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을 돌려준다는 민간 플랫폼들이 요즘 왜 이렇게 많아진 걸까요. 세무업계와 납세자 사이의 틈새 시장을 IT 스타트업들이 적극적으로 공략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국세청의 부실과세 세금 환급 규모가 6년 동안 10조원에 달한다는 통계가 발표되면서 그 틈새 시장을 새로운 블루오션으로 바라보는 시각도 있습니다.
그런데, 납세자의 시선에서 보면 분위기가 좀 이상합니다. 세금을 환급받으면 기분이 좋아야 하는데, 납세자들은 물론이고 세무대리인들까지도 다소 불편해 보입니다.
납세자는 세금 환급 플랫폼에서 떼어 가는 20~30%의 수수료가 너무 아까운데요. 국세청이 처음부터 세금을 제대로 계산해줬다면 그 수수료도 낼 필요가 없었다는 생각도 들죠.
세무대리인들은 굳이 플랫폼에 의뢰하지 않아도 더욱 저렴한 수수료로 납세자에게 제공할 수 있는 서비스인데, 수임고객을 빼앗기고 있다는 느낌이 듭니다. 세무사들의 이익단체인 한국세무사회에서도 세금 환급 플랫폼을 강력하게 규탄하고 있지만, 밥그릇만 지키려고 한다는 곱지 않은 시선을 받기도 합니다.
국세청도 난감합니다. 세법 규정에 따라 과세했을 뿐인데, 마치 세금을 빼앗아갔다가 마지못해 돌려줬다는 오해를 받죠. 혁신 플랫폼을 기죽인다는 뒷말이 나올까봐 속 시원하게 얘기도 못하는 상황입니다.
결국 납세자, 세무대리인, 국세청 모두 불행해지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는데요. 그 원인은 헌법에 따라 납세 의무를 다하고 있는 납세자들에 대한 배려가 부족했기 때문입니다.
세금은 단순히 기술적으로 접근해서 납세자에게 환급만 받게 해주면 끝나는 문제가 아닙니다. 납세자가 세금을 왜 내야 하는지, 정당하게 납부하고 나면 어떤 대우를 받아야 하는지 이해하고 공감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또 다른 국민 의무인 병역 문제와 비교해보면 이해하기 쉽습니다. 군대에 보낸 아들의 복무 기간을 단축시켜줄 수 있는 앱이 등장한다면, 대부분의 부모님들은 그 앱을 사용하고 싶을 겁니다. 하지만, 기존에 병역을 이행했거나 복무중인 군인들은 너무나 불편한 상황을 맞이하게 됩니다. 형평성을 흐트러뜨리기 때문이죠.
납세 의무도 이미 성실하게 세금을 내고 있는 다수의 납세자들에게 형평성을 세밀하게 맞춰줘야 합니다. '나만 더 내고 있다'는 억울함을 갖게 하지 말고, 누구나 인정할 수 있는 규칙을 적용해야 합니다. 그 틈새를 잘못 파고들면 모두에게 불편한 상황에 놓이게 됩니다.
세금 환급 플랫폼 경쟁은 IT와 AI를 기반으로 점점 편리해지는 세무회계 시스템 속에서 납세자, 세무대리인, 국세청의 역할을 다시 정립하는 기회가 될 것입니다. 그 첫 단추를 잘 꿰기 위해 납세자 입장에서 진정으로 도움이 될 서비스가 무엇인지 생각해 봐야 할 시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