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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계법인 바꿔]③ 물러설 곳이 없다

  • 2013.12.13(금) 17:55

법원, 저축銀 분식회계 묵인 회계사 실형 선고
투자자 손해배상 부담↑…정치권도 '중대범죄' 공세

12월말 결산법인들의 외부감사 시즌을 앞두고 회계 업계가 연이은 악재에 시달리고 있다. 매출 1위인 삼일회계법인은 코스닥기업에 대한 부실 감사로 투자자들에게 140억원을 물어주게 됐고, 저축은행의 분식회계를 막지 못한 공인회계사들은 이례적으로 실형을 선고받았다.

 

최근 검찰 조사를 받고 있는 효성그룹은 분식회계 규모만 1조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외부감사를 담당한 회계법인의 책임론도 불거질 전망이다.

 

정치권에서도 이번 기회에 회계부정을 막을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하자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민주당은 13일 논평을 통해 회계법인들의 부실감사 근절 대책을 마련하고, 불법을 저지른 공인회계사들에 대해 더욱 엄격한 법 적용을 촉구했다.

 

 

◇ 부실감사 회계사 첫 법정구속

 

그동안 분식회계 사실이 드러나면 기업 총수나 재무담당자들이 실형을 선고받고, 외부감사인은 벌금이나 집행유예 등 가벼운 처벌에 그쳐왔다. 기업이 작정하고 분식회계를 저지르면 외부감사를 담당하는 공인회계사나 회계법인도 속수무책이라는 '동정론'이 작용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분식회계를 막지 못한 외부감사인에게도 무거운 벌을 내리고 있다. 서울고법 형사5부는 지난 12일 부산저축은행에 대한 외부감사에서 부실을 묵인하고 감사보고서에 '적정' 의견을 낸 다인회계법인 소속 공인회계사 소모(48)씨와 김모(42)씨에게 징역 1년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다.

 

이들 회계사는 저축은행의 부실을 눈감아달라는 청탁과 함께 고급 룸살롱 접대를 받고, 회계처리 과정에서 나타난 오류를 지적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재판부는 "부산저축은행의 분식회계로 다수 서민이 막대한 피해를 본 점을 고려하면 엄중한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회계사가 분식회계의 책임을 지고 법정구속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판결로 당장 12월말 결산법인의 외부감사를 진행해야 할 회계사와 회계법인들은 막중한 부담을 안게 됐다. 기업의 분식회계를 발견하지 못해도 단순히 '몰랐다'고만 둘러댈 명분마저 사라졌다.

 

◇ 대형 회계법인의 굴욕

 

회계부정 사건으로 피해를 본 투자자들을 구제하는 움직임도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지난 달 서울중앙지법은 코스닥 상장기업 포휴먼에 대한 부실감사 책임을 물어 삼일회계법인이 소액주주들에게 140억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삼화저축은행 후순위채권을 샀다가 피해를 본 투자자들이 제기한 소송에서도 대주회계법인에 20%의 배상 책임을 물었다. 재판부는 "회계사들이 계약서 확인 등 최소한의 조치도 취하지 않았고, 회계법인은 외부감사인으로서 감사 책임을 다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검찰 조사 결과 1조원대 분식회계가 드러나고 있는 효성그룹도 '태풍의 눈'이다. 효성에 대한 외부감사는 2007년까지 삼정회계법인이 맡았고, 2008년 이후에는 삼일회계법인이 담당하고 있다. 효성은 2010년까지 외부감사인들로부터 '적정' 의견을 받았다.

 

뒤늦게 삼일회계법인은 올해 1월부터 9월까지 효성의 연결 재무제표에 대해 '의견 거절'을 내고, 2011년과 2012년에 대해서도 재감사에 착수했다. 금융감독원도 효성의 분식회계 여부에 대해 감리를 진행하고 있다.

 

◇ 정치권의 싸늘한 시선

 

회계업계를 향한 정치권의 시선은 싸늘하기만 하다. 민주당은 이날 논평에서 부산저축은행 분식회계 묵인으로 구속된 회계사들을 몰아 세웠다. 민주당은 "부실기업의 부정한 청탁과 룸살롱 접대까지 받고, 자신들의 임무 해태가 발각될 근거 자료까지 파기한 것은 중대 범죄행위"라며 "대다수 선량한 공인회계사들의 명예를 실추시킨 부끄러운 일"이라고 지탄했다.

 

외부감사에 대한 규제 법안도 쏟아지고 있다. 지난 달부터 회계법인들의 연속감사를 제한하고, 지정감사제를 확대하는 법안이 속속 제출됐다. 법안 심의도 일사천리로 속도를 내고 있다.

 

민주당 이종걸 의원이 내놓은 '연속감사 9년 제한' 법안은 지난 10일 법안심사소위원회에 회부됐고, 같은 당 김기식 의원의 '지정감사 확대' 법안과 새누리당 송광조 의원의 '연속감사 6년 제한' 법안도 지난 12일 정무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 직접 회부됐다.

 

기업과 외부감사인의 유착을 막기 위해 여야 모두 공감대를 형성한 만큼, 규제 법안이 통과될 가능성도 높아졌다. 국회 정무위 관계자는 "감사인의 독립성 제고와 유착 관계를 방지해 분식회계 가능성을 차단한다는 점에서 타당한 입법 취지로 보인다"며 "다만 회계환경을 고려해 연속감사 제한기간 등을 입법 정책적으로 결정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회계업계는 정치권의 외부감사 규제 입법 움직임에 대해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처사라며 반발하고 있다. 그러나 사법부가 회계 부정에 대해 점점 엄격한 잣대를 적용하고, 유럽이나 미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으로 회계시장 전면 개방도 눈앞에 두고 있어 업계 스스로 변화를 모색해야 할 시점은 점점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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