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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금을 깜빡했는데, 국세청은 모르고 있을까?

  • 2024.04.23(화) 09:00

부과제척기간 두고 다툼 여전…쟁점은?

# 지인에게 들었다. 누가 "시골에 있는 무허가 주택이 주택 수에 포함되느냐"고 물었다고. 당사자는 수년 전에 거주 주택을 팔았고, 이 거래에 대해 '1세대 1주택 비과세'를 적용해서 신고했다. 그런데 상당한 기간이 지나 자신이 부모 명의인 시골집에 공동명의자였던 사실을 알게 됐는데, 3년여가 넘게 세무서에서 어떠한 연락도 오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시골집이 주택 수에 포함되지 않은 걸까. 이런 생각을 하면서도, 현재까지 과세권이 살아있다는 점에서 내심 불안한 모습이라고 한다. 

부동산을 팔거나 상속·증여가 이루어지고 한참이 지난 뒤, '잊을 만하면' 세금 고지서가 날라와 당사자를 곤혹스럽게 하는 것을 주변에서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행정력의 한계로 운이 좋다면 과세 포착이 되지 않을지도 모른다. 의도했든 아니든, 세금을 안내면 평생 벌벌 떨며 살아야 할까. 

범죄의 죄를 물을 수 있는 기간인 공소시효가 있듯 세금도 부과할 수 있는 기간이 있다. 이는 '국세의 부과제척기간(이하 제척기간)'으로 짧게는 5년, 사안에 따라서는 무려 15년간인 경우도 있다. 이 기간이 지나면 과세 적법성이 있다고 해도 세금을 부과할 수 없게 된다. 여기에서 납세자와 과세당국 사이에 주로 다투는 부분은 제척기간이 임박해서 과세권을 행사한 부분이 적법한 절차였느냐다. 

이미지 출처: 택스워치

앞선 사례가 ①금액이 적은 농어촌주택(기준시가 3억원 이하)이고 ②세법에서 정한 기간(2003년 8월~2025년 12월까지 취득·3년 보유)을 갖췄다면, 보유 주택 수로 보지 않는다. 도시의 주택과 농어촌주택을 함께 보유하더라도 1주택자로 본다는 얘기다. 이때 도시 주택의 양도가액(실제 매도가액)이 12억원을 넘지 않았다면 낼 세금은 없다. 

만약 세법상 요건을 갖추지 못한 과세 대상이라면 제척기간의 기산점은 언제일까. 

대부분의 사람들은 제척기간을 자신이 집을 팔았던 때부터 시작한다고 잘못 알고 있다. 양도소득세는 납세의무자가 예정신고와 확정신고를 하게 되는데, 양도세를 확정신고하는 기간은 거래계약 허가일이 속하는 연도의 다음연도 5월 1일부터 5월 31일까지다. 이에 양도세 제척기간은 집을 팔았던 때가 아닌 그 다음해 6월 1일부터 시작된다. 

예컨대, 2023년 6월에 집을 팔았다면 2024년 6월 1일부터 제척기간이 시작돼 5년 후인 2029년 6월 1일이 돼서야 세무서로부터 세금 고지를 받지 않을 수 있다. 양도세 신고 자체를 하지 않았을 땐 제척기간은 7년으로 더 길다. 상속·증여세도 '정상 신고냐, 아니냐'에 따라 제척기간이 다르다. 기본이 10년이고, 사기 기타 부정행위나 조세포탈 등의 사유가 있다면 15년까지 부과할 수 있는 기간이 늘어난다.

세금 안내고 버티다간 큰일나요

집을 팔고 세금 신고를 하지 않았다고 치자. 이후 1년이 지나고 2년이 지나도 양도세를 내라는 아무런 조치가 없다면, 처음에 가졌던 불안한 마음은 갈수록 편안해질 수 있다. 일부는 '세상에 이렇게 좋은 절세 방법이 있구나'하고 신이 날 수도. 

그러나 납세자로서는 부정행위가 드러나면 오히려 세금 납부 액수가 늘어난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 된다. 무신고가산세 20%(또는 40%), 납부지연가산세(1일 0.022%)를 추가 부담하기 때문이다. 납부지연가산세만 떼어내서 보면 '미납·미달납부세액×경과일수×2.2/10000' 이 계산식을 따르는데, 1억원의 세금을 1년 동안 체납했다면 가산세로 800만원을 내야 한다. 

국세청 관계자는 "부과제척기간을 넘기는 경우도 있을 수 있겠지만, 현재의 국세청 전산시스템 등을 고려하면 가능성은 매우 낮다"며 "되레 장기간 체납에 따라 가산세가 누적되면서 본래 내야 할 세금보다 더 많은 세금을 부담할 수 있다는 점에서 불이익이 없도록 유의해달라"고 말했다.

또 다른 국세청 관계자는 "일부러 과세 자료를 묵히는 경우는 없다고 보면 된다"며 "일선 담당자들이 미결 상태로 남겨 놓게 되면 근무평점에서 마이너스를 받게 된다"고 했다. 과세 대상으로 인지했을 땐 3개월 내 처리하도록 한다는 내부 규정도 있다고 한다. 

제척기간 임박한 '턱걸이 과세' 

하지만 국세청이 세금을 부과할 수 있는 기간이 만료되기 전에 벼락치기로 세금을 물린 사례는 여전히 적지 않다. 정당한 과세 권한을 행사했다면 국세청은 아무런 잘못이 없는 걸까. 늑장 과세 통지서를 받은 납세자에게 충분한 방어권이 보장되지 않은 '위법한 과세'로 비추어질 수 있다. 실제 이를 두고 납세자와 과세당국 간 다툼은 많으며, 일부는 과세 처분이 잘못됐다는 판단을 받고 있다. 

4년 넘게 어떠한 통보도 없었습니다.

# 2022년, 한 납세자는 "권리구제를 박탈당했다"며 조세심판원의 문을 두드렸다. 비상장법인 주식을 현물출자(양도) 하면서 그 대가로 다른 회사의 주식을 저가로 넘겨받은 사례였다. 지방국세청은 세무조사를 통해 이러한 사실을 발견했고, 이후 2016년 과세 자료를 관할 세무서에 넘겼다. 당시 자료엔 제척기간 만료일이 2021년 11월 14일로 적혀 있었는데, 국세청이 증여세를 내라고 고지서를 송달한 날은 같은 해 11월 11일. 심판원은 이러한 과세 처분에 절차상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다(취소, 조심 2022서1817). 

현재 제척기간의 만료일까지 3개월이 남지 않았다면, 사전적 권리구제인 과세전적부심사 청구를 할 수 없다. 벼락치기 과세가 이루어진다면, 납세자가 과세예고 통지에 이의가 있어도 다투어 볼 수 없단 소리다. 당시 조세심판원도 과세전적부심사 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는 권리를 침해한 부분을 위법으로 본 것이다. 가산세도 문제다. 납세자가 스스로 납부를 지연하려는 의도가 없었는데도 적지 않은 기간의 납부지연가산세가 부과되기 때문이다. 국세청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제척기간에 임박해 과세 자료를 처리한 수는 1만3325건으로, 이 중 4412건은 제척기간 만료 3개월 전보다 늦었다. 

제척기간이 임박했을 땐 과세전적부심사 절차를 생략할 순 있다. 납세 고지가 이루어진 뒤에도 구제받을 수 있는 길(이의신청·심사청구)이 있다. 그러나 절차적 흠결로 거둬야 할 세금을 놓치고 있는 만큼, 징세 행정의 신뢰도를 깎아 먹고 있다. 게다가 벼락치기 과세가 위법하다고 나온 데도, 이런 일이 반복된다는 것은 더 큰 문제로 인식할 수밖에 없다. 

다만 단순히 제척기간이 얼마 남았냐를 가지고 적법 과세를 판단하긴 어렵다는 목소리다. 심판원 내부에서도 기간보단 '지연 처리'를 더 중요한 잣대로 삼는다는 의견이 많다. 심판원 관계자는 "제척기간이 임박해 과세를 했더라도, 세무조사 필요성이 있는 등의 사유가 있다면 기각 결정이 내려지고 있다"면서도 "과세 자료를 확보해 놓고도 지연 처리하는 경우는 납세자 권익 침해를 이유로 취소되는 경향이 짙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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