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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전규안 교수 "ESG 전문가 수요 폭발적 증가"

  • 2021.09.02(목) 10:57

[ESG워치]로펌 등 관련업계 ESG 전문인력 확보에 팔걷어
한국공인회계사회 중심 육성방안..기초·전문가 2단계 과정
국제표준될 ESG 기준 촉각..KSSB 준비위 구성해 대응 착수
"ESG 일시적 유행 아니다..근본정신 실현하는데 집중해야"

"ESG 전문가에 대한 수요는 거의 폭발적입니다. 과거에 회계법인에서도 기업의 재무정보에 비해 ESG 같은 비재무정보가 상대적으로 덜 중요하게 여겨진 것도 사실이구요. 기존에는 회계법인들이 축소해왔던 사업영역인데, ESG 바람이 불면서 앞다퉈 조직을 꾸리다보니 ESG 전문가는 더욱 부족해진 상태입니다. 기업은 기업들대로 ESG 전문가를 찾기 힘든 상황을 답답해하고, 로펌과 컨설팅, 신용평가 업계도 각자 새로운 먹거리로 ESG 전문인력 확보에 나서고 있습니다. ESG 전문가에 대한 수요는 앞으로 더욱 커질 수 밖에 없습니다" 

전규안 교수(숭실대 회계학과)는 요즘 눈코뜰새 없이 바쁘다. 본업인 회계분야에서도 업무가 늘어난데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트렌드가 전 방위적으로 확산되면서 그를 찾는 곳도 많아졌다. 지난달에는 '한국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KSSB, Korea Sustainability Standards Board)' 준비위원회 부위원장에 위촉됐다. KSSB는 지속가능성기준의 국제 표준화 움직임에 대응하고, 국내의 ESG 정보 공시 등에 대비하기 위해 한국회계기준원이 구성하려는 기구다.

7월에는 한국공인회계사회(한공회)와 한국회계학회가 주최한 ESG 전문가 양성방안 심포지움에서 주제발표를 맡았다. 그는 한공회가 3월에 출범시킨 ESG위원회 위원으로 활동중이며, 회계사·세무사·관세사·감정평가사 등 각종 전문자격 시험에 선정·출제위원으로 참여한 이력도 있다. 전문가 양성의 전문가인 셈. 전 교수는 주제발표에서 ESG활동이 의무화되는 추세인 만큼 적극적이고, 적시적인 대응이 시급하다며 ESG 활동 및 공시에 대한 질적수준을 높이기 위해 전문가 양성이 시급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고 강조했다. 전규안 교수(사진)를 숭실대 캠퍼스에서 만나 현재 떠오르고 있는 ESG 관련 이슈와 전문가 양성 등에 관해 얘기를 나눴다.

인터뷰 질문에 답하고 있는 전규안 교수

- ESG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습니다. 최근 회계업계에서 주목하고 있는 이슈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요?

▲ ESG정보 공시에 관한 기준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습니다. 국제회계기준(IFRS)재단이 국제적으로 표준화된 ESG 기준을 만들기 위해 '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International Sustainability Standards Board, ISSB)를 오는 11월에 설립할 예정입니다. 우리도 상황변화에 적극 대응하고 있는데, 한국회계기준원에서 KSSB 준비위원회를 구성했고, 국제회계기준위원회(IASB) 위원을 역임한 서정우 교수(국민대)가 준비위원장을 맡아서 ESG 공시에 대비하고 있습니다. 국제적으로 통용될 ESG 기준이 아직까지 마련돼 있지 않기 때문에 ISSB가 어떤 기준을 내놓을지 시장과 기관, 당국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습니다.

ISSB가 ESG 기준을 제정하면 우리나라도 이를 면밀히 검토해 수용하게 될 것입니다. 다만, ISSB 기준을 어떤 기업을 대상으로 어떻게 수용할지, ISSB가 제정하지 않는 기준에 대해서 어떻게 할지,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ESG 공시의 의무화 방안 등 기존의 ESG 관련 공시와 어떻게 조화를 이룰지 등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고, 추후 정리가 되어갈 것으로 예상합니다.

- ESG가 확산되면서 회계사 업무에도 혁신적 변화가 예상된다는 전망이 나옵니다. 어떻게 보시는지요

▲ 기업들에게 ESG 같은 비(非)재무보고가 중요시되는 시대가 도래했습니다. 기존 재무보고가 위축되거나 축소되기 보다는 비재무보고가 추가로 중요한 지표로 자리잡게 된 겁니다. 공인회계사는 재무제표와 각종 공시, 인증 등에서 전문성을 갖춘데다 기업컨설팅 노하우도 축적돼 있어 앞으로 역할은 더 부각될 걸로 보입니다. 특히 최근 ESG 열풍으로 혼란을 겪는 기업들에게 ESG 전문성을 갖춘 회계사는 꼭 필요한 존재로 인식될 가능성이 큽니다. 회계감사처럼 법에 의해 강제되는 것이 아니라 기업이 원해서 이런 회계사를 찾는 분위기가 형성될 수 있습니다.

- ESG 전문성을 갖춘 인력 수요는 계속 늘어날 것으로 확실시 되는데, 구체적으로 어떠한 전문성이 요구되는 것인지요

▲ 일반 경영활동은 '경영전략 수립과 활동 → 재무제표 작성과 감사 → 재무제표 공시' 라는 과정을 거치는데, ESG도 마찬가지입니다. 'ESG 전략 수립과 활동 → ESG 관련 보고서 작성과 인증 → 공시' 같은 프로세스가 진행됩니다. ESG에 대한 총론에서부터 △ESG 기준과 프레임워크(GRI, TCFD, SASB, IIRC 등)에 대한 이해 △ESG의 적용(ESG 평가, 기후금융, ESG 투자와 펀드 등) △ESG 보고서 작성 △ESG 인증 등의 분야에서 각각 전문성이 요구됩니다. 

아직까지 ESG에 대한 많은 부분이 갖추어지지 않았고, 만들어지고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ESG 전문가로서 알아야 할 내용도 완비됐다기 보다는 만들어져가고 있는 것으로 보아야 합니다. ESG에 전문성을 가지려면 국내외의 ESG 동향과 정보에 대해서도 관심을 갖고 흐름을 따라가는 것도 중요합니다.

- 최근 심포지움에서 한공회 중심의 ESG 전문가 육성 방안을 제안하셨습니다. 어떤 취지로 이같은 방안을 제시했는지, 교육은 어떻게 이뤄지게 되는지 궁금합니다.

▲ ESG 관련 교육은 대형 회계법인을 중심으로 자체적으로 이뤄지는 경우도 있지만 수요를 충분히 받쳐줄만한 수준은 아닌 듯 합니다. ESG 정보 공시나 인증은 공인회계사의 역할이 중요하기 때문에 한공회가 중심이 되는 방안을 제시했습니다. 수요가 날로 확대되는 ESG 전문가 육성을 통해 한공회와 공인회계사의 역할과 위상을 높이는데도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ESG 교육 과정은 ‘기초 교육프로그램’과 ‘전문가 교육프로그램’ 등 2가지로 구성됩니다. △기초 교육프로그램은 8주(60시간) 코스인데, ESG 개요(국내·외 ESG 동향, ESG 역사, ESG 평가와 공시 등)와 ESG 프레임워크를 소개하는 내용을 주로 담았습니다. △전문가 교육프로그램은 ‘ESG 기초 교육프로그램’을 이수했거나 ‘동등한 자격이 있는 자’를 대상으로 하는데, 6주간의 전문가 교육프로그램과 2주간의 ESG 인증프로그램으로 구성됩니다. (*커리큘럼 세부 내용 : 표 참고)

- ESG 보고서와 채권에 대한 인증, 평가에 대한 혼선, 그린워싱 우려 등 문제점도 적지않게 제기되고 있습니다. 대안이나 해법은 어떤 것들이 있을지요

▲ ESG에 대한 많은 부분이 완전히 갖추어진 것이 아니라 아직 만들어가고 있는 상태입니다. ESG 인증과 관련해서도 인증을 의무화할 것인지, 의무화한다면 인증의 성격(감사 또는 검토, 검증, 평가등급 부여 등)을 어떻게 할 것인지, 누가 인증할 것인지, 어떤 인증기준을 이용할 것인지 등의 문제가 해결돼야 합니다. 그린워싱 문제도 중요하긴 한데, 아직은 명확한 기준이 없으므로 그린워싱을 판단하는 자체도 불확실할 때가 많습니다.

녹색채권, 사회적채권, 지속가능채권 중에서 외국은 녹색채권 비중이 높은데 우리나라는 사회적채권 비중이 높습니다. 주택금융공사 채권이 사회적채권의 대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에 그런 것인데, ESG 채권에 대한 이해도 이 부분을 제대로 파악해야 가능합니다. 하나의 기업에 대한 ESG 평가결과가 기관마다 달라서 혼선이 초래되기도 합니다. ESG가 아직 시작단계이기 때문에 각종 문제점이 나타나고, 이는 불가피한 것일 수도 있습니다. 앞으로 ESG가 차츰 정착돼가는 과정에서 문제들도 해법을 찾아갈텐데 그 전까지는 ESG 평가에 대한 과도한 신뢰는 피하고, 신중한 접근과 관망하는 자세도 필요하지 않나 생각됩니다.

- 국내외에서 진행돼 온 ESG 이슈의 전개과정을 요약해서 짚어주시고, 향후 ESG가 어떻게 진화해 나갈 것인지 전망도 함께 부탁드립니다.

▲ 2019년 8월 미국 내 200대 대기업 협의체인 ‘비즈니스라운드테이블(BRT)’의 이해관계자 자본주의(Stakeholder Capitalism) 선언과 기후위기에 대응하지 않는 기업의 주식이나 채권은 보유하지 않겠다는 블랙록(BlackRock)의 래리 핑크(Larry Fink) 회장의 선언, 코로나19 팬데믹에 따른 환경파괴와 기후변화의 심각성 인식, 미국 바이든 행정부의 출현 등이 ESG와 관련한 글로벌한 이슈였던 것 같습니다. 

국내에서도 금융위원회의 ESG 공시의 단계적 의무화 방안 발표, 한국거래소의 'ESG 정보공개 가이던스' 제정, 금융위원회·환경부 등의 '녹색금융 추진TF' 구성,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의 'ESG 모범규준' 개정, 국민연금의 ESG 투자확대 같이 정책면에서 많은 변화가 나타나고, 이에 따라 시장과 업계의 관심도 동반해서 커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ESG의 미래에 관해서는 일시적 유행에 그치지 않고, 지속될 것이라는데 대부분의 전문가들이 견해를 같이하고 있습니다. 다만 CSR, CSV, ESG 등으로 진화해온 것처럼, 어쩌면 언젠가 미래에 ESG가 다른 용어로 대체될 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환경, 사회책임, 지배구조를 강조하고 이해관계자를 중시하는 기본 정신은 계속 유지 및 발전해갈 것으로 생각합니다. 이는 기업의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과 아주 밀접하게 연관돼 있기 때문입니다. ESG라는 용어 자체에 치중하기보다는 그 근본정신을 실현하는 것에 집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대담=조용만 좋은기업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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