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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업본색] 퍼시스가 ‘반은 먹여살린’ 홀딩스 주인 손동창

  • 2020.01.21(화) 10:00

<퍼시스> ②
‘노난 장사’ 홀딩스 앞세워 지주 전환 절대권력
창업주, 2015년까지 全 계열사 직할 체제 위상

1996년 12월 증시 상장 직후, 대주주 3인간 지분 경쟁설이 불거졌다. 주방용가구의 대명사 한샘에서 ‘한솥밥’을 먹던 멤버들이다. 현 퍼시스의 절대권력 손동창 명예회장의 지배기반은 당시만 해도 미완(未完)이었다.

대주주 3人간 지분경쟁설

손 명예회장이 1983년 3월 ‘한샘공업’, 현 ㈜퍼시스를 창업할 당시는 김영철(82) 전 회장과 함께 였다. 김 전 회장은 조창걸(82) 한샘 창업주와 서울대 건축공학과 동창으로 1970년 9월 한샘 공동창업주 중 한 명이기도 하다.

조 창업주의 후원도 있었다. 조 창업주는 한샘 출신들이 창업하면 초기에는 자사에 납품할 수 있도록 해줬다. 회사 이름에 ‘한샘’을 사용하게도 해줬다.

(참고로 퍼시스그룹의 모태 한샘공업이 1987년 6월 ‘한샘퍼시스’를 거쳐 현 ‘㈜퍼시스’로, 간판에서 ‘한샘’ 자(字)를 떼어낸 것은 1995년 3월이다.)

개인 돈도 출자해 창업자금을 지원했다. 초기 ㈜퍼시스가 손동창(1998년 말 지분 15.83%), 김영철(15.83%), 조창걸(15.05%) 3인 대주주 체제였던 것은 이런 연유다. 지분 경쟁설이 흘러나올 만 했다. 

1998년 1월 분수령을 맞았다. 김 공동창업주가 ㈜퍼시스 대표에서 물러나 경영 2선으로 퇴진했다. 손 창업주가 대표이사 회장으로 취임했다. 비로소 1인 체제의 막이 올랐다.

지배력 강화에 공을 들였다. 1999년~2001년 초 집중적인 매입을 통해 ㈜퍼시스 지분을 24.14%까지 늘렸다. ㈜퍼시스(2001년 말 24.14%), 퍼시스홀딩스(83.33%), 바로스(100%) 등의 1대주주로서 전(全) 계열사 직할체제를 갖췄다.  

(김 전 회장과 조 창업주는 1999년 이후 ㈜퍼시스 지분 정리에 나서 각각 2005년 8월, 2010년 4월 5% 밑으로 떨어졌다. 창업 3인방 중 한 명인 양영일(73) 전 부회장도 2008년 3월 대표직을 내려놓으며 2012년 12월에 가서는 일선에서 완전 퇴진했다.)

개인회사 앞세운 지주회사 전환

한 발 더 나아갔다. 지주회사 전환에 나섰다. 예나 지금이나 절대지분을 소유한 퍼시스홀딩스를 전면에 내세웠다.

(퍼시스홀딩스의 전신(前身) ‘씨템(C-TEM)’은 사무용의자를 주력으로 했다. 생활가구시장에 진출하면서 1998년 8월 ‘일룸’으로 사명을 바꿨다. 2007년 1월 가정용가구 ‘일룸’을 떼어낸 뒤 의자부문만 남게 되자 다시 ‘시디즈’로 교체했다. 2018년 4월 의자부문을 계열사 ‘팀스’에 넘겨 순수지주회사로 전환한 뒤로는 현 ‘퍼시스홀딩스’로 바꿔 달았다.

독자들이 현 퍼시스 계열 ‘일룸’, ‘시디즈’의 사명과 혼동할 우려가 있어 옛 ‘씨템’을 전신으로 한 지금의 ‘퍼시스홀딩스’의 표기는 시기와 상관없이 ‘퍼시스홀딩스’로 통일한다.)

1999년 말 퍼시스홀딩스는 손 창업주가 1대주주로서 지분 83.33%를 소유했다. 이외 16.67%가 김 전 회장 몫이었다. 2002년 7월 가구부품업체 세일정밀 합병으로 80.51%로 낮아졌지만 영향력에는 아무 문제가 없었다. 사실상 창업주 개인회사였던 셈이다.

퍼시스홀딩스는 원래 주력사 ㈜퍼시스 지분이 1.31%(1999년 말) 밖에 안됐다. 이후 쉼 없이 지분 확대에 나섰다. 2005년 12월 10% 주요주주로 부상한 데 이어 2012년 5월(20.40%)에는 손 명예회장(20.35%)마저 제치고 1대주주에 올랐다. 퍼시스가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로 지정된 게 이 무렵인 2012년 7월이다.

당시 퍼시스홀딩스는 2007년 1월 가정용가구부문을 떼어 내 만든 현 ‘일룸’을 자회사로 두고 있었다. 2010년 12월 ㈜퍼시스가 교육용가구부문을 쪼개 설립한 ‘팀스’(현 시디즈) 또한 2013년 4월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창업주의 지배력은 흔들림이 없었다. 즉, 2015년 말 퍼시스홀딩스(80.51%)의 절대지분을 소유하고, 이어 지주회사를 통해 ㈜퍼시스(30.40%), 일룸(45.84%), 팀스(40.58%)를 장악했다. ㈜퍼시스 16.73%도 직접 보유했다. 바로스(100%)는 변함없이 개인 소유였다. 

돈 차고 넘친 홀딩스…한 몫 한 ㈜퍼시스

퍼시스홀딩스가 ㈜퍼시스 주식을 사 모으는 데 자금이 문제될 건 없었다. 돈이 차고 넘쳤다. 퍼시스홀딩스의 ㈜퍼시스 지분은 현재 32.18%(2009년 말 기준). 소요자금이 809억원이나 되지만 그간 벌이가 워낙 좋았다. 내부거래가 한 몫 했다.

초기 사무용의자를 주력으로 한 퍼시스홀딩스는 ‘제조업자개발생산(ODM)’ 방식으로 ㈜퍼시스에 의자를 납품하는 게 주된 일이었다. 1998년에는 생활가구시장에도 뛰어들었다.

순조로웠다. 1998년 매출 148억원(별도)에서 2000년 500억원을 돌파했다. 2006년에는 852억원을 찍었다. 1999~2006년 영업이익은 흑자를 놓치는 법이 없었다. 적게는 37억원, 많게는 80억원에 달했다. 이익률이 평균 10% 가까이 됐다. 

주력사 ㈜퍼시스가 ‘반은 먹여살렸다’고 해도 지나친 말은 아니다. 의자부문의 경우 ㈜퍼시스를 핵심 매출기반으로 했던 터라 전체 매출 중 계열 비중이 해마다 50%를 오르내렸고, ㈜퍼시스의 내부거래가 거의 전부였다.

2007년 1월 생활가구부문 ‘일룸’을 떼어 내고 의자부문만 남게 되자 계열 의존도는 더 뛰었다. 2007년에는 98.01%에 달했다. 차츰 낮아지기는 했지만 2016년에도 전체 매출의 절반 가까이 됐다. ㈜퍼시스(513억원)와 일룸(120억)과의 내부거래에서 비롯됐다. 

이렇다보니 꿋꿋했다. 2016년 매출 1390억원에 영업흑자 80억원을 기록했다. 2018년 4월 의자부문을 ‘팀스’(현 시디즈)에 양도, 순수지주회사로 변신하기 전까지의 모습이다.

㈜퍼시스, 배당도 따박따박…손동창 242억

더군다나 ㈜퍼시스로부터 아쉽지 않게 배당금이 유입됐다. ㈜퍼시스는 매출이 1996년 1000억원, 2006년 2000억원을 넘어섰고, 2018년에는 3160억원을 찍었다. 영업이익은 35년간 흑자의 연속이다. 2013~2018년에는 평균 216억원을 벌어들였다. 지난해 1~9월에도 매출 2210억원에 영업이익 156억원을 달성했다.

재무건전성도 흠 잡을 데 없다. 2010년 이래 외부차입금이 전혀 없다. 작년 9월 말 현금 및 현금성자산(343억원), 단기금융자산(1740억원)이 도합 2090억원이다. 총부채(528억원)의 4배 가까이 된다. 부채비율은 15.12%에 불과하다.

주주들에게 맘껏 배당금을 풀었다. 확인 가능한 범위에서만 봐도, ㈜퍼시스는 1994년 이후 한 해도 빼놓지 않고 현금배당을 했다. 2018년까지 25년간 총 1490억원이다. 2001년 이후로만 봐도, 손 명예회장은 242억원, 퍼시스홀딩스는 270억원을 챙겼다. 

퍼시스홀딩스에 자금이 차고 넘칠 건 뻔했다. 매년 예외 없는 흑자에다 따박따박 들어오는 ㈜퍼시스 배당수익을 내부현금으로 쟁여놓은 까닭이다. 1990년대 말 이후 무차입경영에 2018년 말 이익잉여금은 2370억원이나 된다. 달리 지주회사가 된 게 아니다. 

이렇듯 주력사를 기반으로 성장한 개인회사를 앞세워 절대권력을 쥐고 있던 손 창업주는 지금은 전 계열사를 직접 아우르고 있지 않다. 퍼시스홀딩스→㈜퍼시스 계열만이 영향권에 있다. ‘황태자’ 손태희 사장을 향한 지주회사 계열 이전만 마치면 세습의 소임은 다한다는 뜻이다. 2010년대 후반부터 공들여온 대물림 작업에서 비롯됐다. ‘일룸’이 도화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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