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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세폭풍 속 관세정책 없는 관세청

  • 2025.03.14(금) 07:30

관세정책 수립, 집행, 통상업무 제각각 흩어져

붕어빵에 왜 붕어가 없나요?

이 표현은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들어봤을 법한 말이다. 과자의 과대 포장을 가리켜 "과자를 샀는데 질소가 같이 왔어요"하는 것처럼 말이다. 

그런데 최근 정부부처에도 이와 비슷한 말이 나오고 있다. "이름은 관세청인데, 왜 글로벌 관세전쟁에서 손 놓고 있나요?" 같은 질문이다.

'관세청'이라는 기관명만 본다면 관세와 관련된 모든 업무를 할 것 같지만, 관세청이 하는 관세 관련 업무는 '징수'에 불과하다. 관세정책 기획과 수립, 법 개정 등은 모두 기획재정부에서 맡고 있다.

통상 업무는 어떨까? 관세와 통상은 서로 밀접한 연관이 있을 것 같지만, 우리나라의 통상 업무는 산업통상자원부가 맡고 있다. 관세 분야에서 관세청이 하는 일은 오로지 통관 과정에서 관세를 징수하는 것 뿐이다.

사실 관세청의 업무 분장은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된 이래 쭉 이어져 온 것이지만, 최근 들어서는 관세정책 수립과 집행, 통상 업무가 유기적으로 돌아가기 위한 조직개편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미국발 관세전쟁, 갈피 못잡는 'K-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발언 수위가 연일 높아지고 있다. 이에 따라 전 세계의 무역갈등도 점차 심화되는 모습이다.

모든 국가의 철강·알루미늄 제품에 25%의 관세를 부과하기로 하면서, 우리나라도 직접적인 영향을 받게 됐다. 트럼프 대통령의 "한국의 평균 관세율이 (미국보다) 4배 높다"는 발언은, 앞으로 우리나라의 수출기업들의 험난한 미래를 예고한 것과 다름없다.

시시각각 급변하는 미국발 관세폭탄에 세계 각국은 미국과 발 빠르게 정상회담을 하는 등 기민하게 대응하고 있지만, 권한대행 체제인 우리나라는 아직까지도 고위급 회담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러다 보니, 수출기업 지원도 각 부처별로 따로 진행되면서 혼선이 발생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달 18일 '범부처 비상수출 대책'을 통해 ▲관세대응 수출바우처 지원 ▲보호무역 대응 무역보험 지원 강화 ▲유턴기업 특별 지원 ▲환변동 리스크 특화 무역보험 제공 ▲관세애로 신속 대응체계 구축 등 28개의 지원책을 내놨다.

지원대책의 대부분은 기획재정부, 산업통상자원부, 중소벤처기업부 등이 담당하며, 이 중 관세청은 '반도체 보세공장-연구부서 간 연구 물품 등 반출입 절차 간소화'라는 지원대책 1개만 담당한다.

수출입기업들이 국경 최전선에서 제일 먼저 만나는 기관이 관세청(세관)이지만, 관세 관련한 기업지원 업무는 여기저기 흩어져 있어 기업들도 어디에 무엇을 문의해야 하는지 갈피를 잡지 못하는 상황이 돼 버린 것이다.

관세정책과 관련한 민원도 어디에 제기해야 할지 헷갈리는 경우가 많다. 기재부 세제실 산하 관세국에서 관세정책 수립과 법 개정을 담당하는데 반해 관세 징수는 관세청에서 하다 보니, 법과 현실과의 괴리가 발생한다는 지적도 심심찮게 나오고 있다.

이에 더해 통상업무는 기재부와 다른 산업부에서 담당하다보니, 기업지원 대책도 각 부처별로 제각각 운영되며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관세·통상정책, 통합 운영한다면?

관세청을 관세통상안보부로 바꾼다면?  [그래픽=택스워치]

다른 나라는 관세와 통상정책을 어떻게 운영할까? 

세계 각국의 관세청 조직은 국가별 특성에 따라 관세정책과 통상, 무역 업무를 일부 통합하거나 분리해 운영하기도 한다. 

관세전쟁을 촉발한 미국에서는 '세관국경보호청(CBP)'이 관세 징수와 국경 보호 업무를 맡고, 백악관 직속 기관인 '미국 무역대표부(USTR)'가 통상 정책을 담당한다. 양 기관을 조율하는 것은 백악관이 맡고 있다.

일본은 우리나라와 유사하면서도 다소 다르게 관세 조직을 운영하고 있다. 일본은 관세청이란 조직이 따로 없지만, 재무성 산하 관세국에서 관세정책을 수립하고 집행하며, 통상 업무는 경제산업성이 담당한다.

일본의 관세 조직은 우리나라와 비슷한 구조로, 글로벌 보호무역주의 확산에 대한 신속하고 일관된 대응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수용해 부처 간 소통채널을 만들어 기민하게 대응하고 있다.

반면, 뉴질랜드 등 일부 국가는 관세·무역·통상 관련 정책을 분리 운영하고 있지만, 일부 업무에서는 통합하는 등 업무에 따라 유기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예를 들어 뉴질랜드는 외교통상부에서 통상 업무를 맡고, 관세청이 출입국 관리나 국경관리 업무를 맡고 있지만 자유무역협정(FTA) 업무에 관해서는 관세청도 관세 절차나 세율 조정 등 정책 업무 수립에 관여하는 식이다.

관세업계 관계자는 "현재 관세, 통상, 전략물자 관리 업무는 여러 부처에 분산되어 있어 중복 행정과 비효율성이 발생하고 있다"며 "미국의 통상 압력이 거세지는 만큼, 관세를 전략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독립적이고 전문적인 부처가 필요하다. 이것이 관세청을 '관세통상안보부'로 승격해야 하는 이유"라고 강조했다.

다만, 관세와 통상 업무의 통합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아직 충분히 이뤄지지 않은 만큼, 우선 공론화 과정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책 수립과 집행을 하나의 기관에서 운영할 경우, 정책의 독립성이 저해될 수 있다는 우려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이에 더해 무역과 통상, 관세 업무를 한 기관에서 한다면, 관세조사 공정성에 의문이 제기될 가능성도 있다.

관세청 관계자는 "관세청의 부 승격 취지 주장에는 공감하지만, 조직개편을 주장하기에는 관세청의 영향력이 크지 않다"며 "관세청장 교체 시기 때마다 나오는 외부인사 영입이냐, 내부승진이냐 문제는 사실 기관의 위상과 관련이 있는 문제다. 관세청 조직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사람이 청장으로 와야 문제 해결에 진척이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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