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울한 세금을 부과받았다고 느낀 적지 않은 수의 납세자(개인·법인)가 준사법기관인 조세심판원 문을 두드린다. 적게는 몇만원에서 많게는 수천억원의 세금 구제를 요구한다. 이를 결정짓는 건 '상임심판관(고위공무원 나급·옛 2급)'으로, 국민 재산권과 국가 상황(국고)이라는 양측을 고려해야 한단 점에서 자리의 무게와 책임감이 클 수밖에 없다.
최근 들어 해당 직위에 대한 세무대리 업계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내달이 되면 상임심판관 여덟 자리(내국세 6, 지방세 2) 중 한 자리가 '새 얼굴'로 교체가 예고되기 때문이다. 세법에서 정한 자격 요건·인사 관례 등을 고려하면 후보군을 좁힐 수 있으나, 현재까지 '유력' 딱지가 붙는 인물은 없단 인식이 짙다.
누가 온다더라, 소문의 근거는
조세심판원·기획재정부 등 관계 부처에 따르면, 내달 임기 만료를 앞둔 박춘호 상임심판관의 후임 인선 작업이 진행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 사안에 밝은 정부 한 관계자는 "자격 요건에 맞는 후보로 누가 있는지 살펴보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상임심판관의 임기는 3년(한 차례 중임 가능·최장 6년)인데, 박 심판관은 다음 달이면 임기 3년을 꽉 채운다. 이미 한 차례 중임이 이루어져서, 더 이상 심판관직을 수행할 수 없다.
현재 심판관직은 '4급 이상으로 조세 관련 사무에 3년 이상 근무(변호사·공인회계사는 10년 이상 재직 경력)'한 경력이 있어야 맡을 수 있다. 한 해 2만건이 넘는 조세불복 사건을 심리해야 하는 만큼, 조세·법률 분야에 관한 전문지식과 경험을 쌓은 사람이 아니라면 해당직을 맡을 수 없단 소리다. '심판관 직무대리 불허'라는 조세심판원의 조직 운영을 고려할 땐, 자리의 공백은 빠르게 채워질 것이란 전망이 많다.
'누가 오든지' 향후 내국세 심판부를 맡아야 하는데, 심판원을 제외하면 기획재정부(세제실) 내에서 경력을 쌓은 인사밖에 없다. 과거엔 국세청 인사도 심판관직을 맡은 바 있지만, 과세를 해오던 위치에서 납세자 권리구제를 하는 심판관으로 오는 게 적절하느냐는 논란으로 자연스럽게 심판관 대상에서 제외되고 있다.
박 심판관의 원소속부처가 기재부라는 점에서, 후임은 '기재부 몫'이란 시각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이런 부분이 고려된 듯, 가장 많이 오르내리는 인물로 2명이 거론된다. 김건영 기재부 국장(행정고시 40회)·김병철 조세개혁추진단장(40회)으로, 세제실 내부에서 잔뼈가 굵다. 두 명 모두 고위공무원단이기에 즉시 자리를 메꿀 수도 있다. 세종시에 있는 부처 직원들 사이에선 "둘 다 묵묵히 일하는 타입이고 업무 이해도가 높아, 누가 와도 문제없지 않겠느냐"는 평가가 많다.
현재까지 유력 후보는 없다
어느 조직이나 그렇듯, 인사 변수는 있다. 기재부 고위 관계자는 "심판원에서 '주니어'를 원하는 것으로 안다"고 했다. 능력과 경륜의 차이를 감안하지 않는다면 전통적으로 '기수'를 대단히 중시하는 게 공직사회의 인사 문화다. 이 관계자의 말을 비추어 볼 때, 부이사관(3급) 자원들까지 심판관 후보에 들 가능성도 있다. 한편으론 인사 셈법을 떠나, 박 심판관이 임기가 종료된 뒤에도 심판원 내 고위공무원 TO(정원)를 잡고 있다면 심판관 공석은 길어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