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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계법인 바꿔]① 연속감사 못 믿겠다

  • 2013.12.11(수) 08:25

회계투명성 평판 최하위권…분식회계 '속수무책' 여전
정치권, 회계법인 의무교체 재추진…기업 유착관계 차단

상장회사나 일정규모 이상의 기업들은 매년 재무상태에 대해 회계법인이나 감사반으로부터 외부감사를 받는다. 기업이 경영실적을 부풀리는 '분식회계'를 저지르거나, 법인세를 줄이기 위해 고의로 이익 규모를 줄이는 병폐를 차단하기 위한 것이다.

 

외부감사인은 기업으로부터 철처히 독립해야 제대로 된 감사의견을 낼 수 있지만, 한편으로는 외감수수료를 받아야 할 입장이어서 갑(甲)이면서도 을(乙)인 애매한 관계가 형성돼 있다.

 

이 때문에 외부감사인이 부실기업과 짜고 멀쩡한 기업이라고 '적정' 의견을 내줬다가 투자자들을 궁지에 몰아넣는 사례도 종종 발생한다. 최근 동양그룹이나 효성그룹 등의 분식회계 의혹도 외부감사인이 제대로 역할을 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정치권에서는 기업과 외부감사인의 유착 고리를 끊기 위해 다양한 대비책을 마련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외부감사인 의무교체 법안(주식회사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다. 기업이 특정 외부감사인(회계법인)과 오랜 기간 계약을 맺는 관행을 법률적으로 제재하는 방법인데, 여야를 막론하고 활발한 입법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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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회계법인은 '눈뜬 장님'

 

지난해 국내 회계시장 규모는 2조원을 넘어섰지만, 회계 업계를 향한 시각은 냉랭하다. 지난 5월 국제경영개발원(IMD)이 발표한 회계투명성 순위에서 조사대상 60개국 중 우리나라가 58위를 차지했고, 세계경제포럼(WEF)은 148개국 중 91위에 그쳤다.

 

설문조사에 의존하는 순위 산정 과정의 맹점을 감안하더라도, 잊을만 하면 터지는 대기업의 분식 사태와 회계법인들의 부실 감사 논란이 기업과 업계 종사자의 불신을 키우고 있다는 분석이다.

 

국내 회계시장 점유율 1위인 삼일회계법인은 최근 3년간 증권선물위원회로부터 감사절차 소홀로 네 건의 제재를 받은 데 이어, 지난 달에는 코스닥 기업을 부실 감사한 것으로 드러나 투자자에게 140억원을 배상하라는 법원 판결을 받았다.

 

안진회계법인과 한영회계법인도 3년 동안 각각 세 건과 다섯 건의 증선위 제재 조치가 내려졌다. 회계시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4대 회계법인(삼일·안진·삼정·한영) 가운데, 3년간 제재를 받지 않은 곳은 삼정회계법인이 유일했다.

 

회계법인이나 소속 공인회계사 입장에서는 기업이 속이려고 작정하면 분식회계를 잡아내기가 쉽지 않다고 억울함을 호소한다. 한 4대 회계법인 관계자는 "부실감사가 이뤄질 경우 회계법인에 대한 신뢰도가 크게 추락하기 때문에 소속 공인회계사가 분식회계 사실을 알고도 봐주는 일은 없다"며 "기업이 조직적으로 재무제표를 속여서 거꾸로 회계법인이 당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 연속감사 그만…의무교체 부활

 

정치권은 회계법인이 특정 기업을 오랫동안 연속해서 감사하는 관행이 부실을 키우고 기업과 유착하는 원인이라고 지적한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삼일회계법인, 현대자동차는 안진회계법인이 각각 10년 넘게 같은 기업을 담당하고 있다.

 

10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4대 회계법인이 지난해까지 5년 넘게 연속 감사한 상장기업은 전체 1030개 기업 가운데 552개(54%)로 절반을 넘었고, 이 가운데 7년 이상 연속 감사한 기업은 226개(22%)에 달했다.

 

연속감사를 막기 위한 방법으로는 외부감사인 의무교체가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민주당 이종걸 의원은 지난 달 6일 상장기업이 동일 감사인에게 9년(사업연도)까지만 외부감사를 받도록 규정하는 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새누리당 송광호 의원은 지난 2일 감사인 의무교체 기한을 6년으로 제한하는 법안을 냈다.

 

송 의원은 "4대 대형 회계법인의 시장 독점이 가속화되고 있고, 삼일회계법인의 부실감사 등으로 회계투명성은 극도로 나빠진 상태"라며 "외부감사인 의무교체 제도를 부활시켜 기업과 외부감사인의 유착관계를 근절하고, 투자자들을 보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외부감사인 의무교체 제도는 2003년 SK그룹 분식회계 사태 이후 3년 유예를 거쳐 2006년에 도입했지만, 이명박 정부의 기업 규제 완화로 2009년 폐지됐다. 당시 6년마다 감사인을 교체하는 규정은 사실상 한번도 시행해보지 못하고 사라진 셈이다. 회계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정치권이 다시 꺼내든 카드가 현실화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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