역시 인공지능(AI)으로 분류가 가능합니다. 자금의 출처나 거래 패턴을 파악해 '입금 즉시 출금되는 자금' '사기·스캠' '성착취물·도박' '자금세탁' 등 지표를 만들고, 그 지표에 해당하는 지갑 주소를 걸러내는 방식이죠. 현재는 24개 지표로 거래 위험도를 측정하고 있습니다.

가상자산은 누구나 추적이 가능합니다. 블록체인 거래 투명성으로 참여자 모두에게 거래 정보가 공개되기 때문인데요. 관련 기술이 더 발전하면 오히려 중앙기관을 통해서 하는 추적보다 더 쉬울 수 있습니다. 다만 현재는 사람이 직접 메인넷의 복잡한 거래내역을 일일이 추적해야 하기 때문에 개인이 하기에는 제약이 따를 수밖에 없죠. 

저희는 추적 전문가가 복잡한 거래 내역을 추적해 단순화, 이미지화하는 작업을 합니다. 솔루션은 특히 익명성 때문에 일반인들이 확인하기 어려운 가상자산 거래소와 탈중앙화 거래소 등 소유처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데에 많이 쓰입니다. 

- 세금 징수에 솔루션을 접목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가상자산 세금 징수는 가상자산 지갑의 보유액에 대한 취득원가를 확인해야 정확한 세액 산출이 됩니다.

하지만 국내 거래소를 거치지 않고 개인 간에 거래를 하거나, 한국의 법 규제를 따르지 않는 해외 미인가 거래소에서 매수했다면 실제 메인넷의 지갑 주소를 특정하고 추적해야 하는데요. 결국 취득원가 확인에도 가상자산 추적 역량이 필요한 만큼, 본사업(가상자산 추적 솔루션) 외에 세금과 관련된 사업도 계획 중이었습니다. 

세금 관련 사업 추진 중에 크립토택스라는 업체가 이미 관련 사업에 대한 많은 역량과 인프라를 확보하고 시장에 자리잡고 있는 상황이라는 것을 알았고, 크립토택스의 가상자산 징세 관련 기술과 웁살라젠의 가상자산 추적 역량을 합친다면 시너지를 낼 수 있다고 판단해 현재 협력 중입니다.

- 국내 공공기관과의 협업도 가능할 것 같은데요

미국 국세청(IRS)은 이미 가상자산 소득에 세금을 부과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IRS도 납세자가 신고한 가상자산 소득의 적정성 검토에 어려움이 있어, 이 때문에 연간 500억 달러 이상의 세수가 누락된 것으로 판단했다는데요. IRS는 이러한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민간 사업자와 세무조사에 관한 협력 계약을 체결하고 해당 서비스를 적정성 검증에 활용 중입니다.

우리나라도 2025년 과세가 시작되면 세원 확보에 있어 미국과 같은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생각해서 국세청에 가상자산 세액 산출과 탈세 방지를 위한 추적기술 제공을 제안할 예정입니다. 

현재는 지갑 주소가 사기·해킹·자금세탁과 같은 의심 거래에 활용되었는지 조사하고, 그 결과를 데이터베이스화해 사법·규제기관과 자금세탁방지 의무가 있는 가상자산 거래소나 수탁사업자에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자체적으로 가상자산 범죄 신고센터도 운영 중이시죠

네. 민간 기업이지만 2020년부터 현재까지 건수로는 1700여건, 금액으로는 4900억원이 넘는 가상자산 피해 신고를 받아 추적 서비스를 해왔습니다.

피해 신고를 받으면 1차로 거래 분석을 하는데요. 1차 조사에서 나온 데이터로 법적 신고를 하고 계좌를 동결할 수 있는 절차를 진행합니다. 검찰에 고소를 하려면 증빙자료가 필요한데 그 보고서를 만드는 2차 과정에서 비용을 받고 있습니다. 

1차 조사에서 환수가 어렵다고 판단될 때도 돈을 내고 2차 조사를 진행하려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그 이유를 여쭤보면 '도대체 내 돈이 어디에 가 있는지 그것만이라도 알고 싶다'는 분들이 대다수라 상당히 안타까웠습니다.

- 앞으로 가상자산 시장은 어떻게 변화할 것이라 보시는지요

지금의 가상자산 시장은 테라·루나 사건 등으로 인해 어려운 시기를 맞고 있습니다. 하지만 과거와 달리 현재는 가상자산 사업자들이 사업 초기부터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투자자 보호를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것이 고무적입니다.

현장에서 보니, 사업자들이 고객의 가상자산 지갑을 꾸준히 평가하고 부정·의심거래 여부를 파악해 내용을 공유하는 등 시장을 자정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었습니다. 특히 새로 시장에 진입하는 대기업과 기존 금융권이 출자한 가상자산 수탁사업자·지갑회사들에게서 이런 노력이 보이는 것은 시장이 성숙하고 있다는 청신호로 느껴집니다.

투자자들을 위한 근본적인 대책은 가상자산 기업들이 관련 규제 기술을 적극적으로 도입하느냐, 의심거래 분석 인력 양성에 얼마나 관심과 투자를 쏟느냐에 달려 있다고 생각합니다. 오염되고 손상된 가상자산 지갑 주소를 꾸준히 모니터링하고 관리하는 것이 투자자와 기업을 보호하고, 시장을 보전하는 방법입니다. 

SNS 로그인
naver
facebook
goog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