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
  • 인스타그램
  • 유튜브
  • 오디오클립
  • 검색

굿바이! 접대비

  • 2022.08.07(일) 07:00

[프리미엄 택스리포트]택스형

최근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2022년 세제개편안에는 큰 주목을 받지는 못했지만, 획기적인 변화로 평가할만한 대목이 하나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기업들이 경영활동을 위해 지출한 비용, 이른바 '접대비'로 통칭되던 용어를 세법에서 퇴출시키고 '업무추진비'로 변경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것입니다. 

세법용어 하나 바꾸는 것이 뭐 그리 대단하다 호들갑이냐, 고 타박받을 법도 하지만 이는 굉장히 중대하고 놀라운 정부의 태세전환이 아닐 수 없습니다.  

현행 세법에서는 기업이 매출확대 등 경영활동을 하면서 이른바 '바이어' 등에게 불가피하게 지출하는 비용의 일정 부분을 납부해야 할 법인세 또는 소득세에서 공제해주고 있습니다. 

무제한 공제는 아니며 기업의 규모(매출액)에 따라 일정한 범위를 설정해 놓고 있지요. 

접대비와 관련해 정부는 사실상 '기업규제' 차원에서 관리해 왔습니다. 

경영활동에 필요해 사용한 비용이라면 그만큼 세금혜택을 주는 것이 당연함에도 혹여 이를 악용한 기업들의 세금탈루 및 비자금 조성 등 일탈행위가 발생할 소지는 막겠다는 원칙을 견지해 왔던 것입니다. 

특히 1980년~1990년 고도성장기 시절 '유흥'이 중심이었던 기업들의 후진적 접대문화가 일반 국민들 사이에서 '반기업 정서' 중 한 요인으로 자리잡고 있어 정부도 이를 기반으로 '접대비 세제'를 기업규제 관점에서 다루어 온 것이죠.  

지금은 폐지되었지만 과거 정부가 '50만원 이상 접대비 실명제'라는 기상천외한 규제책을 도입한 것도 이러한 정부 원칙의 발로에서 비롯된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지난 십 수년에 걸쳐 경제현장에서는 접대비 세제 개선을 지속적으로 촉구해 왔습니다. 

기업활동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를 부각시키는 접대비라는 용어를 바꾸자는 목소리가 높았던 것입니다. 

실제 지난 2018년 중소기업중앙회가 중소기업 300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설문 응답자 중 50.7%(152개)가 접대비 용어 변경이 꼭 필요하다고 답했으며 용어 변경 이유로 '부정적 이미지 개선(47.4%)'을 꼽았다고 합니다. 

이외에도 학계는 물론 정치권에서도 용어 변경을 위한 입법요구 및 실제 입법안 제출로 이어졌었지요. 

하지만 정부만 유독 반대해 왔습니다. 

규제의 측면에서만 접근해 온 정부 입장도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대내외적인 통제장치가 강화되는 등 1980~1990년대와는 몰라보게 기업현장이 달라졌는데도 불구하고 20년 넘도록 손금산입 한도를 쥐꼬리로 운용하고 있는 것은 넘어간다 쳐도 용어 변경마저 어렵다고 버티는 것은 지나친 '몽니'로밖에 보이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죠. 

2022년 세제개편안 중 접대비 명칭 변경안(출처:기획재정부)

이런 상황을 감안하면 정부가 스스로 접대비 명칭을 '업무추진비'로 변경하겠다고 나왔으니(정부 입법), 엄청난 태도 변화라고 할 수 있겠지요. 

좀 더 구체적으로 정부는 올해 정기 국회에서 관련 세법개정을 완료하되, 명칭 변경 적용시기는 2024년 1월1일부터 시행한다는 방침입니다. 

다만 명칭 변경이 이루어져도 현행 공제 한도 등은 그대로 유지됩니다. 

말로는 명칭 변경에 대한 홍보를 1년 유예 기간 동안 실시해 납세자 수용성을 높인다는 계획인데 이는 올해 세제개편안의 메인테마인 법인세율 인하가 실제 적용되는 시기(2024년)와 연동시킨 것으로 풀이됩니다. 

정부의 접대비 명칭 변경 시도와 관련해 조금 깊게 생각해 볼 부분이 있습니다. 

오랜 시간 동안 꿈쩍도 않던 정부가 아무 이유 없이 태도 변화를 보였을리는 없기 때문입니다. 

여러 정황상 윤석열 정부의 '제2의 비즈니스 프랜들리(친기업)' 정책의 일환에서 비롯된 것 아닐까 하는 추론이 가능한데, 명칭 변경으로 인해 얻어질 부정적 인식의 완화를 바탕으로 중기적 관점에서 접대비 한도 상향조정이라는 카드로까지 이어질 공산도 배제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SNS 로그인
naver
facebook
goog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