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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백인규 센터장 "큰숲을 보고 ESG 경영지도 그려라"

  • 2021.08.10(화) 15:40

[ESG워치] 한국 딜로이트그룹, 3월 ESG센터 출범
핵심인력 전문성, 국내외 협력네트워크 등 강점
ESG 경영 의지는 고무적..전담조직 신설 등 놀라워
'남의 일 아니다" 중소기업도 경각심 갖고 대응해야

"대기업 A사가 연간 8천만톤의 온실가스를 배출합니다. IMF가 톤당 75달러까지 탄소세 도입을 권고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A사가 치러야 할 코스트는 6조원을 웃돌게 됩니다. 흑자 회사가 바로 적자로 돌아설 수 있는 큰 비용이죠. 많은 중소기업들이 대기업의 1,2,3차 공급망에 포진해 있는 상황에서 이 코스트가 납품업체들에게 전가된다면 중소기업들은 연쇄적으로 타격을 받을 수 밖에 없습니다. 중소기업도 ESG이슈에 대해 좀 더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한국 딜로이트그룹 ESG센터의 백인규 센터장(사진)은 "수출입 의존도가 높은 우리 산업구조 특성상 글로벌 차원의 ESG이슈를 등한시한다면 산업경쟁력에도 부정적 영향이 예상된다"며 "대기업이나 중견기업과 달리 중소기업 CEO들은 ESG이슈를 내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며 방관하는 경우가 적지 않은데 경각심을 갖고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백 센터장을 만나 ESG 경영에 나서는 기업들이 어떤 점을 유념해야 하는지, ESG센터는 어떻게 운영되고 있는지를 들어봤다. 

- 우선 한국 딜로이트그룹 ESG센터에 대한 소개부터 부탁드립니다. 어떤 취지로 출범했고, 어떻게 운영되고 있는지요

▲ ESG 경영은 ‘피할 수 없는 선택’이란 인식이 확산되고, 전 산업군과 기업군에서 ESG와 관련한 다양한 니즈가 생겨나면서 선제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을 내리게 됐습니다. 지난해 말부터 그룹 차원의 내부 준비를 거쳐 올 3월에 ‘한국 딜로이트그룹 ESG 센터’를 공식 출범시켰습니다.

센터 운영은 ESG 경영과 관련해 다각화된 엔드투엔드(End-to-End) 서비스를 신속하게 제공하는데 주안점을 두고 있습니다. 기업들은 ESG를 사업전략이나 경영체계 등 기업영역 전반에 반영하려는 의도가 강한데, ESG 관련 자문은 특정 영역이나 산업에 한정된 경우가 많습니다. 이같은 점에 착안해 다양한 영역의 전문가로 구성된 회계법인과 컨설팅 법인의 인력과 노하우를 아우르는 방식을 택했습니다. 

- 경쟁업체와 비교해서 ESG센터가 내세울 수 있는 특장점은 무엇입니까

▲ 핵심인력의 전문성과 풍부한 경험, 여기에 국내외의 협력 네트워크를 차별화 포인트로 꼽을 수 있습니다. 먼저 인력은 위기관리 부문에서 17년간 전문성을 구축해 온 김학범 파트너를 포함해 경영전략과 리스크, 재무, 감사, 세무 등 주요 영역별 전문가 50여명이 활동하고 있습니다. 전자와 반도체, 자동차, 금융, 에너지 등 다양한 업종에서 ESG와 관련한 자문 경험을 가지고 있는데요. 이옥수 이사는 한국공인회계사로는 유일하게 ESG 및 기후변화 분야에서 관련 자문을 10년넘게 수행해왔고 연경흠 수석위원도 에너지·화학 등 분야에서 15년이상 자문을 해온 베테랑입니다.  

딜로이트 글로벌과의 긴밀한 협력 네트워크가 강점입니다. 딜로이트 글로벌 차원에서 주요 멤버들이 TCFD(기후관련 재무정보 공개협의체), GRI(글로벌 리포팅 이니셔티브) 등과 관련된 활동을 하고 있는데, 관련 규제나 권고사항에 대해 정확한 이해를 바탕으로 자문을 해줄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TCFD와 관련한 자문에는 TCFD 멤버가 다수 포진해 있는 딜로이트 프랑스 오피스와 협업하고 공급망 관리 및 프로세스 혁신 측면에서는 영국, 네덜란드 오피스와 협업하는 방식입니다. 

ESG 채권 인증에 대한 전문성을 인정받고, 시장을 선두에서 이끌어왔다는 점도 내세울만 합니다. 올해 상반기 인증 건수(73건)로는 39% 시장점유율로 부동의 1위이고, 금액기준으로는 28% 점유율(2위)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기업의 비재무정보를 심층 평가하는 ESG 실사 등 신규 영역에서의 선점을 목표로 하고 있는데, 최근 영국계 PE를 대상으로 ESG실사 자문을 제공함으로써 출발선은 끊은 셈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 유럽 등 선진국에서 ESG 행보가 가속화되고 있는데, 국내 기업과 금융사의 대응 수준은 어떻게 평가하는지요

▲ 국내 기업과 금융사들의 ESG 대응 수준이 상대적으로 낮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지만, 시장에서 바라보는 제 주관적 의견으로는 ESG경영에 대한 추진 의지 자체는 고무적으로 봐야할 것 같습니다. ESG 이슈가 작년 하반기부터 중견기업들의 CEO 어젠다로 급부상하면서 ESG 관련 컨설팅 문의가 폭증하고 있습니다.

또 기업 인수합병 시장에서도 ESG를 테마로 한 M&A 잠재 매물에 대한 문의가 생기기 시작한 점, 대형 PE하우스의 ESG실사에 대한 문의 등 전문 사모펀드에서도 ESG투자에 대한 관심이 늘고 있다는 점 등을 주목할 만합니다. 불과 1~2년 사이에 대기업과 일부 중견기업을 중심으로 ‘RE100’을 선언한 것이나 ‘탄소중립’에서 한발 더 나아간 ‘탄소 네거티브’를 선언하고, ESG위원회 등의 전담조직을 대거 신설하는 등의 움직임을 보면 추진의지가 놀랍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습니다. 

- ESG 이슈가 워낙 방대한데요. 기업의 규모나 업종, 처한 상황에 따라 차별화된 전략이 필요한 것인지요.

▲ 산업과 업종의 특성에 따라 집중해야 할 전략적 ESG 이슈도 분명히 달라집니다. 석유, 발전 등 에너지 집약도가 높은 산업은 환경적 이슈에, 제조 가치사슬 특성상 임직원 수가 많고 계약직 비율이 높은 경우 사회적 이슈에 각각 집중하고, 투자유치나 상장을 준비하는 기업은 지배구조 고도화에 힘쓰는 등 기업이 처한 환경과 상황에 따른 고민이 필요합니다.

77개 산업별로 중대 ESG 이슈를 선정하고, 보고 지침을 제시하고 있는 지속가능성 회계기준위원회(SASB)의 기준을 참고해 볼만 합니다. 한국 딜로이트 그룹에서 DJSI, MSCI, 한국기업지배구조원 등 국내외 주요 비재무평가의 종합 분석을 통해 산업별 ESG 우선순위 이슈를 도출한 결과도 기업들이 대응 방향을 설정하는 데 도움이 될 만한 자료입니다. (표 참고 : 주요 산업별 전략적 ESG 경영 이슈) 

- 우리 기업들이 여전히 미흡하거나, 앞으로 개선해야 할 부분이 있다면 어떤 것들이 있을지요

▲ 허울좋게 포장한 ESG 워싱(washing)에 그치지 않도록 ESG 경영 내재화를 위한 실질적 노력이 뒷받침돼야 합니다. 기업지배구조 측면도 취약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데, 2019년 도입된 기업지배구조 공시를 통해 기업간 비교가 가능해지면서 점진적으로 개선될 것이라고 기대는 하지만 보다 적극적인 개선 의지와 노력이 필요해 보입니다. 

- ESG 경영에 본격적으로 나서려는 기업들에게 조언해 주실 것이 있다면 말씀해 주십시요.

▲ ESG 경영에서 우수사례로 꼽히는 대표적 기업이 유니레버인데,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폴 폴먼 CEO는 취임 다음해인 2010년 ‘유니레버 지속가능한 생활 계획(the Unilever Sustainable Living Plan)’이라는 10년 비전을 발표합니다. 환경오염을 최소화하고 사회적 책임을 다하면서도 회사의 수익은 두 배로 늘린다는 목표를 세웠는데요. 그가 가장 먼저 한 일이 그동안 사회공헌활동을 해오던 전담부서를 해체한 것입니다.

사회공헌이나 지속가능경영은 이 부서만 하면 되는 일이고, 다른 부서는 신경쓰지 않아도 되는 일로 치부해왔는데, 이를 바로잡아 회사 전체가 노력하자는 취지였죠. ESG 성과가 중장기적으로 관리돼야 한다는 원칙을 세우고 단기성과에 치중하지 않도록 분기별 실적 보고서와 수익 공시를 폐지하기도 했습니다. 처음에는 주가가 폭락하면서 시장의 뭇매를 맞았지만 결과적으로 10년 재임기간 동안 유니레버의 주가는 200% 이상 성장했고, 환경분야 뿐만 아니라 사회적 분야에서도 성과를 거둘 수 있었습니다. 

ESG 경영의 궁극적인 목적은 기업활동에 ESG 요소를 통합함으로써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고,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려는 것입니다. 제가 사이먼 사이넥의 ‘골든 서클(Golden Circle)’ 이론을 자주 인용하는데 기업이 근본으로 돌아가 ESG 경영을 위한 진정한 목적, ‘why?’에 대해 고민하고 이를 재정립하는 데에 유용한 도구가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한그루의 나무보다는 큰 숲을 먼저 보는 작업을 통해 ESG 경영지도를 그려보라는 메시지를 강조하고 싶습니다. <대담 = 조용만 좋은기업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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