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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세청은 얼마나 알고 있나

  • 2020.02.13(목) 15:42

국세청은 대한민국에서 가장 방대한 정보를 보유하고 있는 정부 조직으로 꼽힌다. 개인과 법인의 거의 모든 소득과 보유재산에 대해 파악하고 있기 때문이다. 설사 파악되지 않는 부분이 있더라도 세무조사 등으로 파악할 수 있는 능력까지 가지고 있다.

실제 거의 100% 수집되고 있는 직장인의 근로소득자료는 물론, 과세 사각지대로 꼽혔던 자영업자의 소득파악률도 최근 90%대로 끌어올려진 것으로 확인된다.

그런데 국세청의 보유정보는 소득과 재산에 그치지 않는다. 소득세와 부가가치세, 법인세, 상속세 및 증여세, 양도소득세 등 납세자들이 각종 세금을 신고납부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그 부수적인 개인정보도 수집되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예가 직장인의 연말정산 자료인데, 세금을 걷기 위해 국세청이 수집하는 자료가 얼마나 방대하고 세밀한지를 알 수 있다.

연말정산 자료를 항목별로 보면, 인적공제에서는 한부모가정인지, 가족 중에 장애인이 있는지, 언제 출산·입양했는지 알 수 있다. 주택관련 공제항목에서는 전월세인지, 자가주택인지, 심지어 담보대출은 어느 은행에서 몇 년 상환으로 받고 있는지도 파악된다.

의료비 공제자료에서는 단순히 의료비로 얼마를 썼는지는 물론 임플란트를 했는지, 난임시술 중인지, 탈모치료 중인지, 보청기를 구입한 것 까지 자료가 수집된다. 보험료 공제를 통해서는 어느 보험사에서 어떤 종류의 보험을 가입했는지를 가늠할 수 있다.

뿐만아니라 기부금내역을 통해 종교나 정치성향도 파악된다. 어떤 정당의 누구에게 정치기부금을 줬는지도 연말정산 자료로 제출하기 때문이다. 가히 개인정보에 관한한 모든 것을 알고 있다고 보여질 정도다.

# '빅 브라더' 국세청

국세청이 막대한 정보를 독점하는 이른바 '빅 브라더(Big Brother)'가 될 수 있었던 것은 정부차원에서 제도적으로 뒷받침을 해준 덕분이다. 국가간 조세경쟁 강화와 재정지출 확대에 따라 정부는 세금의 원천을 최대한 확보해야하는 상황이 됐고, 과세관청에 힘이 실리는 것은 필연적이었다.

실제로 국세청이 보다 쉽고 다양하게 정보를 확보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꾸준한 제도개편이 이뤄졌다. 2000년대부터 현금영수증과 신용카드 사용의 보편화가 시작됐고, 2012년에는 전자세금계산서 발급이 전면 의무화 되면서 사업자들의 정보가 자동으로 국세청 전산망에 입력됐다. 같은 시기 성실신고확인제가 도입되면서 세무대리인과 사업자 간의 음성적 거래까지 차단시켰다.

상대적으로 파악이 어려웠던 상속과 증여에 대한 정보의 접근도 쉬워졌다. 국세청은 세무조사에 필요한 경우 금융정보분석원(FIU)으로부터 건당 1000만원 이상의 현금거래 정보를 제공받을 수 있다. 아울러 외국 과세관청과의 정보교류도 확대해 해외 소득탈루 정보도 수집의 범위가 넓어지고 있다.

# 부메랑이 되는 납세자료

아이러니하게도 납세자가 자의반 타의반으로 국세청에 전달한 방대한 개별 납세정보는 납세자 스스로를 더욱 옥죄는데 사용되고 있다.

국세청은 최근 직접적인 세무조사를 줄이는 대신, '사전 안내'라는 제도를 이용해 자진납세할 수 있는 시스템을 적극 활용하고 있는데, 이 사전안내 자료의 밑바탕이 바로 개별 납세자들의 정보가 담긴 빅데이터다.

예컨데 종합소득세 신고 때가 되면, 국세청은 납세자들에게 사전 신고 안내문을 보내는데 "당신과 동일한 업종에서는 평균적으로 이렇게 신고를 하고 있으니 잘 참고해서 신고하라"는 일종의 경고장 같은 안내문이다. 사업자의 소득과 지출패턴을 업종별, 소득별로 데이터화해서 제시하기 때문에 안내문을 받은 사업자는 위축될 수밖에 없다.

특히 국세청은 안내문과 격차가 큰 신고내용을 위주로 걸러서 세무조사나 마찬가지인 사후검증을 하기 때문에, 납세자는 혹시라도 빠뜨리거나 숨길 수 있는 내역도 직접 찾아서 자발적으로 신고하게 된다. 빅데이터를 통한 자진납세 압박이다.

반대로 너무 방대한 정보가 국세청에게 짐이 되기도 한다. 빅데이터 활용을 위해 과세관청 본연의 업무가 아닌 일까지 떠 맡게 된 것이다.

실제로 국세청은 2008년부터 저소득층을 지원하는 근로장려금 지급업무를 하고 있으며, 2011년부터는 취업후 학자금상환제도를 운영하는 일도 하고 있다. 취약계층 지원사업이다보니 소득과 재산요건이 까다롭고, 따라서 정확한 제도 운영을 위해서는 관련 정보가 많은 국세청이 나서야 한다는 결론이 나오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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