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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인세율 올려야 하나, 내려야 하나

  • 2019.05.22(수) 09:53

[Tax&]전규안 숭실대 회계학과 교수

"스위스 국민이 유럽연합(EU) 국가들의 압박에도 불구하고 현행 최고 21.1%인 법인세율을 인상하지 않기로 했다. 스위스 국민의 66.4%는 외국 기업을 유치하기 위해 친기업적인 국가 이미지를 계속 유지하도록 독일(29.8%) 프랑스(33.3%) 등과 비교해 낮은 수준의 법인세율을 계속 유지하는데 찬성했다."

"법인세율 체계를 이명박 정부 이전 수준으로 원상회복하는 안을 검토할 수 있다. 현재 법인세 최고세율 구간은 과세표준 200억원 초과에 22%, 3000억원 초과에 25%를 적용하는데, 25% 세율 구간을 500억원 초과로 낮춰 과세 대상 기업을 대폭 늘릴 수 있다."

두 신문기사는 모두 지난 5월 21일자 신문의 주요 내용이다. 법인세에 대해 스위스와 우리나라의 기사가 각각 상반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과연 법인세율을 인상해야 하는가, 아니면 인하해야 하는가에 대해서는 영국에서 1965년에 법인세라는 세금이 실질적으로 도입된 이후 계속돼 온 논쟁이다.

먼저 법인세율을 인상해야 한다는 논리에 대해 알아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늘어나는 복지재정의 확보 등을 위해서는 적절한 세수확보가 중요하며 이를 위해서는 법인세율 인상은 필수적이다.

둘째, 부담능력이 있는 대기업이 많은 법인세를 부담하는 것이 조세정의에 부합한다.

셋째, 법인세율 인하가 투자를 촉진한다는 주장은 가설일뿐이며 명확한 근거가 없다. 실제로 학술논문의 결과도 일치되지 않는다.

넷째, 법인세율을 인하해도 실제로 많은 대기업들이 현금을 쌓아둘 뿐 투자를 하지 않으므로 낙수효과는 존재하지 않는다.

반면에 법인세율을 인하해야 한다는 논리는 다음과 같다.

첫째, 대부분의 국가가 법인세율을 인하하는 추세이므로 법인세율 인상은 시대적 흐름에 역행한다. 2014년부터 2018년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6개 회원국 중 법인세 최고세율을 내린 국가는 미국·일본·영국·덴마크·이탈리아 등 14개국인데 반해, 인상한 국가는 우리나라를 비롯해 라트비아·칠레·그리스·터키·슬로베니아 등 6개국이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한국을 제외한 OECD 회원국의 과거 10년간(2007~2017년)의 평균 법인세율은 24.85%에서 22.34%로 낮아졌는데, 우리나라는 높아졌다.

둘째, 법인세율 인상은 자본과 기업의 해외이전을 촉진해 경제발전을 저해하고 결국 법인세 세수가 감소할 것이다.

셋째, 우리나라의 법인세 부담은 이미 충분히 높아 2017년을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법인세 비중은 3.8%로서 OECD 국가 중 일곱째로 높다. 국세청이 걷는 세금 중에서 2018년에 처음으로 법인세가 부가가치세를 초과한 것도 우리나라 기업의 법인세 부담이 높아졌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기업의 법인세 부담은 정말로 높은가, 아니면 낮은가. 사실 국가간 법인세 부담 정도를 정확하게 알기는 어렵다. 어쩌면 단순해 보이는 법인세 부담의 국가간 비교가 어려운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각종 세액공제나 세액감면 등의 효과를 고려해야 하므로 법인세 법정최고세율만을 단순히 비교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정확한 법인세부담액을 계산하기 위해 유효세율(effective tax rate, ETR)이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

일반적으로 학술논문에서는 법인세부담액으로 유효세율을 많이 이용하는데, 유효세율은 기업의 '법인세부담액'을 '법인세비용 차감전 순이익'으로 나누어 계산한다. 유효세율이 높으면 법인세부담이 많고 유효세율이 낮으면 법인세부담이 적은 것으로 해석된다.

둘째, 법인세 부담을 비교할 때 법인세에 가산되는 부가세(附加稅)를 고려해야 한다. 우리나라의 경우에 법인세 최고세율은 25%이지만 지방소득세를 고려하면 27.5%가 되기 때문이다. 부가세가 있는 나라도 있고, 없는 나라도 있으므로 국가간 법인세율 비교시 유의해야 한다.

소득세율 인상 여부는 법인세율보다는 논란이 적은 것 같다. 소득세율 인상에는 법인세율 인상에 비해 거부감이 적다. 국세청이 거두어들이는 세금 중에서 소득세는 2015년에 처음으로 부가가치세를 넘어서 계속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소득세는 1798년 나폴레옹 전쟁 때 전쟁비용을 조달하기 위해 일찍 도입된 반면에 법인세는 20세기에 들어서야 도입됐다. 물론 높은 소득세 부담을 피해서 국적을 옮기는 사람도 있지만 법인에 비하면 그리 많지 않으며 전체 세수에 미치는 영향도 크지 않다.

법인세율의 인상 또는 인하에 대해서는 대학입시제도에 대한 논쟁만큼이나 다양한 의견이 존재한다. 학자들의 경우에도 학문적 배경이나 정치적 신념 등에 따라 다양한 의견이 존재하며, 아마도 단기간 내에 결론이 내려질 것 같지도 않다.

필자의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법인세율의 인상에는 신중을 기해야 하며, 인하는 고려할 만하다. 그러나 여기의 전제조건은 대기업들도 투자촉진과 고용창출을 통해 그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법인세율 인하가 이뤄진다면(물론, 당분간 그런 일은 없을 것 같지만) 법인세율을 인하하기 잘 했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도록 법인들도 제 역할을 해야 한다.

물론 이를 위해서는 각종 규제개선과 투자환경이 조성되어야 할 것이다. 반면에 소득세율의 인상은 고려할 만하다. 문제는 소득세의 최고세율은 인상해도 세수증가효가가 크지 않다는데 있다. 최고세율의 대상이 되는 고소득자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법인세율의 인상 또는 인하에 대한 논의는 계속될 필요가 있다. 다만, 이러한 논의가 국가경제, 나아가 국민을 위한 것이 어떤 대안인가에 초점을 맞춘 건전한 논의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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