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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계법인 바꿔]② 실패한 제도, 부작용만 키워

  • 2013.12.11(수) 12:11

업계 "외부감사인 의무교체 부활은 시대 역행"
감사품질 저하, 기업 악용 우려…'모두가 불행'

외부감사인을 강제로 교체하려는 정치권의 움직임에 대해 회계업계는 전혀 반기지 않는 분위기다. 제도 자체의 실효성이 떨어질뿐만 아니라 기업이나 회계법인, 투자자 모두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기업이 감사인을 자주 바꾸다보면 재무제표를 검증하는 작업에 시간과 비용이 더 투입되고, 회계 감사의 질도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수년 전 국내 회계 현실과도 맞지 않아 폐기한 제도를 되살리는 것은 시대에 역행한다는 주장도 있다.

 

그렇다고 무작정 규제에 반대하는 목소리만 낼 순 없다. 최근에도 끊이지 않는 회계 부정 사건들을 막지 못한 회계법인들도 분명 책임이 있다. 국내 회계시장은 미국이나 유럽연합(EU)과의 자유무역협정(FTA)으로 인해 개방을 눈앞에 둔 만큼, 회계법인들 스스로도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자구책을 마련해야 한다.

 

 

◇ "외국도 접었는데…"

 

회계업계는 기업과의 유착을 전제로 한 정치권의 법안 추진 과정이 불쾌하다는 반응이다. 이미 용도 폐기한 외부감사인 의무교체 제도를 다시 꺼낼 정도로 감사인의 독립성이나 회계투명성이 낙후되진 않았다고 항변한다. 회계법인 스스로도 평판에 심각한 타격을 입으면서까지 분식회계를 도울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한 대형 회계법인 관계자는 "회계법인이 감사를 잘못 할 경우 금융감독원이 걸러내고, 기업과 유착해 고의로 재무제표 부실을 봐주면 형사처벌 대상이 된다"며 "굳이 외부감사인을 억지로 바꿀 필요가 전혀 없다"고 말했다.

 

외국의 외부감사 규제 움직임은 점차 완화되는 추세다. 현재 유럽이 검토하는 회계제도 개편작업은 외부감사인 의무교체 기간을 14년으로 두고, 도중에 감사인 입찰을 거치는 경우에는 25년까지 연장하도록 보완 장치를 마련했다. 국내에서 논의중인 6~9년 주기 의무교체보다 훨씬 느슨하게 짜여져 있다.

 

미국도 회계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외부감사인 의무교체 방안을 검토해왔지만, 지난 7월 하원에서 관련 입법을 금지하는 법안을 통과시키면서 일단락됐다. 미국 회계감독기관이 추진하던 방안을 의회에서 막았다.

 

다른 회계법인 관계자는 "회계 선진국인 유럽과 미국은 최근 외부감사인 의무교체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으로 돌아서고 있다"며 "국내에서도 성공하지 못한 제도를 다시 꺼내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 잦은 교체는 역효과

 

외부감사인 의무교체가 시행될 경우 기업과 회계법인들에게 역효과를 불러일으킬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대형 회계법인 관계자는 "감사인이 기업을 제대로 알지 못하고 감사하면 부실해질 가능성이 높고, 해외 현지법인이나 자회사가 많은 기업들은 더욱 골치아파진다"며 "기업들에게도 고스란히 부담으로 작용하는 만큼, 어느 누구에게도 장점이 없는 제도"라고 꼬집었다.

 

한국공인회계사회 관계자도 "감사인 교체가 잦아지면 감사보수와 품질부터 떨어지고, 기업들이 악용할 가능성도 생긴다"며 "회계투명성을 오히려 떨어뜨릴 우려가 있어 법안 심사가 진행되면 협회 차원에서 대응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회계시장 개방을 앞두고 회계법인들이 스스로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국제적 회계투명성 순위가 바닥권인 것은 설문조사 과정의 문제도 있지만, 국내 회계시장의 맹점을 보여주기도 한다"며 "제도적인 규제에 앞서 업계의 부단한 노력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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