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신라가 국내 최대규모의 한옥호텔을 짓게 됐지만 사실 한옥호텔보다 더 주목받는 곳은 한옥호텔이 들어서게 될 경우 확장이전하게 되는 신라면세점이다.
호텔신라는 지하3층 지상3층, 91실 규모의 한옥호텔을 서울 장충동 신라면세점 자리에 세우고, 현재의 신라면세점은 그 맞은편에 위치한 주차장 부지로 이전한다는 계획이다. 이전은 단순히 건물을 옮기는 차원이 아니라 면세점 매장의 넓이를 40% 확장하는 형태다. 말 그대로 ‘확장이전’이다.
호텔신라의 수익에서 면세점의 비중은 막대한 수준이다. 2014년 기준 매출의 90%, 영업이익의 107%(호텔사업에서 마이너스 영업이익)를 면세사업에서 창출했다. 시장에서 한옥호텔보다 면세점의 확장이전을 더 주목하는 이유다.
그런데 호텔신라의 확장이전이 순탄치 않을 수도 있다. 시내면세점은 단순히 '확장'하는 것과 확장해서 '이전'하는 것에 대한 규제의 강도가 상당한 차이를 두고 있기 때문이다.

# 확장은 쉽고 이전은 어렵다?
현행 법률에서 면세점을 포함한 보세판매장의 확장에는 큰 규제가 없다. 관세법 시행령은 면세점을 포함한 특허보세구역의 ‘수용능력’에 대한 증감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세관장의 승인만 있으면 매장 확장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세관장은 관할 면세점에 대한 조사나 단속에 대한 어려움이 있는지 여부만 판단한다.
실제로 롯데면세점 소공동점(본점)은 롯데백화점 본점의 10층과 11층을 쓰다가 9층으로 확장했고, 지난해 연말 신규특허로 갱신하면서는 12층까지 영역을 넓혔다.
문제는 확장만 하는게 아니라 이전까지 하는 경우다. 법률에서는 확장에 대한 문제는 ‘수용능력 증감’이라는 표현으로 허용하고 있지만 이전에 대해서는 명확한 규정이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관세법은 신규특허 외에도 면세점 운영에 관한 중요한 사항은 관세청 특허심사위원회를 열어서 판단하도록 정하고 있다.
특허를 줄 때부터 관광 인프라나 교통, 상권 등 지역에 대한 경제 사회적 영향력을 중요한 심사요건으로 평가하기 때문에 면세점의 장소변경은 당연히 중요사항으로 특허심사 대상이다. 신라면세점 장충동점도 확장과 함께 이전을 한다는 점에서 특허심사위원회를 거쳐야 할 수 있다.
# 참고서가 될 롯데면세점 잠실점(롯데월드타워점)
신라면세점의 입장에서 다행스러운 것은 긍정적인 선례가 있다는 점이다. 지난 연말 특허연장에 실패하면서 지금은 폐점수준을 밟고 있는 롯데면세점 롯데월드타워점 사례다.
호텔롯데는 2014년 5월 롯데면세점 잠실점을 바로 옆 제2롯데월드로 이전하는 계획을 서울세관장에게 제출했다. 면적도 약 2배 가량 확장했다.
기존 잠실점이 있던 롯데백화점과 이전장소인 제2롯데월드는 대로를 사이에 두고 불과 100m 정도 떨어진 곳이다. 거리는 짧지만 단순한 확장이 아닌 이전이 포함된 계획이기 때문에 관세청은 특허심사위원회를 열었다.
결과는 승인이었다. 관세청 특허심사위원회는 서울세관의 사전승인을 받은 후 서울시의 사용승인을 조건으로 확장이전을 승인했다.
신라면세점 장충동점이 이전할 장소도 불과 100여m 떨어진 신라호텔 야외주차장 부지다. 특허심사는 거치겠지만 승인가능성이 더 높다. 신라면세점의 경우 차가 다니는 대로를 건너지도 않아 체감거리는 더 가깝다.
관세청 관계자는 “같은 장소에서 확장만 하는게 아니라 이전까지 한다면 특허심사위원회를 열어야 할 것”이라면서도“아직 호텔신라 측에서 검토요청이 온 것은 없지만 롯데(잠실점)에서의 선례도 있었기 때문에 결과는 동일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 이전심사가 아닌 신규특허 심사가 될 수도
관세청의 심사를 거치더라도 확장이전이 아닌 신규특허에 대한 심사를 받을 가능성도 있다.
호텔신라가 면세점 자리에 한옥호텔을 짓고 면세점을 100여m 앞의 부지에 새로 짓는 일은 상당히 큰 사업이다. 호텔신라에 따르면 설계에만 1년이 소요된다. 완공 예정시점은 빨라야 2019년이다. 결과적으로 면세점 이전도 옮길 장소가 마련된 후에나 가능하다. 계획대로라면 2019년 이후가 된다.
그런데 신라면세점 장충동점은 오는 2019년이 되면 특허가 만료되기 때문에 현행 법상 특허갱신이 아닌 신규특허 심사를 받게 된다. 법개정이 추진중이지만 개정되지 않는 경우 신라면세점은 다른 사업자들과 경쟁에서 이겨야 특허를 유지할 수 있다. 지난해 11월 SK네트웍스의 워커힐면세점이나 롯데월드타워점처럼 특허권을 잃을 수도 있다.
호텔신라 관계자는 “이제 막 서울시의 건축승인이 났기 때문에 면세점 확장이전에 대한 승인문제는 면세점 건물이 완공된 다음에야 논의가 될 것 같다”며 “설계에만 1년이 걸린다. 기본적으로 면세점 자리를 만들어놓고 이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