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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업본색]‘한 수 위’…퍼시스 손동창의 세습법

  • 2020.01.20(월) 10:00

<퍼시스> ①
일룸, 시디즈 이미 황태자 손태희 ‘손아귀’
단 한 번 증여만으로…가업승계 ‘끝판왕’

기회는 자주 주어지지 않는다. 자주 찾아오면 그건 일상이지 기회가 아니다. 그런 측면에서 봤을 때, 퍼시스그룹 창업주 손동창(73) 명예회장은 집중했고, 주어진 기회를 잘 살려 성공신화를 썼다. 시작도 좋았고, 끝은 창대했다.

‘한 수 위’란 표현 이럴 때 써야 할 것 같다. 단 한 번의 증여만으로 돈 되는 계열사들을 죄다 ‘황태자’ 손아귀에 쥐어준 것을 두고 하는 말이다. 가업세습에 있어서도 손 명예회장은 최소의 비용으로 승계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고 있는 가성비 ‘끝판왕’이다. 

손동창 퍼시스 명예회장(왼쪽). 손태희 퍼시스홀딩스 사장.

사무환경 개선운동 ‘호기’

손 명예회장은 경북 안동 출신이다. 경복중, 경기공업전문학교(5년제·현 서울과학기술대) 공예과를 졸업했다. 1976년 부엌가구 전문업체 한샘에 가구디자이너로 입사, 생산과장 등을 지냈다. 

1980년 독립했다. ‘한샘스텐레스공업’을 창업했다. 한샘 출신 1호 기업인이다. 순탄했다. 한샘 싱크대 상판을 만들어 한샘에 납품하는 비교적 안정적인 사업이었던 까닭이다.

사무용가구시장 진출로 이어졌다. 한샘스텐레스공업의 성공을 기반으로 1983년 3월 창업한 회사가 ‘한샘공업’, 현 ㈜퍼시스다. 중견그룹 퍼시스의 출발이다. 36살 때다.   

1990년대 초반 사무환경개선운동이 확산되면서 폭발 성장했다. 사무용가구에 대한 수요가 폭증했고, 매출은 확대 일로(一路)였다.

경영 효율화와 품목 전문화에 대한 필요성이 커졌다. 현 가정용가구 업체 ‘일룸’과 의자 전문업체 ‘시디즈’의 전신(前身)인 ‘씨템(C-TEM)’이 만들어진 게 1994년 8월이다.

싱크대·목재파티션 ‘한스’, 인테리어·특수주문가구 ‘퍼인’, 목재사무가구 ‘수림’, 가구부품 ‘세일정밀’ 등을 1990년대 중후반 연쇄적으로 설립했다. 물류 계열사 ‘바로물류’(현 바로스)를 차린 것도 이 무렵이다.

“적자가 뭐예요?”

흔들림이 없었다. 사무용가구 ㈜퍼시스는 2000년대 초 닷컴 붐이 벤처창업 열풍으로 번지며 날개를 달았다. 최근 들어서는 기업들이 근로자 친화적인 조직 문화에 대한 관심이 커지며 경기 침체에도 꿋꿋한 성장 추세를 이어가고 있다. 사무용가구 시장 1위(2018년 점유율 56.9%)의 위상을 가지고 있다.

생활가구 업체 일룸은 당대 탑배우를 광고모델로 기용해 브랜드 이미지를 높이는 등 공격적인 마케팅에 뛰어들었다. 주효했다. 가파른 확장 추세로 모태인 ㈜퍼시스의 외형을 넘볼 기세다. 시디즈 역시 국내 의자 브랜드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현재 퍼시스는 지주회사 퍼시스홀딩스를 비롯해 5개 계열사를 가지고 있다. ㈜퍼시스(2018년 별도매출 3160억원), 일룸(2220억원), 시디즈(1410억원) 등 가구제조 계열사 매출은 6790억원에 이른다. 한샘(1조8480억원). 현대리바트(1조3210억원)에 이어 가구업계 3위에 랭크하고 있다. 

3개 주력사 모두 재무적으로도 견실하다. 적자를 볼 일이 없었던 까닭에 외부에 손을 벌릴 이유가 하등 없다. 1990년대 말부터 수 십 년째 외부차입금이 전혀 없는 무차입경영이 이뤄지고 있다.

지주사만 넘기면 세습 마침표

퍼시스는 올해 창립 37돌을 맞는다. 창업주의 나이도 고희(古稀)를 넘겼다. 손 명예회장이 모태 ㈜퍼시스의 대표이사 명함을 없앤 게 2017년 3월이다. 2018년 3월에는 등기임원 자리마저 내놓았다. 

2018년 말에 가서는 명예회장으로 경영 2선으로 물러났다. 모든 계열사의 이사진에서 이름을 내렸다. 이제 가업세습만 마무리하면 창업주로서의 소임은 다한다. 준비는 다 돼있다.

속전속결. 황태자가 짧은 기간 빠른 속도로 경영승계 과정을 밟고 있다. 부인 장미자(66)씨와 슬하의 1남1녀 중 장남 손태희(41) 퍼시스홀딩스 사장이 주인공이다. 전문경영인 이종태(66) 회장(퍼시스홀딩스 및 ㈜퍼시스 대표이사)이 현재 그룹을 맡고 있다고는 하지만 2세 체제를 위한 과도기일 뿐이다.   

손 사장은 서울대 재료공학과, 미국 MIT 물류공학 석사 출신이다. 2007년 유학을 마치고 돌아와 글로벌 컨설팅 회사 맥킨지컨설팅 한국지사에서 2년간 근무했다. 

경영수업을 시작한 때는 ㈜퍼시스에 입사한 2010년, 31살 때다. 생산·물류·영업 등의 부서를 두루 거쳤다. 퍼시스가 2012년부터 시디즈(현 퍼시스홀딩스)를 정점으로 한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을 추진하면서는 시디즈 경영기획실장(상무)로 활동했다.

2014년 2월에는 ㈜퍼시스 등기이사진에 합류했다. 2016년 12월 부사장으로 승진, 경영기획 업무를 맡았다. 작년 말에는 지주회사 사장 자리를 꿰찼다. 입사 9년만이다. 등기임원직 또한 ㈜퍼시스홀딩스 외에도 ㈜퍼시스, 일룸 등 3개사에 이름을 올려놓고 있다. 

가업세습의 또 다른 한 축 지분승계도 이젠 그 끝이 보인다. 손 명예회장이 2016~2018년에 걸쳐 대대적으로 기반을 닦은 결과다. 준비성과 가성비 모두 쩐다.

창업주는 이제 퍼시스홀딩스→㈜퍼시스만을 직할 체제로 두고 있다. 일룸, 시디즈, 바로스는 이미 2세 손에 넘어간 상태다. 지주회사 지분의 이전, 마지막 한 수 만을 남겨놓고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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